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만리]달리는 스크린..봄, 너에게로 간다

여행전문 조용준기자 2018. 2. 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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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어깨 맞대고 앉아 같은 곳 바라보는 기차여행
정동진 바다열차 가족석 자리 밖으로 등명해변이 펼쳐진다

[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춘삼월입니다. 긴 겨울 끝에 불어오는 봄바람이 황홀합니다. 산과 들로 봄맞이 나서는 나들이객들로 북적일 때입니다. 하지만 운전에 시달리고 교통정체에 지치다보면 여행보단 빨리 집으로 가고 싶은 생각이 먼저 들기도 합니다. 이럴 때 생각해볼 수 있는 게 기차여행입니다. 자동차나 걸어서는 보지 못할 비경을 기차에 편히 앉아 즐길 수 있습니다. 바다로 산으로 기차가 달리면 네모난 창문은 영화관 스크린처럼 아름다운 자연을 상영합니다. 비슷한 경치에 지루할까 때론 터널을 지나고, 해변을 스치고, 협곡을 통과하고, 간이역에 정차합니다. 마침 한국관광공사는 '따스한 봄날의 철도여행' 이란 주제로 여정을 추천했습니다. 정선아리랑열차, 부산 동해선 전철, 푸른 바다 따라 달리는 포항, 영덕행 기차 등입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열차, 평화열차 DMZ-도라산지역'도 포함됐습니다. 관광공사는 이번 '평화열차' 선정을 계기로 매월 외국인 관광객이 가볼만한 곳을 별도로 선정할 계획입니다. 봄날, 사랑하는 이와 어깨를 맞대고 앉아 같은 곳을 바라보는 기차여행을 떠나보시죠.

정동진에서 출발을 기다리는 열차

◇바다열차 & 정선아리랑열차-강릉 정동진역&정선역 일대
기차 여행은 걸어서 혹은 자동차로 보지 못할 비경을 기차에 편히 앉아 즐길 수 있어 매력적이다. 정동진에서 출발해 동해, 삼척까지 이어지는 바다열차는 푸른 바다가 온몸을 물들인다. 바다열차는 기차 여행에서도 최고의 선택이다. 정동진, 동해, 삼척 등 해안선을 따라 바다와 나란히 달리는 구간이 많아 이름도 '바다열차'다. 정동진역에서 출발해 북쪽에 자리한 안인역으로 갔다가 남하하면서 정동진역에 다시 정차하고, 묵호역과 동해역, 추암역, 삼척해변역을 거쳐 삼척역까지 운행한다. 주말에는 매진되는 좌석이 많으므로 예매하는 게 좋다.

뾰족한 산봉우리 사이를 구불구불 달리는 정선아리랑열차는 산골의 고즈넉한 정취에 빠져든다. 바다열차 여행과 함께 강릉 원도심인 명주동 골목을 산책하고, 경포아쿠아리움에서 바다 생물을 만나보자. 정선아리랑열차에서 내려 오일장의 활기가 넘치는 정선아리랑시장과 아리랑에 대한 모든 것을 전시한 아리랑박물관을 차례로 둘러보면 알찬 여행이 된다. 문의 바다열차 (033-573-5474) 정선아리랑열차 (1544-7755)

대변항에서 만난 붉은부리갈매기의 비상

◇부산 도심에서 가장 빨리 기장의 바다를 만나는 동해선-기장군ㆍ수영구 일대
동해선은 부전에서 일광까지 운행하는 복선전철로, 복잡한 부산 도심을 거쳐 37분이면 일광역에 도착한다. 일광해수욕장, 대변항, 죽성리 일원 등 푸른 바다를 쉽고 편리하게 만날 수 있는 것이 동해선의 매력이다. 일광역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일광해수욕장이고, 기장역에서 버스를 타면 죽성드림성당과 대변항에 닿는다. 죽성드림성당은 드라마 촬영지로 바다와 어우러진 풍광이 아름답다. 주변에는 임진왜란 때 왜군이 쌓은 기장죽성리왜성과 수령 300년 정도 된 기장죽성리해송이 있다. 대변항은 월드컵기념등대부터 죽도까지 바다 향이 진하다. 오시리아역에서 가까운 국립부산과학관은 과학 체험을 통해 배우고, 벡스코역 인근에 자리한 수영사적공원은 역사를 만나는 공간이다. 바다 여행이 조금 아쉽다면 송도해상케이블카를 타보자. 높이 86m에서 바다 위를 가로질러 짜릿하다. 황령산은 사방으로 시야가 트여 바다의 고장 부산의 풍광을 담기 좋다. 문의 부산관광공사 (051-780-2168)

