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주려 샀는데 한숨만"..고장 많고 해지 힘든 '키즈폰'

안별 기자 입력 2018. 4. 1. 07:05 수정 2018. 4. 2.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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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같은 이동통신 3사가 내놓은 어린이 전용 스마트폰 ‘키즈폰’이 물량이 모자랄 정도로 잘 팔리고 있지만, 잔 고장이 많고 애프터서비스가 힘들어 소비자 불만이 쌓이고 있다.

키즈폰을 들고 있는 키즈폰 모델들. 본 기사와 관련이 없음. /조선DB

이동통신 3사뿐 아니라 네이버나 카카오도 키즈폰 사업에 뛰어들면서 키즈폰 산업이 커지는 모양새다. 또 3월 새 학기 시작과 어린이를 노린 범죄가 늘면서 안전을 위한 키즈폰 판매량이 급격히 늘고 있다. SK텔레콤의 어린이 전용 ‘쿠키즈 미니폰’의 경우 출시 9일 만에 판매량 1만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보통 키즈폰 업계는 부모들이 키즈폰을 구매하는 이유로 2가지를 꼽는다. 첫째, 위치추적 기능이다. 키즈폰에는 위치추적 기능이 포함돼 있어 아이들의 실시간 위치를 애플리케이션으로 알 수 있기 때문에 안전사고 예방이 가능하다.

둘째, 내구성이다. 보통 아이들의 조심성이 부족하고 뛰어놀기 때문에 내구성이 강할 것 같은 키즈폰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작 키즈폰 구매자들은 잦은 위치추적 오류와 잔 고장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주부 김모(35·여)씨는 “분명 아이가 학원에 있어야 할 시간인데 키즈폰 위치추적 애플리케이션에는 아이가 학원으로부터 1㎞ 떨어진 곳에 있는 거로 나왔다”며 “황급히 확인해보니 아이는 멀쩡히 학원에 있었다”고 말했다.

키즈폰 이름에 대기업 이름이 들어가 있어 믿고 샀는데 제조사가 중소기업이라 배신감이 든다는 소비자도 있었다. 실제로 이동통신 업체들의 키즈폰 광고를 보면 제조사 이름이 빠져 있는 경우가 잦고, 이름이 있더라도 맨 아래에 작게 적시돼 있어 발견하기 어렵다.

한 키즈폰의 주요 스펙 목록이지만 제조사 업체명은 적시돼 있지 않다. /A사 홈페이지 캡처

회사원 이모(35)씨는 “이름 앞에 카카오나 라인 같은 대기업 이름이 적혀 있어서 믿고 샀는데 애프터서비스를 맡기려고 보니 제조사가 따로 있다는 걸 알았다”며 “대기업 애프터서비스를 믿고 산 건데 이럴 거면 차라리 그냥 폴더폰이나 저렴한 보급형 스마트폰을 아이에게 사줬을 것이다”고 말했다.

키즈폰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마케팅 관계로 홈페이지에는 제조사명이 빠져있는 경우가 있다”며 “설명서에는 제조사명이 적혀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잔 고장이나 네트워크 오류로 인한 환불·해지 절차도 복잡해 소비자들의 원성이 높다. 한 키즈폰 제조사 담당의 애프터서비스 센터는 큰 지역마다 한 곳(전국 총 15곳)에 불과해 대부분 택배로 수리를 진행해야 한다. 한 번 수리에 10일 이상이 소요돼 소비자들의 불만이 크다.

이동통신 고객센터와 제조사 애프터서비스 센터 간 서로 책임 전가를 해 소비자들의 불편도 크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키즈폰 사례를 보면 구매자가 이동통신 고객센터에 문의하면 제조사 애프터서비스 센터를 방문하게 했다. 또 제조사 애프터서비스 센터를 방문하면 다시 이동통신 고객센터로 보내기도 했다.

키즈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이동통신 업체에서는 유통과 마케팅만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아서 하드웨어적인 문제는 처리하기 곤란한 경우가 많다”며 “그래서 제조사 애프터서비스 센터를 방문하게 하는데 제조사 애프터서비스 센터가 워낙 적은 수라 소비자들의 불만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 육아 커뮤니티 카페의 키즈폰 관련 불만 게시글. /온라인 홈페이지 캡처

애프터서비스를 접수해도 실제 환불이나 해지를 하기 어렵다. 보통 이동통신 업체들은 ‘동일 부위 3회, 다른 부위 총 5회 고장 시 환불 가능’이라는 자체 규정 기준을 두기 때문에 소비자는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한국소비자원의 다른 키즈폰 사례를 보면 한 소비자는 잦은 기기 오작동으로 키즈폰 해지를 시도했지만, 이미 구매한 지 14일이 지나 위약금 없는 해지와 단말기 환급이 어렵다는 답변을 듣기도 했다.

회사원 박모(37)씨는 “키즈폰이 5번이나 고장 나야 환불이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와 그냥 해지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며 “해지도 쉽지 않아 울며 겨자 먹기로 겨우 수리해 아이가 쓰는 중이다”고 말했다.

키즈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동통신 업체들과 키즈폰 제조업체들과의 협업을 통해 불만사항들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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