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팀3쿠션 결승전 마지막 샷, 심장멎는 줄"

2018. 3. 3.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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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장희 세계팀3쿠션선수권 2연패 韓감독
"'초구=동궁'은 성원이와 동궁이가 상의해서 결정"
40:28로 이긴 8강 프랑스전 선수들 컨디션 최악
11점 뒤진 결승전 브레이크타임때 딱 두 가지 조언
"우리에게 7~8점 찬스 온다" "득점 어려우면 완벽히 수비"
"성원이 가치 재발견, 동궁이는 대회위해 파워 스타일 버려"
"멋진 후배들과 함께 하며 좋은 성적내 영광"
대한민국 당구 사상최초의 "세계팀3쿠션선수권" 2연패를 이끈 이장희 감독을 MK빌리어드뉴스가 만났다. 사진은 "2018 독일 비어센 세계팀3쿠션선수권" 경기에 앞서 대회장에서 최성원(왼쪽), 강동궁(오른쪽)과 기념촬영 하고 있는 이장희 감독. (출처=이장희 감독 페이스북)
[MK빌리어드뉴스 이상연 기자]지난 27일 오전 11시. 2018 세계팀3쿠션선수권(이하 세계팀선수권)대회 우승으로 한국당구사상 최초 세계팀선수권 2연패를 달성한 한국대표팀이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공항에서 이어진 최성원(부산시체육회‧12위)-강동궁(동양기계‧17위)인터뷰 말미에 두 선수는 취재진에게 한마디 건넸다.

“우리 감독님은 취재 안하시나요? 얼마나 고생하셨는데…”

한켠에서 대한당구연맹 관계자들의 축하를 받던 이장희 감독(51)은 화들짝 놀랐다. 쑥스러운 미소로 선수들 한 가운데에 선 그는 “한 경기도 방심할 수 없었던 힘든 상황을 극복한 후배들이 자랑스럽다”고 선수들을 치켜세웠다.

이 감독은 2013년부터 한국당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아왔다. 2013년 인천 인도어아시안게임 및 콜로비아 칼리 월드게임 3쿠션 감독, 지난해 ‘제5회 투르크매니스탄 인도어아시안게임’은 캐롬종목 코칭스탭으로 참가했다. 그리고 올해 세계팀선수권 감독으로 한국의 ‘최강 듀오’를 지도하며 대회 2연패를 이끌어냈다.

아직도 우승의 여운이 진하게 남은 지난 28일, MK빌리어드뉴스가 이장희 감독을 만났다. 그가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JS당구클럽’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 감독은 “우승 직전에 얼마나 긴장했던지 지병인 혈압이 오르는 줄 알았다”고 회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예선 첫 경기, 베트남전 초구는 선수들끼리 상의해 동궁이로 정했어요" 이날 인터뷰에서 이장희 감독은 베트남전 초구 선수로 강동궁이 선정된 이유에 관한 비화를 들려줬다. 강동궁과 트란 쿠엣 치엔(베트남)이 뱅킹을 하고 있는 가운데 최성원이 뒤에 앉아 이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 왼쪽엔 긴장한 얼굴의 대한민국 대표팀 이장희 감독이 앉아 있다. (출처=이장희 감독 페이스북)
▲우승직후 MK빌리어드뉴스 기자에게 “수명 3년 줄어드는 줄 알았다”고 했는데.

=스포츠종목 지도자들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다. 결승전 오스트리아의 마지막 후구 공격땐, 속이 타다 못해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다. 오죽했으면 지병인 혈압이 오를까 걱정했을까.

▲선수들이 귀국인터뷰 때 감독님을 챙기더라.

=멋진 후배들이다. 하하. 사실 지도자보단 선수들이 포커스를 더 받아야 한다. 그래서 취재진이 선수들 둘러쌀 때도 일부러 옆으로 빠져 있었다. 그런 후배들과 좋은 성적으르 내서 영광이다.

▲대회를 되돌아보겠다. 우선 예선전에서 한국이 ‘죽음의 조’를 가볍게 통과했는데.