죽도산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축산항

◇푸른 바다 따라 달리는 기차여행-경북 포항시, 영덕군 일대
영덕이 가까워졌다. 지난 1월 26일 포항과 영덕을 오가는 동해선이 개통한 덕분이다. 포항에서 영덕까지 34분이면 닿는다. 새로 생긴 네 개 역은 각기 다른 매력이 있다. 포항역에서 출발한 동해선은 시골길을 시원하게 달린다. 오른쪽 창문 너머로 쪽빛 동해가 들어온다. 기차에 앉아 바다를 보는 특별한 여행이다. 첫 번째 정차하는 곳은 월포역이다. 소담한 맛이 느껴진다. 월포역은 동해선 기차역 중 해변에서 가장 가깝다. 역에 내려 걸으니, 5분도 되지 않아 철썩이는 파도 소리가 달려든다. 이어 장사 상륙작전이 펼쳐진 역사의 현장 장사역, 이국적인 풍광이 멋진 영덕풍력발전단지와 가슴 시원해지는 죽도산전망대, 기와지붕과 흙담이 정겨운 괴시마을로 이어주는 영덕역까지 설렘 가득한 바다 역이 여행자를 기다린다. 분홍색 복사꽃과 귀여운 대게 그림으로 알록달록 꾸며진 기차도 흥을 더한다. 3월 22일부터 25일까지 강구항 일원에서는 영덕대게축제가 열린다. 코끝을 간지럽히는 봄바람을 느끼며 대게와 바다를 만나러 동해선에 올라보자. 문의 영덕군청 문화관광과 (054-730-6533)

종착역인 도라산역에 도착하는 DMZ열차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열차, DMZ train 도라산 안보관광-파주시 장단면
지구촌 유일한 분단국가라서 가능한 여행이 있다. 평화열차 DMZ(DMZ-train)를 타고 비무장지대(DMZ)에 다녀오는 도라산 안보 관광이다. 군사분계선에서 남과 북으로 2km, 총 4km 폭으로 설정된 DMZ는 본래 민간인이 출입할 수 없는 지역이다. 신분증 지참이 필수로 외국인은 여권을 준비한다. 투어는 수~일요일 오전 10시 8분 용산역에서 출발해 민간인통제구역과 DMZ를 둘러보고 오후 5시 54분 용산역으로 돌아온다. 서울에서 불과 두 시간 만에 북녘땅을 코앞에서 마주하는 것은 내외국인에게 모두 특별한 경험이다.
투어를 마치고 돌아오면 도심에 어둠이 깔린다. 이때 서울로7017에 가면 낭만적인 야경을 즐길 수 있다. 1970년에 만든 서울역고가도로가 2017년, 휴식 공간과 편의 시설을 갖춘 보행로로 다시 태어났다. 다채로운 먹거리가 있는 남대문시장, 용산에 자리한 전쟁기념관과 국립중앙박물관도 인기 코스다. 모두 지하철역과 가까워 찾아가기 쉽다.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1599-7777) 코레일관광개발( 1544-7755)

무의도의 소박한 어촌풍경

◇공항철도 타고 한나절 섬 여행-인천 무의도와 장봉도
도심에서 봄이 오는 산과 바다를 가장 빨리 만나는 방법은 공항철도다. 기차 타고 떠나는 인천 무의도와 장봉도 여행은 철길, 뱃길, 산길, 해안 길을 한나절에 모두 만날 수 있어 짧은 봄날에 제격이다. 서울역에서 인천공항1터미널역까지 43분이면 도착하는 직통열차는 잠시나마 기차 여행의 휴식과 즐거움을 만끽하는 방법이다. 무의도와 장봉도 한나절 여행은 하늘과 바다 사이 푸른 산자락을 걸어도 상쾌하고, 기암괴석 주변으로 펼쳐진 광활한 해변을 걸어도 좋다. 영종도 예단포항은 방파제에서 낚시를 즐기는 작고 아름다운 포구다. 바다를 바라보며 자연산 회를 맛보는 회센터가 즐비하다. 차이나타운 옆 개항장거리는 개항장 126년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곳이다. 차분하고 고풍스럽게 이어지는 옛 거리를 걷다 보면 역사와 문화, 추억의 향기에 마음이 잦아든다. 문의 중구청 관광진흥실 (032-760-6492) 옹진군청 관광문화과(032-899-2211~4)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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