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포레스트' 조연 오구, 신들린 연기력의 비밀은..

2018. 3. 18.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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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만세 기자의 오구 인터뷰
영화 '리틀 포레스트' 출연 진돗개
레드카펫 밟으며 무대인사 했다

보호소 머물다 얼렁뚱땅 배우 데뷔
'아역배우'에서 '연기신' 성장했지만
"이제 은퇴해 평범한 삶을 살랍니다"

[한겨레]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주인공인 진돗개 오구가 16일 밤 서울 동대문구 메가박스 10층 브이아이피(VIP) 대기실에서 자신을 입양한 구정아 총괄프로듀서 다리 위에 앉아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애니멀피플’ 고양이 명예기자 ‘만세’가 130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을 이어가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 출연한 ‘오구’를 인터뷰했습니다. 오구의 ‘스타 라이프’를 그의 반려인인 구정아 프로듀서가 대신 전합니다. 만세 기자의 동물 스타 인터뷰는 앞으로 계속됩니다.

스크린이 꺼지고 스포트라이트가 불을 밝혔다. 16일 밤 10시,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리틀 포레스트’ 동물사랑 특별 상영회를 찾은 관객들은 자막이 다 올라가고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이 영화 최고 ‘신스틸러’의 무대 인사가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등장에 앞서 사람들은 분주해졌다. 카메라 삼각대를 설치하고, 팬심을 한껏 드러낸 손팻말을 꺼내 흔들었다.

드디어 그가 등장했다. 등허리를 곧게 펴고 탄탄하고 긴 코는 하늘을 향해 살짝 든 채 나비넥타이를 목에 맨 그는 네 다리로 위풍당당하게 걸었다. 여기저기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짐과 동시에 탄식이 이어졌다. “오구다, 너무 귀여워.” 그러나 오늘 행사를 위해 시간을 쏟아부어 준비한 사람들의 노력 따위 개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넋을 놓고 있는 동안 진돗개 오구는 어리둥절한 듯 무대 앞을 한 바퀴 휘 돌더니 곧바로 맞은편 문을 향했다. “오구, 벌써 나갈 거야?” 오구의 반려인이자 ‘리틀 포레스트’ 구정아 프로듀서가 당황한 듯 말했다. 하지만 이내 오구는 스타로서의 면모를 버리지 않고 스크린 아래부터 관람석 맨 꼭대기까지 레드카펫을 밟으며 팬들의 마음에 하나하나 화답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주인공인 진돗개 오구가 16일 밤 서울 동대문구 메가박스 10층 브이아이피(VIP) 대기실에서 애니멀피플과의 인터뷰에 앞서 촬영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혜원(김태리)의 반려견, 성견 오구를 연기한 진원이.

오구는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주인공 ‘혜원’(김태리)의 반려견 역을 한 진돗개 믹스견(혼혈견)이다. 영화는 교원 임용 시험에 실패하고 도시 생활에 피폐해진 혜원이 고향으로 내려와 직접 농작물을 기르고 음식을 해 먹으며 사계절을 보내는 이야기다. 시골의 빈집에서 혜원이 혼자 지내게 되자 친구 ‘재하’(류준열)가 혜원의 품에 강아지 한 마리를 안기는데 그게 바로 오구다.

영화에서 오구를 연기하는 개는 두 마리다. 허스키와 진돗개가 섞인 ‘진원이’(성견 오구)와 실제 이름도 오구인 작은 오구가 있다. 진원이는 개농장에서 구조돼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를 통해 좋은 가정에 입양된 개다. 진원이가 먼저 캐스팅됐고, 오구는 성견 오구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기 위해 전국의 동물보호소를 뒤져 천안에서 찾았다. 영화에서 오구는 다섯 번째 태어난 개라고 해서 오구라 불리는데, 실제 오구는 ‘사구’였다. 네 마리 강아지가 종이 상자에 버려져 있었는데, 그중 오구는 막내였다. 제작진은 오구의 누나 얼굴 사진을 보고 성별도 모른 채 보호소로 달려 갔는데, 알고 보니 암컷이었다. 먼저 캐스팅된 진원이가 수컷이라 암컷은 캐스팅할 수 없었다. “오구는 4남매 중 유일한 수컷이었어요. 그런데 겁이 굉장히 많고, 뭐랄까 첫인상은 좀 ‘쭈구리’ 같았죠.” 구정아 프로듀서가 말했다.

