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버려지는 우산 비닐 커버 2억장..재활용 거의 안 돼
강찬수 2018. 4. 5. 14:52
계단 아래 지하 1층 쓰레기통에는 비닐로 된 일회용 우산 커버가 가득 쌓여 있었다. 지하철에서 내린 시민들이 비 내리는 거리로 나서기 전에 버린 것들이었다.
비닐 커버를 버리고 거리로 나온 시민 중에서는 인근 빌딩까지 우산을 쓰고 간 뒤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다시 우산에 비닐 커버를 씌우는 사람도 있었다. 이들은 이날 아침에만 비닐 커버 두 장을 사용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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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버려…시민들 밟고 넘어질 수도
함부로 버려…시민들 밟고 넘어질 수도
비닐 커버는 비 오는 날 거리 곳곳에 함부로 버려지기도 하고, 이를 밟은 사람들이 미끄러져 넘어지기도 한다.
자원순환사회연대 박다효 연구원은 "구매 물품 목록을 통해 확인한 결과, 국내 공공기관에서는 연간 1억장 정도의 비닐 커버를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구매량만큼 사용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또 "비닐 커버는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 등에서도 많이 사용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사용량은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민간까지 포함하면 국내 사용량이 2억장 이상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비닐 커버는 일회용품 규제 대상도 아니어서 민간 기업들이 줄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다량으로 사용하는 우산 비닐 커버는 대부분 재활용되지 않고 일반 쓰레기로 취급돼 매립·소각되고 있다.
서울 시청 근처의 한 빌딩 관리인은 "비닐 커버를 따로 모으기 위해 플라스틱 통을 갖다 놓는데, 일회용 컵이나 담배꽁초 등 다른 쓰레기를 넣는 사람도 많다"며 "물이 흐르고 지저분해 그냥 종량제 봉투에 담아 처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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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빗물 제거기 보급해야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9월부터 신청사에 우산 빗물 제거기를 설치해 놓고 있다.
이날 점심 시간 신청사 앞에서도 빗물 제거기를 이용하는 직원·민원인을 볼 수 있었다. 패드가 붙어 있는 좁은 틈새로 우산을 왕복시켜 빗물을 털어내는 방식이다.빗물을 털어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3~5초 정도 걸렸다. 처음 사용하는 사람은 10초가량 걸렸다.
서울시 관계자는 "비닐 커버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직원이나 방문객들이 자연스럽게 우산 빗물 제거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는 빗물 제거기를 생산하는 업체는 3곳 정도로 알려졌다. 한 업체 관계자는 "서울시청 외에도 현재 서울 시내 구청의 80%와 일부 광역시청 등에서 빗물 제거기를 구매, 설치했다"며 "다른 관공서나 학교 등에서 문의가 많이 들어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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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1인당 한 해 27㎏ 비닐 사용
국민 1인당 한 해 27㎏ 비닐 사용
이와 함께 유통업계와 자원순환사회연대, 한국순환자원지원유통센터 등에 따르면 국내 비닐봉지 연간 사용량은 2015년 기준 1인당 420개로, 2010년 기준으로 핀란드 4개, 아일랜드 20개, 독일 70개, 스페인 120개, 그리스 250개보다 많았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kang.chansu@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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