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장애인 선수는 어떻게 알파인 스키를 탈까?

곽우신 입력 2018. 3. 8. 22:18 수정 2018. 3. 8.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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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종목 아니? - 패럴림픽 ④] 장애인 알파인 스키에 도전하는 4인4색 국가대표

[오마이뉴스 곽우신 기자]

빠른 속도로 슬로프를 가르며 장애물(기문)도 통과해야 하는 알파인 스키. 그런데 눈이 보이지 않아도 알파인 스키를 탈 수 있을까? 정답은 '있다'이다. 패럴림픽 알파인 스키의 세부 종목에는 시각 장애인 선수들이 참여한다.

시각 장애인 선수들은 '함께' 달린다. 누구와? '가이드'와. 무선 헤드셋을 착용한 선수와 가이드 러너는 같이 활강하면서 신호를 주고 받는다. 선수보다 앞서서 스키를 타는 가이드 러너의 신호에 따라, 선수는 속도와 방향 등을 결정해 움직인다.

지체 장애인 선수들도 정도에 따라 입식 혹은 좌식 종목으로 경기에 나선다. 특수 제작된 스키를 타고 폴을 자유자재로 놀리며 활강한다. 등급 분류법은 바이애슬론과 동일하다. 입식은 LW1~LW9, 좌식은 LW10~LW12이다. (LW9 등급은 팔과 다리 중복 장애를 의미한다). 좌식 등급은 팔로 지탱했을 때 균형을 잡을 수 있느냐 없느냐 등을 두고 나눈다. 시각장애 부분인 B1~B3는 '전맹(全盲)'·'5도의 시야와 2/60의 시력'·'5~20도 시야와 2/60~6/60의 시력'으로 구분한다.

여타 패럴림픽 종목들이 그렇듯, 장애인 알파인 스키 역시 단순히 '빠르다'는 것으로 메달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선수들은 각자의 장애등급에 따라 소수점 4자리 값이 지정되어 있다. 통과 기록에 이 숫자를 곱하여 산출된 최종 기록(Official Result)으로 순위를 매긴다.

스키 매력에 빠져버린 4명의 태극 마크

2018 평창 패럴림픽 알파인 스키에는 총 4명의 국가대표가 출전한다. 이치원, 한상민(이상 좌식), 양재림, 황민규(이상 시각 장애인)이다. 양재림 선수의 가이드 러너는 고운소리, 황민규 선수의 가이드 러너는 유재형이다.

이치원 선수는 본래 유능한 장애인 농구선수였다. 그러나 우연히 좌식 스키를 타게 된 날, 이 스피드에 반해버렸다.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스키 선수가 되기 위해 훈련에 돌입한 이치원은 국내 최정상 자리까지 올랐다. 그러나 2014년 소치 때는 실수로 기문을 그냥 지나치면서 실격처리 되고 말았다. 이번 패럴림픽은 그 때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활강·회전·대회전·슈퍼대회전·슈퍼복합 5종목에 모두 출전한다.

한상민 선수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체육 선생님의 권유로 장애인 스키를 시작했다. 그리고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국내 패럴림픽 알파인 스키 역사상 첫 메달이었다. 하지만 이후 불운이 잇따랐다. 결승선 앞에서 넘어지기도 했고, 기상 악화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16년 만에 두 번째 메달에 도전한다. 다섯 종목 중 최소 한 종목에서 메달을 따는 게 목표이다.

양재림 선수의 왼쪽 눈은 전맹이다. 오른쪽 눈도 10분의 1 정도밖에 보이지 않는다. 다섯 살 때 처음으로 스키를 탔다. 양쪽 눈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미술에도 소질이 있어서 대학도 미술로 진학했지만, 스키에 대한 마음이 항상 있었다. 2010년부터 스키 선수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2015년부터 고운소리 가이드 러너를 만나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다. 고운소리는 국가대표 상비군, 유니버시아드 대표 등을 거친 스키 인재이다. 고운소리에게는 이번이 첫 패럴림픽이다. 양재림 선수 역시 활강·회전·대회전·슈퍼대회전·슈퍼복합 5종목에 도전하는 기대주이다.

황민규 선수는 원래 육상 선수였다. 시각장애 2급이지만 멀리뛰기, 높이뛰기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한국 신기록도 썼다. 하지만 스키 캠프에 참여했던 날 이후, 그의 목표는 육상에서 대한민국 첫 장애인 스키 금메달리스트로 바뀌었다. 워낙 체력이 좋은 선수였기에, 고강도의 훈련을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었다. 5년 전 장애인 육상계를 놀라게 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평창 패럴림픽을 놀라게 할 수 있을까? 알파인 스키 코치 출신의 유재형 가이드 러너와 함께 회전·대회전을 달린다.

* 장애인 알파인 스키(금메달 30개)
남자: 활강 입식·좌식·시각장애, 회전 입식·좌식·시각장애, 대회전 입식·좌식·시각장애, 슈퍼대회전, 슈퍼복합 입식·좌식·시각장애
여자: 활강 입식·좌식·시각장애, 회전 입식·좌식·시각장애, 대회전 입식·좌식·시각장애, 슈퍼대회전, 슈퍼복합 입식·좌식·시각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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