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사회] ③삼포세대가 '혼자인 삶'을 바라보는 시선

2018. 3. 15. 10:5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솔로입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아마 대부분 ‘애인의 유무’를 묻는 의도로 가장 먼저 해석할 것이다. 하지만 ‘솔로’의 폭을 넓힌다면 홀로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 즉 1인가구도 포함한다. 이처럼 여러 각도의 솔로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가리켜 우리는 ‘솔로사회’라고 말한다. 그 과정에는 ‘연애 혹은 결혼하지 않을 자유’가 새롭게 등장했다. 앞으로 풀어나갈 글은 “솔로들이여, 일어나라!”와 같은 찬양이 아니다. 단지, 솔로(싱글)이라 불리는 이들이 세상을 바꾸어 나가는 현상의 재확인이다. -편집자주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씁쓸하게도, 비연애·비혼주의는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이 만들어낸 결과이기도 하다. 지금의 청춘도 여전히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다. 다만 환경을 바꿀 수 없으니 생각을 바꾸자는 태도를 취하는 이들이 많아졌을 뿐이다.

하지만 여기서 찾아낼 수 있는 유의미함은 ‘주체성’과 ‘선입견 탈피’다. 어쨌든 사람들은 결혼을 못 하는데서 나아가 ‘안’ 하는 입장을 취하며 과도기에 올라탔다. 요즘의 젊은 세대는 무력한 현실이 슬플지언정, 제도와 그를 둘러싼 입장에 떠밀리지 않고 행복의 가치를 어디에 둬야할지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 이하 내용은 각 인터뷰이의 답변을 토대로 임의 구성한 좌담회입니다.

◈ 참가자
A(여·30) B(여·28) C(여·30) D(남·31)

(사진=픽사베이 제공)

■ 연애? 결혼? 내가 알아서 할게요

이소희 기자(이 기자): 다들 결혼을 안 하겠다는 이유가 뭐야?

A: 결혼하고 싶은 상대가 없기도 한데 사실 굳이 노력하고 있지도 않아. 내가 하고 싶은 걸 참아가며 연애나 결혼을 할 필요가 있을까? 지금까지 해온 연애가 힘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더 이상 하고 싶지는 않더라고. 최근에도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는데 고민 끝에 관계를 시작하지 않기로 했어.

B: 사실 결혼을 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출산이야. 여자들은 아이 낳으면 건강, 사회적 지위 등 많은 걸 잃잖아. 여기에 맞벌이에 살림, 육아까지 하라고? 생각만 해도 피곤해. 아무리 남자가 돕는다 해도 성에 차지 않을 거야. 만약 돈이 많다면 결혼을 하겠지. 사랑이름으로 여자들을 희생시키는 이 사회에서,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한 우리나라에서 그나마 위안 받을 건 돈 뿐이야. 내가 계산적이라고? 생각해 보면 자식도 저절로 자라는 게 아니잖아. 분유, 기저귀도 다 돈이라고.

C: 마찬가지야. 나는 웨딩 판타지를 쉽게 버리지 못하면서도 현실적인 이유로 결혼을 못 하고 있는 쪽에 가까워. 특히 30대에 접어드니 더 하더라고. 인연을 만나는 것부터 내가 주체가 되어 살림을 꾸리는 것, 아이가 자란 후 경력단절을 극복하는 것까지, 모든 일에서 자신감을 잃어가. 20대에 비해 새로운 만남의 기회가 적은 것도 사실이고. 게다가 이제 상대를 결혼상대로 간주하게 되니 더 신중해져.

(사진=픽사베이 제공)

이 기자: 사회적인 부당함 때문에 결혼을 못 하는 상황도 없잖아 있는 거네. 그로 인해 결국 결혼을 안 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든 거야?

B: 결혼을 하고 싶지 않다고 처음 생각한 건 중학생 때였어. 그 때는 자식 잘 키우는 게 전부인, 자식의 성공이 부모의 성공인 삶이 많았지. 자식이 기대에 못 미치면 화풀이도 자식에게 하고. 당장 우리 어머니도 나에게 ‘조건부 희생’을 하고 계신데, 나라고 ‘무조건적인 희생’을 할 수 있을까? 결혼을 해서 자식 중심으로 사는 인생을 살고 싶지는 않아.

D: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통념이 아닐까? 꼭 결혼하지 않아도 오랫동안 사랑할 수 있잖아. 오히려 결혼을 준비하면서 양쪽 집안의 이해관계가 얽히고 정작 연인에게 소홀해지는 것 같아.