하지만 깜짝 놀랄 연기력을 발휘해 ‘아역배우’ 오구는 큰 오구 진원이보다 더 많은 비중으로 영화에 등장한다. 겨울 강아지 시절부터 봄과 여름 청년 시절까지. 1년간 촬영했던 영화의 시간이 흐르는 대로 오구도 함께 자랐다. 영화 촬영 현장에서 배우 김태리는 오구에게 ‘연기신’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현장에서 오구가 ‘오케이’를 받으면 모두가 오케이였다. 구 프로듀서가 특정한 음으로 오구를 부르면 고개를 까딱 옆으로 꺾으며 때맞춰 의아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영화 촬영 현장에서 연기를 마친 오구에게 스태프들이 휴대용 선풍기로 더위를 식혀주고 있다. 구정아 제공

하지만 구 프로듀서가 폭로한 실제 오구는 연기신의 면모와 거리가 멀었다. 음식만이 그를 조종할 수 있었다. 콘티대로 연기하지 않는 오구 때문에 현장에서 수정되는 장면도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오구와 혜원이 처음 만난 날, 함께 자는 장면이다. 혜원의 이불 속에서 자다 아침이 되어 꼬물꼬물 밖으로 나오는 그 장면의 원래 콘티는 혜원과 오구가 나란히 누워 자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제작진은 오구를 재울 수 없었다. 배부르면 자겠지 싶어 많이 먹여도 보고, 많이 놀면 피곤해 잘 거라며 실컷 놀아도 줬지만 지쳐 떨어지는 건 사람뿐이었다. 결국 이불 속에 간식을 넣어두고, 이불에 쏙 들어가 있는 장면을 연출해야 했다.

그럼에도 스타 개가 된 오구의 하루는 과연 바빴다. 그날 무대 인사에 앞서 저녁 8시 오구는 애니멀피플과 인터뷰를 했다. 그 앞에는 다른 일간지와 인터뷰하는 반려인의 일정에 동행해 사진 촬영을 했다. 오전에는 산책을 다녀왔고, 생애 첫 인터뷰와 무대 인사를 위해 새로 산 나비 넥타이가 잘 어울리는지 목에 걸쳐 보고 확인을 했다. 인터뷰를 가는 길엔 예상치 못한 만남도 가졌다. 동물사랑 특별 상영회를 찾은 서울시 조희연 교육감을 만났다. 이 시대의 스타이자 ‘소셜 애니멀’이 아닐 수 없다. “반짝 스타라고 할까요. 오늘이 그 정점을 찍은 날이에요.” 구정아 프로듀서는 웃으며 말했지만 오구는 오늘 하루만 스타로 살든, 영원한 스타가 되든 아랑곳 않는다는 듯 옆에서 장난감을 물어 뜯고 놀았다.

하지만 카메라와 마주한 순간에는 불꽃같은 열정으로 포즈를 취했다. “오구오구 후루루~” 오구 사진 촬영을 맡은 한겨레 김성광 기자가 평소보다 몇 옥타브는 높은 목소리로 오구를 들뜨게 하자 오구는 양쪽 입꼬리를 올리며 활짝 웃는 듯한 표정을 취했다. 여기에 더해 구 프로듀서에게 입을 맞추며 다정한 모습을 뽐냈다.

영화가 끝나고 구정아 프로듀서와 그의 친구에게 입양된 오구는 12살 고양이 ‘냥이’와 함께 산다. 질투가 많은 냥이는 아직은 어쩐지 오구가 미운지 오구가 잘 때마다 앞발로 머리를 때리고 간다고 한다. 밖에서는 화려한 스타지만 집에서는 매일 고양이에게 얻어맞는 소심한 막내다. 오구의 인기가 많아지며 다른 영화나 광고 등에서 섭외가 들어오지 않느냐는 말에 구 프로듀서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데뷔와 동시에 은퇴하게 생겼어요. 이제 평범한 개로 살 거랍니다.”

만세 기자 manse@hani.co.kr

천안 보호소에서 머물던 시절의 오구. 구정아 제공
오구가 16일 밤 서울 동대문구 메가박스에서 ‘동물사랑 특별 상영회’ 무대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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