(한국은 C조 예선에서 베트남을 40:21, 덴마크를 40:30, 그리스를 40:21로 꺾었다. 3경기 평균 애버리지는 무려 2.222)

=대회 첫 게임 베트남전 직전, 선수들에게 한마디 했다. “우리보다 강팀도, 약팀도 없다” 분명 한국은 입상권 전력이지만, 그렇다고 다른 팀들을 얕보면 안 된다는 의미였다. 당초 약팀으로 분류된 덴마크가 좋은 예다. 토니 칼센, 토마스 앤더슨의 최근 경기를 분석하니 상승세였다. 결국 덴마크는 4강까지 진출하지 않았나. 이런 겸손한 자세로 예선에 임했다.

▲강동궁이 ‘난적’ 베트남전 초구를 친 이유는.

=그걸 두고 고민 많이했다. 부담감 높은 상황이지만, 서로 자신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둘 모두 한국 톱클래스 선수 아닌가. 그래서 서로 상의하라고 했고, 그 결과 동궁이가 이번 대회 한국의 첫 공격을 담당하게 됐다. 베트남전 1이닝 다득점(6점)의 숨은 이야기다.

▲8강 프랑스전도 40:28로 여유롭게 승리했다. 그런데 당시 선수들 컨디션이 최악이었다던데.

=경기 시작시간이 독일 기준으로 오전 8시, 한국 시간으론 새벽 4시였다. 선수들 컨디션이 가라앉는 게 눈에 보이더라. 또 경기에 앞서 산책이라도 하며 선수들이 몸을 풀도록 했어야 했는데, 그걸 못했다. 감독으로서 실책이다. 대회 통틀어, (선수들의)8강전 스트로크가 가장 좋지 않았다. 여기에 입상권인 4강전을 앞둔 경기라는 부담감도 더해졌다.

▲4강 덴마크전은 연장까지 가는 접전이었다. 당시 감독으로서 심정이 어땠나.

=예선에서 우리가 이겼기에 덴마크가 수비에 치중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다면 쉬운 공은 꼭 득점해 그걸 연속득점으로 이어가는 게 승부의 핵심이 될 공산이 컸다. 초반엔 예상이 적중했다. 까다로운 난구를 풀어내며 10이닝까지 22:7로 앞서갔다. 하지만 덴마크가 수비와 함께 연속득점에 성공하면서 점수가 뒤집혔다. 선수들이 집중해 재역전했지만, 기어코 연장까지 들어가더라. 피가 마르는 것 같더라. 하지만 연장전에 들어가서 덴마크가 흔들렸다. 한국의 공수를 염두한 샷에 덴마크의 샷 정확도가 떨어지더라.

▲오스트리아와의 결승전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였다. 전반전 이후 무려 11점을 뒤집으며 승리했다. 브레이크타임 때 선수들에게 어떤 조언을 했나.

=두 가지 얘기를 했다. “우리도 7~8점 찬스가 꼭 온다” “득점 어려우면 완벽한 수비를 하자” 선수들은 서로 “우리 내년에 또 선수권에 참가한다는 보장이 없으니 열심히 하자”고 전의를 불태웠다. 그리고 후반전에 선수들이 집념으로 동점을 만들었고, 또 예상대로 22이닝째에 7연속 득점을 기록하며 마지막엔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긴장해 피가 마르는 줄 알았죠" 숨막혔던 "2018 세계팀3쿠션선수권" 준결승, 결승 경기를 떠올리던 이장희 감독은 "역전, 재역전이 반복되는 통에 지병인 혈압이 올라올 까 걱정했다"며 웃었다.
▲오스트리아가 ‘복병’이 된 이유는.

=오스트리아는 공수가 균형잡힌 좋은 팀이다. 이번 대회 네덜란드, 벨기에, 터키가 다 나가떨어지지 않았는가. 절대 운이 아니다. 그들의 호흡을 보니 수개월간 합을 맞춘 티가 나더라. 또 오스트리아는 독일에게 ‘형제의 나라’다. 예선전부터 독일인들이 자국팀과 함께 오스트리아를 열정적으로 응원하더라.

▲우승 순간, 감독으로서 느낀 감정은.

=대한당구연맹 전무시절, 당구가 ‘2011 전국체전’ 정식종목으로 채택될 때 정말 기뻤다. 이번 우승때도 그만큼 기뻤던 것 같다. 동궁이가 눈물 흘린게 방송에 잡혔는데, 저도 눈시울이 뜨거워지더라. 티는 안냈지만. 하하. 그리고 후배들이 자랑스러웠다. 유럽 당구관계자들은 우승직후 제게 “Korean team deserves it(한국이 우승을 차지할 자격이 있다)”이라고 했다. 유럽의 한 기자는 8강 대진에 관련된 기사 제목을 ‘7 Europe Team, 1 Korean giant team’(7개 유럽 7팀 대 1개의 대단한 한국팀)이라고 썼다더라.

