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내셔널]피난민촌에서 벽화마을로 재탄생한 청주 수암골

최종권 2018. 2. 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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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 후 피난민 모였던 달동네..70년대 풍경 물씬
2008년 예술인들 마을 곳곳에 벽화 그리자 명소 탈바꿈
청주시 수암골 인근에 한류명품 드라마파크 사업 추진
드라마 작가 김수현 아트홀 짓고 1.7km 드라마 거리 조성
충북 청주시 상당구 수동 우암산 자락에는 달동네 수암골이 있다. 담벼락 조각그림을 배경으로 사람 얼굴을 한 연탄재 예술 작품이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북 청주시 상당구 수동에 가면 우암산 아래 허름한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인 달동네가 있다. 구불구불한 골목길에 낮은 담장, 옛 모습을 한 가옥들이 1970년대 마을 풍경을 그대로 옮겨 놓은듯하다.

짙은 회색빛 슬래브 지붕을 한 70여 채의 집들이 비탈진 언덕에 아담하게 내려앉은 느낌을 준다. 이곳은 6·25 전쟁 후 피난민들이 모여 살았던 수암골이다. 청주의 대표적인 빈민촌이었지만 지금은 벽화 마을로 더 유명하다.

동네 입구에는 숨바꼭질하는 꼬마의 모습을 담은 벽화가 눈에 들어온다. 골목길과 전봇대, 대문, 담벼락, 의자 밑에 40여 점의 벽화가 곳곳에 숨어있다. 지난 5일 수암골을 찾은 정용찬(40·세종시)씨는 “어릴 때 친구들과 골목길을 놀이터 삼아 말타기를 하고 술래잡기를 했던 생각이 난다”며 “벽화를 배경으로 아이들과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수암골 골목에서 한 방문객이 벽화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수암골 골목에서 한 방문객이 프로포즈 벽화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벽화마을 수암골에 드라마 공원이 들어선다. 드라마를 주제로 한 전시관을 짓고 1.7㎞ 길이 거리를 한류스타 조형물 등이 설치된 드라마 거리로 꾸민다. 청주시는 7일 상당구 수동의 옛 청주시장 관사에 ‘김수현 아트홀’을 짓고 인근 시유지에 드라마 거리를 조성하는 내용의 한류명품 드라마파크 사업을 3월부터 추진한다고 밝혔다. 아트홀 건립과 드라마 거리 조성에는 96억원이 투입된다.

김수현 아트홀은 2601㎡ 부지에 지상 3층 규모로 짓는다. 청주 출신의 드라마 작가 김수현씨의 이름을 딴 전시형 체험공간으로, 한류 드라마 주인공 체험과 김 작가의 대본·원고 등 소장품이 전시된다. 작가 지망생들이 창작활동을 하는 공간과 소극장, 전시실도 마련할 예정이다.

김수현 아트홀~수암골~청주대 중문을 잇는 드라마 거리에는 60~70년대 거리를 재현한 세트장과 예술 작품, LED 조명 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아트홀은 내년 4월, 드라마 거리는 상반기 중에 공사를 마친다. 남태영 청주시 문화산업팀장은 “아트홀이 건립되면 수암골이 드라마를 테마로 한 문화예술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문객들이 수암골을 돌며 벽화를 감상하고 있다. 40여 개의 벽화가 그려진 수암골은 30분 정도면 한바퀴를 돌아볼 수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수암골은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하다. 마을 입구에 드라마 '카인과 아벨' 포스터가 걸려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수암골은 통영 동피랑마을과 부산 감천마을과 함께 3대 벽화마을로 꼽힌다. 지금은 연간 13만명이 찾는 명소가 됐지만 2000년대 중반까지 고도제한 등으로 도시개발에서 소외된 빈민촌이었다. 주민 이복희(66·여)씨는 “주민 대부분 생계가 어려웠지만 내 땅 네 땅 경계없이 말린 고추를 대신 걷어주고 일이 끝나면 막걸리를 함께 마시던 인심 좋은 동네였다”고 말했다.

낡고 허물어져 가는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은 건 지역 작가들이다. 2008년 청주 민예총 전통미술위원회 회원작가와 청주대·서원대 대학생 작가 등 10여명은 수암골에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햇님달님, 웃는 아이 삼남매, 소나무와 학, 천사의 미소, 추억의 연탄구이, 골목길 지도 같은 벽화를 하나 둘 그린 것이다.

당시 기획을 맡았던 생활문화공동체 마실의 이광진(60) 사무국장은 “옛 모습을 간직한 수암골의 골목길을 시민들과 공유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벽화를 그렸다”며 “수암골 맨 위에 있는 우암산 순환도로부터 마을 입구까지 벽화 산책로가 생기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고 말했다.
수암골 꼭대기에 만들어진 연탄재 미디어파사드 앞에서 관람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촬영지인 수암골 팔봉제빵점에 가면 당시 사용했던 드라마 대본을 볼 수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수암골이 유명세를 타면서 2009년 ‘카인과 아벨’, 2010년 ‘제빵왕 김탁구’, 2011년 ‘영광의 제인’ 등 각종 드라마와 영화가 이곳에서 촬영됐다. ‘제빵왕 김탁구’ 세트장으로 쓰였던 팔봉제빵점은 지금도 빵을 구워내며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빵집에 들어서면 손님들이 너덜너덜해진 드라마 대본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마을 주민들이 반찬과 떡을 나누어 먹는 정겨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수암골에 장밋빛만 있는 건 아니다. 이곳에는 아직 60여 가구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사람이 붐비는 주말에는 버려지는 쓰레기와 소음으로 불편을 겪는다고 한다. 수암골 주변에 커피전문점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옛 풍경이 훼손되어 간다는 지적도 있다. 김종수(71) 수암골 노인회장은 “거주민의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관광객 유입에 따른 주민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주 수암골 전망대에서 바라본 청주 시내 전경. 프리랜서 김성태
드라마 촬영을 하는 모습을 재현한 동상. 프리랜서 김성태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굿모닝 내셔널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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