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쯤 와락 안기면 안 되겠니?

2018. 3. 20.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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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를 피해 타이 치앙마이로 떠났다.

"꾹꾹이 안 하는 고양이 보셨어요? 제가 여태껏 '꾹꾹이'(앞발로 꾹꾹 누르는 행동) 한번 못 받아봤어요. 집에 가면 어떤 날은 나와보지도 않고. 강력한 의사 표현은 배고플 때만. 한 번은 아리가 집을 나가서 깜짝 놀랐어요. 다행히 다른 집 베란다 아래서 웅크리고 있는 걸 발견. 근데 아무리 불러도 안 와요. 얘가 나를 모르는 건가? 고양이는 정말 집 떠나면 남인가? 결국 먹을 거로 유인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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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애피의 에피소드 (19) 이선옥씨와 쿨냥이 '아리'
6년 전 쫓아와 입양된 길냥이
"내 여태껏 꾹꾹이 한번 못받았다"
글 쓰는 반려인과 쿨하게 살기

[한겨레]

카리스마 있는 표정의 ‘아리’. 그런데 실제 성격은 순하고 겁 많은 ‘쪼랩’이랜다.

추위를 피해 타이 치앙마이로 떠났다. 꽃샘 추위가 가시지 않은 고국에 6살 된 턱시도 고양이를 남겨두고. 아리는 잘 있을까? 애피의 에피소드 이번 회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과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기록하는 작가 이선옥씨와 반려묘 ‘아리’다. 치앙마이에 있는 그와 메신저로 연락했다.

-페이스북 사진을 보니, 여행 중이신가봐요?

“치앙마이예요. 한달 살러 왔어요.” (웃음)

-하필 치앙마이?

“지난겨울 감기를 3주 동안 심하게 앓았는데, 아픈 데다 추워서 웅크리고 지내니 ‘따뜻한 곳으로 가야지' 한 거죠.”

치앙마이에서 산 목걸이에 아리를 새겼다.

-고양이와 함께 살죠?

“이름은 아리. 6년 전에 들인 길냥이예요.”

-오래됐네요.

“원래 고양이를 무서워했는데, 가족 중 한 명이 원해서. 개는 외로움을 많이 타니 사람에게 관심 없는 고양이를 입양하자 했죠. 고양이 까페 글을 읽어보니 ‘사지 말고 입양하라'고 해서 집에서 가까운 길냥이 임보(임시보호) 정보를 알아봤어요.”

-구조된 길냥이를 데리고 오신 거네요.

“미용실 하던 아주머니와 딸이 길을 걷는데, 아리가 졸졸 따라오더래요. 데려오긴 했는데 갈이 살 수 없는 처지라고.”

-그렇게 만났군요.

“자동차에 종이박스에 담요 하나 깔고 가서 데려왔는데, 이놈이 가만히 안 있고 브레이크 페달 쪽으로 와서… 차 세우고 온갖 쇼를 하다가 겨우 상자에 들여보냈는데, 똥을 쌌더라구요. 엄청 스트레스를 받은 거죠. ‘아, 내가 괜한 짓을 했나, 얘를 어떻게 책임지지.' 바로 후회 ㅋㅋ”

뭘 봐? 앞에서 보면 ‘시크’해 보여도, 드러누우면 영락없는 뚱냥이다.

-그런데 벌써 6년이 됐네요.

“지금은 7㎏ 뚱땡이 흑돼지가 됐어요. 흑염소라고도 불러요.”

-많은 시간을 글 쓰실 텐데. 아리가 글 쓰는 데 영감을 주지 않나요?

“그런 거 전혀 없음. 글을 집에서 안 써요. 집에 있을 땐 아리가 일정하게 거리를 두고 쫓아다니죠. 잠은 꼭 같이 자고.”

-두 분 다 쿨~ 하시네요.

“꾹꾹이 안 하는 고양이 보셨어요? 제가 여태껏 ‘꾹꾹이’(앞발로 꾹꾹 누르는 행동) 한번 못 받아봤어요. 집에 가면 어떤 날은 나와보지도 않고. 강력한 의사 표현은 배고플 때만. 한 번은 아리가 집을 나가서 깜짝 놀랐어요. 다행히 다른 집 베란다 아래서 웅크리고 있는 걸 발견. 근데 아무리 불러도 안 와요. 얘가 나를 모르는 건가? 고양이는 정말 집 떠나면 남인가? 결국 먹을 거로 유인했죠.”

-그랬더니요?

“포획! 나는 내가 부르면 막 뛰어와서 안길 줄 알았어요.”

-그래도 떨어져 있으니, 아리 생각 많이 나시겠어요.

“집 오래 비울 때는 힘들죠. 보통 고양이 사는 집에 임보를 했는데, ‘쪼랩’(게임에서 갓 시작한 캐릭터로 낮은 레벨을 뜻함)으로 있으면서 그 집 냥한테 꼼짝도 못하더군요. 그래서 이번에는 아리를 집에 두고 친구한테 와서 밥 주고 놀아주라고 했어요. 그 친구는 제가 맨날 장기여행 가면 좋겠대요.”

이선옥씨는 곧 한국에 돌아온다. 물가가 싸서 경계심을 풀었다가 ‘탕진잼’에 빠져, 보름만에 귀국을 하겠다고 한다. 집에 쿨한 아리가 기다리고 있어서 그런 건 아닐까. 기대는 말자. 반갑다고 달려와서 와락 안기지는 않겠지.

글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사진 이선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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