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비리포트] 서건창-민병헌, 중요할 때 더 강한 이유

조회수 2018. 2. 28. 10: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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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빡꾸의 세이버메트릭스] 클러치 상황에서 더 유리한 타자의 유형은?
2014~17시즌간 클러치스코어 1, 3위에 오른 서건창과 민병헌 (사진: OSEN)

흔히 해결사라 불리는 클러치 히터. 타자의 클러치 능력을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바로 클러치(Clutch) 스탯을 보면 된다. 클러치 기록은 특정 타자의 평소 성적 대비 중요도가 높은 상황에서 얼마나 더 잘했는지는 평가할 수 있는 지표다.

계산 방법은 다음과 같다.

클러치(Clutch) = WPA - WPA/LI

해당 타자의 WPA(승리 확률 기여)를, 타석마다의 중요도(LI: Leaverage Index)로 조정한 스탯인 WPA/LI로 뺀 것이다. WPA(Win Probability Added)는 추가한 기대 승률을 의미하며, 타격 결과를 통해 높이거나 낮춘 팀의 기대승률을 모두 합산한 값이다.

따라서 클러치 수치가 높을수록 '자신의 평소 활약에 비해' 중요한 상황에서 더 뛰어난 활약을 했다고 해석할수 있다. 보통 한 시즌의 클러치 스코어가 1.0 이상이면 뛰어나며, 2.0 이상이면 리그 최고 수준으로 간주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클러치 히터는 인상적인 기억이 강렬하게 유지되는 각인 효과일 뿐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다. 있다고 하더라도 운의 영향이 너무 커서 당장 다음 시즌의 예측도 유효하지 않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클러치 스탯의 연도별 상관성과 어떤 타입의 타자가 높은 클러치 수치를 기록하는 것인지 기록을 통해 확인해 보자.


클러치 스탯의 연도별 상관성

KBO리그에서  2016년과 2017년 모두 300타수 이상을 소화한 52명의 타자를 대상으로 했을 때, 타석당 클러치 수치의 시즌별 상관계수는 0.258로 나타난다.  반면 타율은 0.594, 출루율 0.674, 장타율 0.754의 높은 상관계수를 갖는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클러치 스탯이 주요 타격 지표에 비해 상대적으로 운에 크게 영향받는 지표라는 점이다. 시즌 단위로는 클러치 능력이 관측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럼 클러치 상황에 더 유리한 타자는 어떤 유형일까?

시즌 단위로는  충분한 표본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최근 4시즌으로 범위를 넓혀  2014~2017년간 1000타수 이상을 기록한 69명의 성적을 기준으로, 클러치 스탯과 주요 타격 지표 간의 상관관계를 살펴봤다.

타율(-0.014)과는 거의 상관성이 없으나, 삼진율(-0.147)과 장타율(-0.250)과는 약간의 음의 상관성을 보인다. 즉, 장타를 많이 치면서 삼진을 많이 당하는 유형의 타자는 중요한 순간에 평소보다 더 못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는 정말일까?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삼진아웃은 주자를 진루시키지 못하며, 거포 유형의 타자 중에는 발이 느려 병살타 역시 상대적으로 많은 타자가 다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피해는 주자가 있는 중요한 순간에 더욱 치명적이다. 반면 삼진율이 낮고 발이 빠른 타자는, 주자를 어떻게든 진루시키거나 병살타를 회피하는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아 팀의 피해를 최소화시킨다.

그렇다면 삼진아웃과 땅볼아웃, 뜬공아웃을 구분해서 평가해야 하지 않을까?

현재 타율, 출루율, 장타율, OPS 등의 타격스탯은 모든 아웃의 가치를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다. 저명한 세이버메트리션 톰 탱고(Tom Tango)는 과거 메이저리그의 기록을 바탕으로 아웃의 득점가치를 분석한 적이 있다.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 아웃의 득점 가치 차이

번트아웃: -0.23 점   땅볼아웃: -0.24 점     뜬공아웃: -0.28 점

삼진아웃: -0.30 점     병살타: -0.85 점

땅볼아웃과 플라이볼아웃은 기대득점을 각각 0.24, 0.28점 감소시키는 반면, 삼진아웃은 0.3점 감소시킨다. 병살타는 무려 0.85점을 감소시킨다.

역시 삼진아웃으로 인한 팀의 피해가 다른 아웃보다 더 크며, 병살타는 그 피해가 두 배 이상이다. 따라서 발이 느리고 삼진율이 높은 타자들은 클러치 수치가 낮은 것이다.

참고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1000타수 이상 기록한 타자를 대상으로, 가장 높은 누적 클러치 수치를 보인 타자들은 다음과 같다.


# 클러치 스코어 1~15위 (최근 4시즌 누적 1000타수 이상 타자 대상)

[기록=케이비리포트]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넥센 서건창은 최근 4시즌을 통틀어 KBO리그 타자 중 가장 높은 5.34의 클러치 스코어를 기록했다. 서건창은 전형적으로 삼진을 적게 당하며(타석당 삼진률: 8.8%), 정확도가 높고 (시즌 평균 타율: .335), 발이 빠른 타자이다(도루 98개). 주자가 많은 상황에서 삼진아웃이나 병살타를 당할 확률이 가장 낮은 타자 중 한 명인 것이다.

지난 4년간  매 시즌 평균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 4.3 이상을 기록하며 리그 정상급 2루수로 활약하고 있는 서건창은 클러치 상황에서도 평소 이상의 활약을 보여줄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뛰어난 가치를 가진 타자로 볼 수 있다. 

지난 겨울 이적 시장에서 FA 총액 80억 계약을 체결하고 롯데로 이적한 민병헌 역시 준수한 WAR 누적치와 리그 최상위권 클러치 스코어를 기록했다. 서건창과 마찬가지로 삼진율(13.8%)이 낮고  정확도를 갖춘 민병헌이 롯데 타선에서도 해결사 역할을 보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 외에 브렛 필(13.7%), 이종욱(12.9%), 정근우(10.4%), 박해민(14.9%) 등 삼진률이 15%보다 낮은 타자들이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역시 삼진아웃을 회피하는 능력은 클러치 상황에 강한 타자가 되기 위한 중요한 조건이라 할 수 있겠다.

순위표 상단에서  눈에 띄는 이름인 브렛필은 KBO리그에서 활약한 3시즌 동안  3.64의 클러치 스코어를 기록했다.  중요한 상황에서 유독 강했다는 필의 이미지가 강렬한 인상을 남긴 몇 장면의 기억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기록 출처 및 참고 : 야구기록실 KBReport.com, 스탯티즈, KBO기록실, suxism.com ]


세이버메트릭스  칼럼니스트  박지훈 / 정리 및 편집: 김정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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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제공: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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