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박근혜까지 따라한 '괴짜 한의사'.."재밌잖아요"

한지연 기자 2018. 3. 12. 04:4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두루마리 휴지는 머리띠가 됐다.

시선 방향과 흔들리는 눈동자, 경직된 볼 근육과 눈가 주름까지 누군가를 빼다 박았다.

젊은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간단한 소품만으로 박 전 대통령의 표정을 따라한 사진 한 장이 지난해 12월6일 인스타그램에 올라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상진 보령한의원장 "인생 한 번, 즐겁게 살아야죠..'관종'답게"
박근혜 전대통령, 가수 이효리, 인면조, 김보름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이명박 전 대통령(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사진=이상진 한의사 인스타그램

두루마리 휴지는 머리띠가 됐다. 시선 방향과 흔들리는 눈동자, 경직된 볼 근육과 눈가 주름까지 누군가를 빼다 박았다. 젊은 시절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간단한 소품만으로 박 전 대통령의 표정을 따라한 사진 한 장이 지난해 12월6일 인스타그램에 올라왔다. 어찌보면 이젠 논란의 인물이 됐지만 누리꾼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너무 똑같다' '재밌다'며 ㅋ을 남발한 댓글들이 줄을 이었다.

굳이 따라하지 않아도 될 인물까지 따라하는 이 사람, 이상진 보령한의원장(37)이다. 하도 흉내를 잘 내서 '의사계의 정성호'라 불린다. 지난해 11월 '#따라스타그램'을 시작한 뒤 벌써 100명이 넘는 유명인을 따라했다. 가수 이효리부터 미투(#MeToo)의 중심에 선 안희정 전 충남지사까지 접수를 마쳤다.

취미로 시작한 일이 입소문이 났고, 어느새 '인스타그램 스타'가 됐다. 심상정 정의당의원실은 그가 심 의원을 따라한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기도 했다. 자신을 따라해달라는 요청도 심심찮게 들어온다. 이쯤되면 직업이 뭔지 헷갈릴 정도다.

이상진 원장의 진료실 한 켠엔 의료용품과 보드게임이 함께 있다(왼쪽). 동의보감과 립스틱도 함께 자리했다. /사진=한지연 기자


지난 7일 오전 11시쯤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이 원장의 한의원을 찾았다. 진료실부터 범상치 않다. 컴퓨터 모니터 두 대와 마이크가 책상 한 켠을 차지해 '스튜디오'를 방불케 했다. 책장에는 동의보감, 그 앞에는 립글로스가 함께 놓여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리춘희 조선중앙TV 아나운서, 전현무·한혜진 커플, 이은재 자유한국당의원, 임효준 쇼트트랙국가대표 산도르 리우 샤오린 헝가리 쇼트트랙선수, 김경애 컬링 국가대표. /사진=이상진 한의사 인스타그램


립글로스의 용도를 물었더니 무언가 보여주겠다 했다. 잠시 뒤 이 원장은 빨간색 저고리와 검정 치마를 입고 나타났다. 오늘의 모사 주인공은 리춘희 조선중앙TV 아나운서. "북한을 방문한 대북사절단이 4월 말 제 3차 남북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한 날이라 선택했습니다."

모니터 왼쪽엔 리춘희의 사진이 떠있고, 오른쪽엔 캠 화면이 이 원장을 비췄다. 두 손을 사용해야 할 땐 키보드를 바닥에 두고 발로 스페이스바를 눌러 사진을 찍는다.

7일 출근 전 직장인극단 연습실에 들러 저고리와 치마를 빌려왔다. 립스틱을 바르고 리춘희 조선중앙 TV 아나운서를 흉내내고 있는 이상진 원장/사진=한지연기자

모사 대상을 선정하는 기준은 딱히 없다. "그날 하루 SNS를 둘러보고 가장 많이 언급되는 사람을 선택해요." 그가 따라한 인물들은 직업도, 화제가 된 이유도 다양하다. 다만 좋지 않은 일로 이슈가 된 사람을 따라할 땐 최대한 담백하게 표현한다.

소품 준비도 스스로 한다. 포인트를 하나 잡아 진료실에서 구할 수 있는 물품으로 대체한다. 컬링 대표팀을 흉내낼땐 솜 통이 컬링 스톤이 됐고, 산도르 류 샤오린 헝가리 쇼트트랙 선수를 흉내낼땐 빨간 뽁뽁이(포장재)가 장갑이 됐다. "똑같은 제품은 오히려 재미가 없죠. '싼 맛'이 재미잖아요."

따라할 사람을 선정하고 모사할 아이템을 구상하는 기획 단계만 반나절이 걸린다. 사진을 30장 정도 찍고 비교하고 편집하면 1시간이 훌쩍 넘는다.

돈을 받는 것도 아닌데 사서 고생하는 이유는 뭘까. 그냥 '재밌어서'다. 이 원장은 "어떤 커다란 목표를 위해 나아가는 것만이 인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인생의 목표는 결국 '행복'인데 행복하려면 즐거워야 한다. 남들도 재밌다고 하니 더 좋다"고 말했다.

마이크가 위치한 이 원장의 진료실(왼쪽), 이원장이 환자에게 침을 놓고 있다./사진=한지연 기자

리춘희의 감긴 듯한 두 눈과 벌어진 콧구멍을 흉내내며 사진을 찍는 것도 잠시, "원장님"을 부르는 간호사의 목소리에 부리나케 저고리를 벗고 가운을 걸쳤다. 다시 본분을 찾아 침을 놓으러 갈 시간이다.

환자들은 그의 '이중생활'을 잘 알지 못한다. 이 원장은 "어르신 환자분들이 많다보니 '취미활동'을 숨기진 않더라도 굳이 나서서 밝히지도 않는다"며 "놀라거나 싫어하실 수도 있다"며 겸연쩍게 웃었다.

스스로를 '관종'(관심종자)이라 부르는 이 원장은 앞으로 더 즐겁고 '다이내믹'하게 사는 것이 꿈이다. "한의원에서 진료하고 취미생활하는 지금도 즐겁습니다. 다만 대학로에서 오픈런 연극을 하고, 강연·방송도 하면 인생이 더 재밌어지겠죠?"

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이상봉 기자 assio28@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