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란의 어쩌다 투자]세계 최초 '암호화폐 아이돌' 프로듀서 인터뷰.."멤버는 절대 가면을 벗지 않는다"

고란 2018. 3. 13.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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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통화소녀 프로듀서 '사토시 나카모토(예명)'
그가 털어 놓는 '가상통화소녀'의 탄생 비화

암호화폐 ‘대국’ 일본의 면모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거는 암호화폐를 테마로 한 아이돌 그룹의 탄생이다. 지난 1월 일본에서 여성 8명으로 구성된 ‘가소쓰카쇼조(假想通貨少女)’, 우리말로 하자면 ‘가상통화소녀’가 활동을 시작했다.

멤버들은 각자의 암호화폐를 상징하는 가면을 쓰고 활동한다. 비트코인ㆍ이더리움ㆍ리플ㆍ비트코인캐시ㆍ네오ㆍ카르다노ㆍNEMㆍ모나코인 등이다. 콘셉트에 맞게 이들의 콘서트 티켓과 상품을 암호화폐로 살 수 있다.

멤버들은 월급도 암호화폐로 받는다. 지난 1월 말엔 일본 2위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체크가 해킹을 당하면서 이들이 월급을 못 받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세계 최초 암호화폐 걸그룹인 가상통화소녀의 프로듀서를 지난달 일본 도쿄 신주쿠에 위치한 기획사 ‘신데렐라 아케데미’ 본사에서 만났다.

그는 사진 찍기를 거부하며 이름도 공개하지 않았다. 인터뷰 기사에 가명이라도 이름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하자, “그럼 사토시 나카모토(비트코인의 창시자,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로 불러 달라”고 요청했다. 다음은 일문일답(※는 편집자 주).

2월 20일 인터뷰에 동석한 가상통화소녀 멤버 카르다노(왼쪽)과 비트코인. 엄지와 검지로 만든 동그라미 모양을 서로 맞대 블록체인을 표현했다. 박상용 중앙일보 도쿄총국 기자

Q : 암호화폐 테마의 걸그룹 ‘가상통화소녀’를 만든 계기는 무엇인가. A : “암호화폐(※일본에서는 암호화폐를 통상 ‘가상통화’라고 부른다. 그 역시 가상통화라고 지칭했다)와 아이돌, 여고생을 결합하면 재미있겠다고 1년 전부터 생각했다. 1~2년 전만 해도 암호화폐 붐이 그렇게까지 일지 않아 기회만 엿보고 있다가 지난해 말에 암호화폐에 대한 TV 광고가 많이 나오는 걸 보면서 이제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원래 우리 기획사는 ‘세이자핫케이(星座百景ㆍ성좌백경)’라는 아이돌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2016년 결성된 12성좌(星座) 별자리를 모티브로 탄생한 그룹이다. 100명의 멤버를 구성하는 것이 목표다. 멤버들은 각각 자신을 상징하는 색깔이 정해져 있다. 현재는 30여 명의 멤버가 영입됐다).

이 그룹에서 하드포크(hard fork)된 게 가상통화소녀다(※하드포크는 블록체인 상에서의 체인분리를 말한다. 일종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인데, 이 과정에서 기존 암호화폐에서 떨어져 나와 새로운 암호화폐가 탄생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2017년 8월 1일, 비트코인에서 하드포크돼 비트코인캐시가 탄생했다).”

Q : 왜 8명인가. A : “딱히 이유는 없다. 일본엔 5명, 6명, 7명인 그룹이 많다. 8명인 그룹도 있지만 그다지 많지 않다. 멤버가 점점 늘어나서 그렇게 된 것도 있다. 새로운 멤버도 영입할 예정이다. 라이브 공연(※이달 15일 일본 도쿄 미나미 아오야마에서 ‘화이트데이 아니야? 백서 데이야!’라는 제목의 콘서트가 예정돼 있다) 때 발표할 계획이다. 그때까지는 비밀이다.” [3월 15일, 새로운 멤버 영입을 예고하는 동영상 (https://youtu.be/fOm53RbSXk8)]

Q : 멤버 8명에 해당하는 암호화폐로 비트코인 등 8개를 선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시가총액 순서인 것 같은데, 왜 라이트코인은 빠지고 모나코인은 들어갔나(※5일 코인마켓캡 기준으로 시가총액 상위 8개 암호 화폐 가운데 라이트코인ㆍ스텔라는 빠지고 대신 NEM과 모나코인이 멤버로 들어가 있다). A : “재밌을 것 같아서. 라이트코인 같은 유명한 코인이 왜 안 들어갔을까 생각하게 하고 싶었다. 두 화폐(NEM과 모나코인)는 아이돌과 가깝기 때문에 선정했다. 아키하바라(※일본 도쿄의 전자상가 밀집 지역)에서 활용되고 있고, (가상통화소녀가) 아키하바라에서 라이브도 한다.

