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원자력 잠수함 보유, 과연 필요한가?
최근 북한 핵개발에 대한 억지 및 대응 수단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비등해지고 있다. 이 수단 중의 하나로 거론되는 것이 바로 원자력 잠수함이다. 원자력 잠수함의 필요성과 확보 가능성, 기타 제반 문제에 대해, 국내 잠수함 전문가 중 1인인 안병구 예비역 해군 준장의 이야기를 들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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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2005년 전역 후 대우해양조선 상무를 역임했으며, 저서로 ‘잠수함과 함께’, ‘잠수함, 그 하고 싶은 이야기’. 역서로 ‘10년 20일(카를 되니츠 지음)’이 있다.
그는 우리나라의 원자력 잠수함 보유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이미 재래식 잠수함은 성능상의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잠수함은 문자 그대로 “물속으로 다닐 수 있는 배”다. 인간이 쉽게 관측하기 힘든 수중으로 움직일 수 있으므로 등장하자 획기적인 전쟁무기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초창기의 잠수함, 즉 재래식 잠수함은 “급할 때 물속으로 갈 수도 있는 배”였지, “물속으로만 다니는 배”는 결코 아니었다. 디젤 엔진(부상 시 사용)과 전기 모터(잠항 시 사용)라는 추진체계로는 도저히 항해의 전 과정을 잠항으로 해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잠항 시 쓸 전기 모터의 배터리를 충전하려면 부상 항해, 또는 스노클을 통한 잠망경 깊이 잠항을 하면서 디젤 엔진을 작동시켜야 한다. 그러나 대잠전 기술의 발달로 인해 이 때 적에게 발견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그렇다고 배터리를 한 번 충전해서 아주 오래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 해군의 재래식 잠수함 209급의 경우 완충해도 전속력을 내면 불과 1시간 만에 배터리가 다 방전되어 버린다. 이러한 재래식 잠수함의 기술적 한계는 이미 제2차 세계대전 후기, 독일 해군의 U보트 잠수함들이 연합군의 대잠 항공기들에게 도륙을 당하면서 충분히 드러난 바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원자력 잠수함은 우리의 실정에 필요한 전략 무기이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원자로라는 새로운 추진체계가 잠수함에 탑재되면서 잠수함은 비로소 “물속으로만 다니는 배”가 되었다. 원자력은 작동시키는 데 산소가 전혀 필요치 않으므로, 수중에서도 무한정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순항 미사일, SLBM(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 등의 무기체계가 잠수함에 통합되면서, 잠수함은 적의 함선을 공격할 뿐 아니라 적국 내륙의 심장부를 타격할 수 있는, 심지어 핵무기로 지구를 멸망시킬 수도 있는 전략 무기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미 북한은 작년 11월 사거리 13,000km, 탄두 중량 2.7톤(추정)에 달하는 화성 15호 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 미 본토에 대한 핵 투발수단을 보유한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2016년에는 SLBM인 북극성 1호의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이를 가장 은밀히 행동할 수 있는 수중의 미사일 발사 기지인 잠수함에 싣는다면 북한은 핵병기 개발의 완결성을 얻으며, 더 나아가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핵 선제 공격도 가능하다. 이에 맞서 전쟁 억지력, 즉 유사시 북한이 핵을 사용할 수 없게 하는 능력을 가지려면, 우리나라 역시 바닷속의 전략 미사일 기지인 원자력 잠수함을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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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노무현 정권 당시 이미 해군 조함단 내에 ‘362 사업단’을 설치, 원자력 잠수함 건조를 위한 준비 작업을 실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안 제독은 이 ‘362 사업단’의 존재 여부 자체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초급 장교 시절부터 전역 이후까지 줄곧 잠수함 관련 업무를 해 왔지만 그런 조직이 있다는 정보를 어디서도 들어 본 적이 없다고 그는 밝혔다.