(사진=픽사베이 제공)

■ 비연애·비혼이 삶에 미치는 영향

이 기자: 비연애 혹은 비혼을 결심하고 난 뒤 생활에서 달라진 게 있어?

A: 오롯이 나의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게 좋지. 자주 만나는 친구들이 이성인 경우가 많아서 남자친구와 많이 다투기도 했는데 이제 그럴 일도 없고. 남자친구는 남자친구고 이성 친구는 이성 친구 아니야? 난 친구들과의 시간도 소중해. 이런 소소한 행복을 구태여 하는 노력 없이 지킬 수 있어서 지금이 좋아.

C: 아까도 말했듯 연애나 결혼을 결심하지 않은 적은 없어. 하지만 연애나 결혼을 하고 있지 않은 지금, 삶의 질이 높아졌다는 생각은 들어. 원할 때 언제든 먹고 마시고 떠나고 일탈하는 일상이 소중해. 부모님 생일 선물을 챙길 때나 저축을 유동적으로 할 때도 모두 나의 자유의지로 결정되고. 이런 것들이 혼자인 삶에서 가치 있다고 여겨.

D: 같이 살 집 마련, 혼수, 결혼 준비 등 껄끄러운 절차를 생각하지 않아도 되잖아. 그 덕분에 조금 더 여유로운 나만의 삶을 꿈꿀 수 있고 스스로에 집중할 수 있게 됐어. 연애를 하고 있더라도 그 사람의 가정환경, 모아놓은 돈, 가족 병력 등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사진='비정상회담' 화면 캡처)

■ 우리를 ‘이상한 취급’하는 이들에게

이 기자: 다들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생각하는구나. 그런데 주변 사람들은 혼자 살아가겠다는 입장을 이해해?

B: 나는 상황이 바뀌게 되면서 주변 의견과 내 신념과 충돌한 케이스야. 원래 부모님도 나의 비혼을 지지해주셨거든. 그런데 형제가 사망하고 난 뒤에는 “손주는 누구한테 보니?”라는 말을 하기 시작하셨어. 부모님마저도 나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주지 않는 느낌을 받았지. 내 인생을 평생 책임져주지도 않을 거면서 왜 아이를 낳으라고 말하는 걸까?

D: 맞아. 나는 비혼·비연애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타인의 시선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거든. 다만 결혼을 원하는 부모님들을 설득하는 게 힘들어.

(사진=픽사베이 제공)

이 기자: 부모님 세대는 비연애, 특히 비혼을 받아들이기 힘드실 거야. 아무리 삶의 형태가 다양해진다고 해도 모두가 이를 존중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연애하고 결혼하고, 이 수순이 당연해진지 너무 오래 됐으니까. ‘평범해져라’라는 말 많이 들었지?

B: 부모님이나 친척들이 결혼 이야기할 때마다 가슴이 턱턱 막히지. 주변에 본인의 욕심을 강요하고, 결혼을 안 한다고 하자 취급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해. 하지만 결혼을 종용받은 당사자가 막상 결혼을 한다고 해서 행복해질까?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로 부모가 되는 게 더 이기적인 일일 텐데 말이야. 비연애·비혼을 이야기할 때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게 너무 지겨워.

C: 나도 가족들이 남자친구가 있는지 꾸준히 물어봐. 습관처럼 “왜 애인이 없어? 결혼 안 해?”라고 묻는 지인들도 많아. 결혼이 의무도 아니고 내가 평생을 함께할 사람을 만나지 못한 것뿐인데 말이야. 이런 질문을 한 두 번은 참아도 계속 반복하는 사람에게는 대놓고 짜증을 낼 수밖에 없어. 다만 지인들의 경조사에 혼자 참여하면 눈치가 좀 보이더라고. 누가 눈치를 주는 건 아니지만 어울리는데 한계를 느껴. 다들 연인이나 남편과 참석을 하니까.

A: 다들 그렇구나. 나는 주변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고 있어. 그만큼 인식이 많이 바뀐 건지, 내 주변에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은 건지 오히려 공감하고 격려(?)하는 사람들도 있어. 부모님도 “너만 좋다면 혼자 살아도 괜찮다”면서 딱히 연애나 결혼을 재촉하지 않고. 그동안 부모님이 투자한 축의금이 아까울 뿐이야.

[솔로사회①] “비혼·비연애 선언” 우리는 ‘안’ 하는 거라고요
[솔로사회②] 일코노미부터 비혼식까지...세상을 바꾸는 솔로들
[솔로사회③] 삼포세대가 ‘혼자인 삶’을 바라보는 시선
[솔로사회④] 당신은 ‘홀로 살아갈 자유’에 간섭할 수 없다

culture@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