일본에서 탄생했다는 이유도 있다(※NEM은 일본에서 특히 인기가 많은 암호화폐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말 코인체크 거래소에서 해킹당한 암호화폐도 NEM이다. 모나코인 일본 최초의 암호화폐다. 소위 ‘오타쿠’ 문화와 관련한 상품 결제에 실제 쓰인다).

세계 최초 암호화폐 테마 아이돌 그룹 ‘가상통화소녀’ [사진 신데렐라 아카데미]

Q : 멤버들에게 어떻게 각자의 암호화폐를 부여했나. 원칙이 있나. A : “성좌백경에서의 이미지나 멤버들의 성격에 따라 각자에 맞는 암호화폐를 결정했다. 예를 들어 리플은 속도가 가장 빠르다. 그런데 리플을 맡은 멤버는 아오모리(靑森)에서 통근하고 있다. 버스로 10시간 걸린다. 모이라고 하면 가장 늦게 온다. 그 갭(차이)이 재미있어서 그 이름(리플)을 붙였다.

네오는 성좌백경에서 녹색을 맡고 있다. 다른 사람의 장점을 빠르게 흡수하는 똑똑한 멤버다. 네오도 이더리움의 장점을 잘 따라한 느낌이어서 그 이름을 붙였다(※네오를 상징하는 마크의 색깔이 녹색이다. 네오는 '중국판 이더리움'으로 불린다).

NEM을 맡은 멤버는 별명이 ‘평화의 상징’이다. 세계 평화를 바라는 멤버로 순수한 사람이다. NEM 자체가 중요성 증명(Proof of Importance) 방식을 채택해 많이 쓰면 쓸수록 보상을 많이 받는다(※NEM은 다른 암호화폐와 달리 거래를 증명하는 방식으로 작업증명(POW)이나 지분증명(POS)이 아닌 POI 방식을 사용한다. POW는 과도한 컴퓨터 채굴에 따른 에너지 낭비가, POS는 암호화폐를 많이 보유할수록 보상을 더 주는 식의 불평등한 구조가 문제로 지적된다. NEM은 이와 달리 POI 알고리즘을 사용해 NEM 네트워크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사람에게 수수료를 분배한다. 이 때문에 모든 사람이 평등한 이익을 얻을 기회를 갖게 되는 ‘부의 재분배’가 가능하다. NEM 자체가 ‘신경제 운동(New Economic Movement)’의 약자다).”

Q : 그룹의 리더는 비트코인캐시인가. 암호화폐 테마 걸그룹의 리더라고 하면 당연히 비트코인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A : “비트코인캐시가 리더다. 비트코인캐시 지지자들 가운데는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 리더격이 사람, 곧 인플루엔서(influencer)가 많다. 그래서 비트코인캐시를 그룹 리더로 하면 그런 사람들이 그룹을 응원해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센터는 비트코인이 맞다. 야구부에 빗대면 비트코인캐시가 주장이고, 비트코인은 에이스 투수다.”

Q : 실제로 로저 버 같은 사람의 후원이 있었나(※비트코인 초기 투자자로 비트코인 부자 6위에 오른 인물이다. ‘비트코인 예수’라 불리며, 현재 암호화폐 정보업체 비트코인닷컴의 대표다. 세계 최대 채굴업체인 비트메인의 우지한(吳忌寒)과 함께 비트코인캐시의 강력한 지지자다). A : “우지한이 트위터 쪽지(DM)로 왜 멤버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느나며 물어온 적 있다. 존 맥아피(※사이버 보안 전문가이자 최초의 상용 안티 바이러스 소프트웨어 회사 설립자)도 트위터 DM을 보내왔다. DM이 전부고 다른 건 없었다. 아직은 금전적인 후원 등을 요청하고 있지는 않지만 향후 그럴 생각도 있다.”

Q : 가장 인기 많은 멤버는. 암호화폐의 인기와도 관련이 있나. A : “크게 차이는 없다. 아무래도 비트코인이 그룹의 센터이고 아이돌 출신인 데다, 비트코인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인기가 가장 많은 것 같다. 최근 코인체크 해킹 사태의 여파로 NEM도 인기가 많아졌다.”

가상통화소녀 멤버 비트코인 히나노 시라하마(16). [사진 신데렐라 아카데미]

Q : 멤바들이 암호화폐로 월급을 받는다고 알고 있다. 각자의 암호화폐로 받는 건가. A : “(비트코인은 괜찮지만) 다른 코인으로 받으려면 넘어야 할 난관이 좀 있다. 일본 거래소라면 그런 게 없지만 해외 거래소에 등록하려면 언어도 문제고. 멤버 중 미성년자도 있어서 번거롭다.

