독개구리 미스터리, 자신과 몸속 기생충엔 무해

2018. 4. 5.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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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열대우림에는 현란한 빛깔과 무늬의 개구리가 산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독개구리의 몸속엔 기생충이 없겠냐는 궁금증이 인다.

독성물질을 이길 능력을 확보한 독개구리로서는 몸의 안이든 밖이든 침입자를 독으로 저지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분자 계통 유전학 및 진화'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예상과 달리 독개구리의 내장에서 다양한 종류의 기생충이 살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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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물소 죽인 강력한 신경독, 작은 돌연변이로 중독 피해
예상과 달리 몸속엔 기생충 득실, 피부에 독성 집중 결과

[한겨레]

콜롬비아와 에콰도르 열대림에 서식하는 독개구리(Dendrobates (Oophaga) sylvaticus). 애완동물용 남획과 서식지 파괴로 멸종위기이다. 레베카 타르빈 제공.

중남미 열대우림에는 현란한 빛깔과 무늬의 개구리가 산다. 몸집은 작지만 눈에 잘 띄는 이 개구리를 공격했다간 큰코다친다. 지구 위에서 알려진 가장 강력한 신경독을 분비하는 독개구리일 수 있기 때문이다. 종에 따라 독성은 다르지만, 모르핀보다 200배 강력한 독성물질인 ‘에피바티딘’을 분비하는 독개구리 한 마리는 커다란 물소를 너끈히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독개구리에 관한 최대의 미스터리는 어떻게 자신은 중독되지 않는가이다. 도구를 쓰는 것도 아니고 몸속에서 신경독을 만들어 피부의 분비샘에 모아두었다가 분비하는데, 이 과정에서 몸에 흡수된 독물이 자신의 신경을 망가뜨리지 않는 이유가 뭘까. 지난해 9월 22일 치 과학저널 ‘사이언스’에는 이 수수께끼를 풀 논문이 실렸다.

에콰도르 바나나 농장에서 채집한 독개구리(Epipedobates anthonyi). 에피바티딘이란 독성물질이 처음 검출된 종이다. 레베카 타르빈 제공.

레베카 타르빈 미국 텍사스대 어바인 캠퍼스 생물학자 등은 독개구리의 에피바티딘이 신경세포 사이의 정보를 전달하는 핵심물질인 아세틸콜린을 흉내 내 결국 신경마비를 불러일으키는데, 진화과정에서 아세틸콜린 수용체에 작은 돌연변이가 일어나 독성 발현을 막는다는 사실을 밝혔다. 수용체를 이루는 2500개 아미노산 가운데 3개를 변화시킨 작은 돌연변이였다. 사실 개구리가 독성을 띠는 것은 생존에 매우 유리한 조건이지만 쉽게 그런 능력을 얻지 못하는 이유가 이처럼 특정한 돌연변이를 이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연구자들은 분석했다. 그렇지만 오랜 진화과정에서 독개구리의 서로 다른 3개 계통에서 이런 해독 돌연변이를 독립적으로 이룬 사실이 밝혀졌다.

뱀이나 전갈 등의 포식자도 독이 있지만, 먹이를 바로 죽이지 않아도 무력화시키면 그만이다. 그러나 개구리가 포식자의 공격을 물리치려면 상대를 즉사시키는 강력한 신경독을 분비해야 한다. 문제는 자신의 신경체계를 해치지 않는 진화적 우회로가 쉽사리 찾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독개구리가 특별한 것은 이 때문이다.

에콰도르 독개구리 서식지에서 울음소리를 녹음하는 연구자. 레베카 타르빈 제공.

독개구리 수백종은 각각 수십 가지 신경독을 낸다. 그러나 이 가운데 어떤 물질인지 밝혀진 것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독개구리가 독물질을 어디서 얻는지조차 분명치 않다. 개구리의 먹이인 개미나 진드기로부터 독성물질을 얻어 축적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독의 원천이 무언지는 아직 수수께끼다.

독개구리는 피부의 독으로 천적인 뱀이나 새뿐 아니라 세균과 모기 등의 공격을 막는다. 그러나 최근 독개구리의 피부뿐 아니라 근육과 간, 알에서도 독이 검출됐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독개구리의 몸속엔 기생충이 없겠냐는 궁금증이 인다. 독성물질을 이길 능력을 확보한 독개구리로서는 몸의 안이든 밖이든 침입자를 독으로 저지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올챙이를 등에 지고 다니며 보호하는 에콰도르 독개구리(Epipedobates machalilla) 수컷. 레베카 타르빈 제공.

후안 산토스 미국 세인트존스대 생물학자 등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이런 질문에 답변을 내놓았다.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분자 계통 유전학 및 진화’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예상과 달리 독개구리의 내장에서 다양한 종류의 기생충이 살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가장 다양한 기생충이 사는 곳은 개구리의 소화관이었고 근육이나 간 등에는 거의 없었다. 연구자들은 “기생충이 독성물질이 가장 많은 피부를 피해 가장 농도가 낮은 조직에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Rebecca D. Tarvin et al, Interacting amino acid replacements allow poison frogs to evolve epibatidine resistance, Science 22 Sep. 2017 VOL 357 ISSUE 6357, doi: 10.1126/science.aan5061

Santos, J.C., Tarvin, R.D., O'Connell, L.A., Blackburn, D.C., Coloma, L.A., Diversity

within diversity: Parasite species richness in poison frogs assessed by transcriptomics, Molecular Phylogenetics and

Evolution (2018), doi: https://doi.org/10.1016/j.ympev.2018.03.01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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