그러면 원점으로 돌아가서, 어떤 잠수함을 얼마나 보유해야 할까? 일각에서는 미국의 퇴역 원자력 잠수함 인수 가능성을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 안 제독의 의견은 지극히 부정적이었다. 앞서도 말했듯 원자력 잠수함은 엄연한 전략 무기다. 그리고 미국은 이제까지 자신들의 전략 무기를 외국에 준 사례가 거의 없다. 때문에 원자력 잠수함은 우리의 힘으로 독자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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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해양조선 상무로 근무하면서 인도네시아 해군에 국산 잠수함을 수출하기도 한 그는 한국형 원자력 잠수함 개발과 건조에 기술적 문제는 없다고 보았다. 이미 우리나라는 원자력 기술 및 조선 기술의 노하우가 풍부하다. 다만 한국형 원자력 잠수함은 척당 건조비만 1조 2천억 원(209급 잠수함은 약 3500억 원) 정도로 추산될 만큼 고가인데다가, 재래식 잠수함에 비해 배수량도 크다. 군항 등 운용에 필요한 제반 시설도 이에 맞게 고쳐야 하므로 상당한 추가 비용 지출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아직 개념정립 및 연구도 제대로 안 되어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 시작한다고 해도 취역까지 20년은 걸린다는 것이 안 제독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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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 정치적 문제와는 별개로, 잠수함 승조원에 대한 미흡한 복지도 우리 잠수함 부대의 발전을 막는 요소라고 그는 지적한다. 아무리 좋은 잠수함이라도 승조원 없이 운용할 수는 없다. 게다가 잠수함 근무환경은 개인 침대도 없을 만큼 열악하므로, 대부분의 잠수함 운용국들은 잠수함에는 지원자만을 탑승시키며, 대신 높은 수당과 진급 및 교육 기회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잠수함 승조원에 대한 우리 해군의 동기 부여는 터키나 파키스탄 해군만도 못한 실정이다. 미 해군은 잠수함 승조원이 항공기 승무원보다도 많은 수당을 받는데, 우리 해군의 잠수함 승조원 수당은 항공기 승무원의 반도 되지 않는다. 충성심과 애국심에만 의존해가지고서는 양질의 전력을 절대 확보할 수 없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들 때문에 한국형 원자력 잠수함을 도입할 수 없다고 보는 의견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원자력 잠수함을 도입 못 할 경우 한국 해군 잠수함 부대는 유사시 결정적인 타격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 안 제독의 의견이다. 우리군은 북한과의 대치 뿐 아니라 통일 이후 주변국 견제도 해야 하므로, 잠수함을 포함한 전략 무기 세력은 반드시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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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도전과 맞서며 국민의 이해와 성원을 인공지능, 네트워크, 빅데이터, 로봇기술 등으로 대표되는 제4차 산업혁명은 생산의 양상 뿐 아니라 전쟁의 양상도 크게 바꿀 것이다. 특히나 잠수함전이나 대잠수함전에서는 기존의 것과 차원을 달리하는 뛰어난 시스템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완전 무인화되어 하루 24시간 쉬지 올 수도 있다. 안 제독도 그러한 점은 주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과학의 힘에도 불구하고 수중의 환경은 아직까지는 육상이나 공중에 비해 명쾌하게 들여다보기가 너무나도 힘든 것도 사실이다. 미 해군은 2100년, 즉 22세기 초입까지는 잠수함이 이러한 여건에 힘입어 그 함종과 우월성을 유지할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원자력 잠수함은 재래식 잠 함에 비해 훨씬 장기간 잠항이 가능하므로 지금보다 더욱 뛰어난 감시 수단이 나온다고 해도 재래식 잠수함보다는 더욱 높은 은밀성과 생존성을 지닐 것이다. 이러한 원자력 잠수함을 보유해 오랫동안 운용하려면 지금 당장 국가적인 의지를 가지고 시작해야 한다고 안 제독은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한국인은 육상동물이다. 북한을 통한 대륙과의 교류가 막혀 있어 사실상 섬에서 사는 것과 다름이 없는데도 사고의 틀이 지나치게 육지 중심이다. 때문에 한국인들에게 잠수함을 포함한 해군 전력, 더 나아가서는 바다의 중요성을 홍보하고 인식시켜야 한다고 안 제독은 말한다. 미 해군의 경우만 보더라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세계 최강의 전략원잠이자 냉전 시대 피스메이커인 ‘오하이오’급이 등장할 때까지 무려 30년 동안 대국민 홍보에 전혀 인색하지 않았다. 그러한 부분에 도움이 되어 줄 것을 당부하며 안 제독은 짧은 인터뷰를 마감했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 / 이동훈 기자 enit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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