지금은 일본 거래소에서 살 수 있는 코인, 그 중에서도 비트코인이 가장 간단히 구입 가능하기 때문에 일단 비트코인으로 주기로 했다. 다만 1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는데, 코인체크 사태가 벌어지는 바람에 아직 1월분 월급을 지급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각자의 이름에 맞는 화폐를 줄 계획이지만 지금은 초기이고 암호화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일단 이해하기 쉬운 비트코인을 먼저 지급하고 앞으로 NEMㆍ네오 같은 다른 화폐로 바꿔나갈 계획이다.”

Q : 코인체크 해킹 사태로 멤버들이 월급을 못 받는다고 들었다. 이제 월급은 정상 지급되고 있나. A : “코인체크에 회사 월급을 맡겨놨는데 코인체크가 운영을 중단했다(※해킹 사고 이후 코인체크는 현금을 비롯한 모든 암호화폐의 입출금을 중단했다. 지난달 13일부터는 현금(엔화) 출금을 정상화했다). 코인체크에 들어 있는 건 NEM이 아니라 현금이었다.

최근에 현금은 출금 가능하다고 해서 200만 엔을 출금했다. 월급을 줘야 하니까 멤버들에게 엔화로 줄까 물었더니 필요 없다고 하더라. 왜 그러느냐 했더니 자신들을 믿고 코인체크에 돈을 넣어둔 팬들이 아직 돈을 되찾지 못했는데 자신들만 돈을 받을 순 없다고 말하더라. 우리는 NEM이 없어 피해가 없었지만, 멤버 NEM의 팬들은 모두 NEM을 샀으니 그들은 돌려받지 못할 거 아닌가. 멤버들이 참 대견하다고 생각한다. 일단 코인체크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지켜보기로 했다.”

Q : 2월 16일 콘서트는 잘 진행됐나. 콘서트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가상통화소녀는 코인체크 해킹 사태 피해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이날 코인체크 이용자에 한해서 무료 콘서트를 열었다). A : “반응이 아주 좋았다. 찾아온 팬들에게 ‘오늘 하루는 다 잊고 울분을 다 쏟아내라’고 했다. 우리는 암호화폐를 지지하는 아이돌 아닌가. 일본에서 몇만 명이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암호화폐를 지지하는 아이돌로서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가 뭘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뾰족한 수가 없었다. 결국 우리는 노래하고 춤추는 것밖에 못하니까(콘서트를 하게 됐다). 그날만큼은 바보처럼 다 잊어버릴 수 있도록. 밸런타인데이가 가까웠기 때문에 코인 초콜릿을 선물로 주고 그중에 NEM이라고 쓰여 있는 당첨 초콜릿을 받은 두 명에겐 이제 돈을 잃어버리지 말라는 의미에서 하드웨어 지갑을 경품으로 줬다.”

가상통화소녀 멤버 카르다노(ADA) 카나코 마츠자와(17). [사진 신데렐라 아카데미]

Q : 암호화폐에 개인적으로 투자하고 있나. A : “멤버 이름이 내 포트폴리오일 수도 있다(웃음). 농담이다. 그런 질문에는 늘 비밀이라고 답하고 있다. 아이돌 (그룹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도박, 투자의 느낌이다. 사실은 나도 암호화폐를 가지고 있다. 가상통화소녀를 만들기 전에 이 그룹을 만들기 위해 투자를 해봤다. 투자를 해보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가 없으니까. 얼마나 가졌는지는 비밀이다."

Q : 가사가 인상적이다. ‘비싸게 사면 지옥이야’, ‘가자~! 하자~! 막사들이면 안 돼, 폭락이 올 거니까’ 등 현실을 예견하는 듯한 가사다. 가사는 어떻게 쓴 것인가(※지난 1월 초, 가상통화소녀 공식 데뷔 후 1~2월 암호화폐 시장은 폭락했다). A : “내가 직접 썼다. 하루 만에 다 써버렸다. 현실을 예견한 건 단지 운이 좋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게 미래 예지 능력이 있는지도 모르겠다(웃음).” [참고: 가상통화 소녀 ‘달과 가상통화와 나’ 영어 바전 https://youtu.be/g2jGuqWNZXU)]

Q : 멤버들 가면은 언제 벗나. A : “벗지 않는다. 멤버들 사명은 자기 얼굴을 알리는 게 아니라 (암호화폐의) 표식을 기억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면을 벗으면 성좌백경이 돼 버린다. 이미 팬들은 누가 누군지 다 알고 있다.”

도쿄=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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