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격 1위' 강소휘, '성장과 위험' 공존하는 이유

김영국,박진철 2018. 2. 13.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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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감독 전술에 팬 비판 급증.. 주공격수 잦은 교체로 패배 자초·선수 악영향

[오마이뉴스 글:김영국, 사진:박진철]

 강소휘 선수
ⓒ 박진철
지난 시즌과 비교해 가장 눈부신 성장을 한 여자배구 선수를 꼽으라면 단연 강소휘(22세·180cm)다.

기록이 말해준다. 13일 현재 여자부 6개 팀이 똑같이 24경기를 치른 상황에서 강소휘는 득점 부문 전체 6위를 달리고 있다. 국내 선수 중에서는 단연 1위다. 총 442득점을 기록한 강소휘는 2위 이재영(438점), 3위 박정아(406득점) 등 국가대표 선배들보다 앞서 있다. 강소휘는 지난 시즌에 득점 부문 26위(158득점)에 그쳤었다.

공격성공률도 국내 선수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서브도 김희진(IBK기업은행), 이바나(한국도로공사)에 이어 전체 3위다. 리시브도 7위를 기록 중이다.

강소휘는 지난 2015년 9월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GS칼텍스에 지명돼, 2015~2016시즌부터 V리그 무대에서 뛰고 있다. 올해 프로 3년 차인 강소휘는 가장 화려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난 시즌과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은 거포형 공격수로 성장하면서 팀의 주축으로 확고히 자리를 굳혔다는 점이다. 

이소영(25세·176cm), 표승주(27세·182cm) 등 팀의 핵심 선수들이 줄줄이 부상을 당하면서 큰 부담을 안게 됐지만, 자신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내는 담력과 내구성까지 증명해 보였다.

지칠 줄 모르는 강타... 시즌 막판인데 외국인 능가하는 활약

올 시즌 풀타임 출전을 하고 있는 강소휘는 정규리그가 막판에 접어들었음에도 더욱 강력한 공격력을 뿜어내고 있다. 최근 기세는 외국인 선수를 능가할 정도다.

지난 4일 리그 1위의 한국도로공사와 경기에서 무려 35득점을 상대 코트에 쏟아부었다. 자신의 프로 데뷔 이후 한 경기 최다 득점이다. 소속팀 외국인 선수인 듀크(34세·180cm)가 기록한 23득점보다 훨씬 많았다. 공격 성공률도 44.9%에 달했다.

이후에도 강소휘의 고공 행진은 멈출 줄 모른다. 7일 흥국생명전에서 21득점을 기록했고, 11일에는 리그 2위 IBK기업은행전에서 또다시 30득점으로 팀 내 최다 득점을 올렸다. 모두 강팀들을 상대로 30득점 이상을 기록한 것이어서 의미가 더욱 컸다.

 GS칼텍스 돌풍의 주역, 듀크와 강소휘(오른쪽)
ⓒ 박진철
그런데 옥의 티가 있다. 강소휘의 눈부신 활약에도 불구하고 한국도로공사와 IBK기업은행에게 모두 세트 스코어 2-3으로 분패를 했다.

바로 이 지점에 강소휘를 향한 위험 요소가 도사리고 있다. 물론 강소휘의 잘못이 아니다. 감독의 전술 때문에 팀의 패배를 코트 밖에서 바라만 봐야 했기 때문이다. 뼈아픈 대목은 대부분 비슷한 패턴으로 패했고, 바람직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패했다는 점이다. 그런 패배가 쌓이면서 순위도 하위권에서 맴돌고 있다.

중요한 순간 주 공격수 교체... 수비 보강 미미, 공격만 약화

최근 GS칼텍스 팬들조차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에게 강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대목도 강소휘 활용 부분이다. 대표적인 것이 주 공격수인 강소휘가 후위로 갈 때 마치 공식처럼 수비 전문 선수와 자주 교체를 한다는 점이다.

수비 강화를 위한 이 전술이 성공한 적도 드물고, 팀에 독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수비 전문 선수들이 강소휘나 이소영과 수비력에서 별 차이가 없을 뿐만 아니라, 더 흔들리고 불안한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동시에 외국인 선수 듀크에 대한 의존도는 커지고 플레이도 단조로워졌다. 그러면서 몰빵 배구에 더 가까워졌다.

