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강풍 경보 울리자 "혹시 미사일?".. 온돌·치맥엔 "굿"

강릉·평창/전현석 기자 2018. 2. 1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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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평창 스타일'에 반하고 놀란 외국 선수단과 취재진
천장에 조명 달린 '첨단 셔틀버스'.. 평면TV 있고 와이파이 된다며 감탄
뜨끈뜨끈한 온돌방은 '신세계'.. 거실에 누워 TV보는 영상 올려
男화장실에 청소아주머니 들어오자 외국기자들 칸막이 화장실로 '피신'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취재를 온 사진기자 에릭 실즈는 경기장을 오가는 셔틀버스 안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며 '디스코 미디어 버스'라는 설명을 달았다. 셔틀버스로 투입된 관광버스 천장에 달린 휘황찬란한 불빛이 디스코장을 연상시킨다는 의미였다. 꽃구경, 단풍놀이 가는 관광객 흥을 돋우려고 화려한 조명을 설치한 버스가 외국인에겐 눈요기가 되고 있다. 외국인들이 버스에서 놀라는 건 조명만이 아니다. 미국 루지 대표팀은 트위터에 '버스에 커다란 평면 TV가 있고, 와이파이도 된다'면서 '첨단 버스'에 대한 소감을 올렸다.

평창올림픽에 온 외국 선수단과 취재진이 처음 접하는 한국 문화에 놀라고 있다. 온돌방에서 몸을 지지고, 치킨 맛에 빠져 밤마다 치맥(치킨+맥주)을 즐긴다. 공중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데 청소 아주머니가 불쑥 들어오거나 휴대전화에 수시로 한글 경보 메시지가 뜨면 '전쟁 난 것 아니냐'며 당황해 하는 외국인도 많다.

◇"온돌 맛에 벗어날 수 없어요"

바닥이 뜨끈뜨끈한 온돌방은 대부분의 외국인에겐 '신세계'다. 선수촌과 미디어촌 숙소엔 방마다 침대가 있지만 많은 외국인이 거실 바닥에 눕거나 앉아 온돌방의 매력을 즐긴다. 쇼트트랙 스타인 샤를 아믈랭(캐나다)은 잠옷을 입고 거실에 편안히 누워서 TV를 보는 영상을 소셜 미디어에 올리기도 했다.

캐나다 쇼트트랙 스타 샤를 아믈랭이 잠옷을 입은 채 선수촌 거실 온돌 바닥에 누워 TV를 보고 있다(왼쪽). 외국 취재진이 14일 셔틀버스로 투입된 관광버스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미국 사진기자 에릭 실즈는 무지갯빛 조명이 설치된 이 셔틀버스를 ‘디스코 미디어 버스’라고 표현했다. /샤를 아믈랭 인스타그램·김지호 기자

한 외국 방송기자가 숙소 발코니에서 방송 마이크를 잡은 장면도 화제가 됐다. 발코니에 나와 있는 방송기자는 방한 복장을 제대로 차려입었지만, 온돌방에서 이를 찍는 촬영기자는 민소매 농구 유니폼에 반바지를 입었다.

치맥에 빠진 외국인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지난 13일 밤 12시 강릉 선수촌 앞 한 치킨집은 외국인 반, 한국인 반이었다. 폴란드·스웨덴·미국 단복을 입은 사람들이 끼리끼리 닭을 뜯고 있었다. 폴란드인 4명이 낸 돈은 10만원이 넘었다. 한 사람이 닭 한 마리씩 먹는 '1인 1닭'을 했기 때문이다. 미국 관광객 케이시(38)씨는 "한국 치킨 원더풀"이라면서 "다양한 양념치킨 맛에 반했다. 한국에 100가지가 넘는 치킨 종류가 있다는 게 사실이냐"고 기자에게 물었다.

◇강풍 특보를 미사일 경보로 착각

14일 각국 취재진이 모여 있는 평창올림픽 메인프레스센터에서 한 스웨덴 기자가 불안한 표정으로 한국 기자를 급하게 찾았다. 그는 자신의 휴대전화에 뜬 한글 문자를 보여주면서 "이게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휴대전화 화면엔 '강풍 특보가 발표됨에 따라 시설물 안전 관리 및 산불 예방에 유의하라'는 안전 안내 문자가 떠 있었다. 올림픽 취재에 나선 외신기자들은 최근 강원도 지역에 산불 주의보와 강풍 특보가 자주 발령되면서 휴대전화 경보음에 놀라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한 외국인 기자는 "며칠 전엔 오전 5시쯤에 경보가 울려 자다가 벌떡 일어나 TV부터 켜서 뉴스를 확인했다"면서 "아무래도 한국에 있으면 전쟁이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메인프레스센터에선 화장실을 이용하는 외국 기자가 난처한 표정을 짓는 경우가 많다. 남자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고 있으면 갑자기 들이닥치는 청소 아주머니 때문이다. 일부 외국 기자는 화장실 밖으로 나가거나 좌변기가 있는 칸막이 화장실로 들어간다.

미 LA타임스의 데이비드 와튼 기자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소감은 한국인을 당황하게 했다. 그는 한국에 진출한 미국계 브랜드 피자를 시켜먹은 뒤 "진짜 맛있고 진짜 비싸다. 그리고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피자 박스에 '게이 커플'이 등장했다"고 소개했다. 그가 지목한 '게이 커플'은 이 피자 브랜드의 광고 모델인 배우 송중기와 박보검이다. 해당 기자는 항의가 잇따르자 사과의 뜻을 밝히며 트위터 내용을 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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