▲이번 대회 최성원 선수의 노련함이 돋보이는 순간이 많았다.

=동감한다. 독일에서 선수로서 성원이의 가치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 심리적으로 절대 흔들림 없다. 그래서 외국 선수들이 한국선수 중 특히 성원이를 굉장히 꺼려한다.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는 선수라는 뜻이다. 그간 살고 있는 지역이 저는 서울, 성원이는 부산인 관계로 대화를 많이 못 나눴는데,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많은 말을 나눴다. 아마 처음 알고지낸 2004년부터 나눴던 대화보다, 이번 대회에서 나눈 게 더 많을 것이다. 하하.

▲강동궁 선수는 대회를 위해 본인 스타일을 버렸다고.

=동궁이의 스트로크는 강력하고 공격적이다. 이는 스카치경기에선 ‘최선’이라고 할 수 없다. 대회를 앞두고 성원이와 상의하더니 본인 스타일에 변화를 주더라. 동궁이는 국내 톱클래스 당구선수다. 평소 자존심도 강하다. 그런 선수가 큰 경기를 위해 본인 스타일을 버린 것이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우승 여정까지 예상외 변수가 있었다면.

=동궁이가 왼쪽 어깨에 담이 온 상태로 독일로 출국했다. 대회를 대비한 연습에서 무리한 탓이었다. 물론 상비약을 챙겨갔지만, 근육이완제는 도핑에서 걸려 복용불가다. 염증을 완화시키는 약과 진통제를 먹더니 금세 회복하더라. 겨우 한숨을 돌렸다. 하하.

▲한국대표팀 감독직을 맡게 된 이유는.

=국제대회에 지도자로 파견되려면 경기지도자 1급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현재 당구인들 중엔 저와 함께 대한당구연맹 김정규 이사, 임윤수 학교체육위원장 등 5~6명이 그 자격을 갖고 있다. 서로 돌아가며 대표팀 코칭스탭을 맡고 있는데, 감사하게도 이번엔 제게 그 차례가 온 것이다.

"우리 감독님은 취재 안하세요?" 지난 27일 귀국직후 이어진 인터뷰에서 최성원-강동궁이 취재진에게 건넨 말이다. 쑥스러운 웃음을 보이던 이장희 감독은 선수들 가운데 서더니 "힘든 경기를 이겨낸 후배들이 자랑스럽다"고 "최강듀오"를 치켜세웠다.
▲이번 대회를 통해 배운 점, 혹은 개선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다음에도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맡는다면, 시차적응에 더욱 신경쓰고 싶다. 성원이가 제게 그러더라. “형님, 저는 해외대회 나가면 신체리듬이 좋았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당연한 거다. 생활리듬, 공기, 음식 등 모든 게 바뀌기 때문이다. 그 중 생활리듬은 인위적으로 맞출 수 있지 않나. 출국 4~5일, 길게는 2주간 체계적인 훈련프로그램을 통해 선수들이 그 대회 스케줄에 몸을 맞추도록 하고 싶다.

▲이번 대회는 모두 한국시간으로 저녁에 치러졌다. 늦은 밤까지 대표팀을 응원해준 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감사하다는 말밖엔 할 말이 없다. 당구팬들이 현재 한국당구 부흥을 이끄는 주역들이다. 그 덕분에 한국 3쿠션이 세계 최고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앞으로도 한국당구를 계속 응원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이장희 ‘2018 세계팀선수권’ 감독 약력

-1999년 서울당구연맹 선수 등록

-2003년 전국당구대회 공동3위(2회)

-2004~2007년 서울당구연맹 전무이사

-2007~2008년 연세대학교 체육학 박사학위 취득

-2011~2012년 대한당구연맹 전무이사

-2013년 ‘인천 인도어아시안게임’ 및 ‘콜롬비아 칼리 월드게임’ 한국 3쿠션 감독

-2017년 ‘투르크메니스탄 아슈바하트 인도어아시안게임’ 한국대표팀 캐롬종목 경기운영 담당

-2018년 ‘독일 비어센 세계팀3쿠션선수권’ 한국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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