이는 GS칼텍스 주전 선수 면면을 살펴보면, 당연한 귀결이다. 지난 시즌까지 레프트 공격수의 핵심이었던 이소영이 부상에서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중요한 순간에 득점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센터진이 강한 편도 아니다.

강소휘가 빠진 상황에서는 외국인 선수 외에는 뚜렷한 공격 루트가 없다. 상대 팀 입장에서는 블로킹과 수비하기가 한결 쉬워진다. 더군다나 듀크는 어려운 볼 처리 능력이 뛰어난 몰빵형 공격수도 아니다.

차 감독은 지난해 개막 첫 경기 도로공사에 승리할 때만 해도, 기존 팀들과 차원이 다른 '스피드 배구'를 선보였다. 이를 새로운 '팀 컬러'로 표방하면서 최고 돌풍의 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사라져 버렸다. 스피드 배구의 핵심인 레프트 공격수들을 후위로 갈 때 수시로 수비 전문 선수와 교체하는 자체가 스피드 배구와는 거리가 멀어진 것이다.

최고 활약 불구, 코트 밖에서 허망한 패배 바라만 보다

실제로 최근 경기들만 봐도 GS칼텍스가 추구하는 배구의 색깔이 무엇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지난 4일 한국도로공사전 5세트. 12-13으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강소휘가 서브를 넣는 차례가 돌아왔다. 차 감독은 어김없이 수비 전문 선수와 교체했다. 서브가 강한 강소휘를 빼고 평범한 서브를 넣는 리베로로 교체한 것이다. 경기는 별다른 반전 없이 패했다.

지난 11일 IBK기업은행전은 더욱 안타까운 패배를 당했다. 5세트 10-10 동점 상황. 중요한 순간에 강소휘가 후위에서 강력한 중앙 백어택을 성공시켰다. 그러면서 11-10으로 역전을 만들어 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차 감독은 또다시 강소휘를 빼고 수비 전문 선수로 교체 투입했다. 이날 경기에서 30득점을 기록할 정도로 가장 공격력이 출중하고, 직전에 후위 공격까지 성공시킨 주 공격수를 수비 강화를 이유로 빼버린 것이다.

결국 GS칼텍스는 14-12로 앞서며 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었음에도 막판 외국인 선수 몰빵 배구를 하다 대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GS칼텍스의 신인 세터는 모든 토스를 듀크에게 몰아줬지만, 단 한 번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결국 내리 4득점을 내주고 역전패를 당했다.

최고의 활약을 했고 컨디션도 좋았던 강소휘는 가장 중요한 순간에 코트 밖에서 팀의 허망한 역전패를 바라만 봐야 했다. 올 시즌 GS칼텍스가 당한 패배의 상당수가 이런 식이었다.

 GS칼텍스-흥국생명 경기 장면... 2017~2018 V리그 1라운드 서울 장충체육관
ⓒ 박진철
차상현표 '몰빵 배구'... 강소휘·이소영 국제경쟁력 약화 우려

심지어 레프트 공격수 2명을 다 빼고, 수비 전문 선수만 3명을 한꺼번에 투입한 경우도 종종 있다. 코트에서 공격을 책임질 선수로 외국인 선수인 듀크 한 명만 남겨둔 것이다.

이런 전술은 과거 '외국인 몰빵 배구'가 정점에 달했던 삼성화재가 취했던 방식이다. 이런 방식이 계속된디면, 향후 국가대표 중심 선수로 성장해야 할 강소휘와 이소영의 국제경쟁력에도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공격력뿐만 아니라 수비력도 겸비해야 할 레프트 공격수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상황에서 수시로 수비 전문 선수와 교체를 해버리면, 수비력뿐만 아니라 클러치 능력(중요한 순간에 득점을 내주는 결정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GS칼텍스 팬들이 최근 단단히 뿔났다. 자신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차 감독의 전술에 강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단순히 패배에 대한 불만으로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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