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린이의 '이오스' 해외 거래사이트 투자기

홍재의 기자 2018. 1. 28.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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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③제 아무리 '흑우'라도 이런 실수는 하지 말자
2030이 그나마 기댈 수 있는 잭팟의 꿈./사진=Pixabay

벌써 두 달이 다 되어가는 일이다. '체험기'를 빙자해 대박의 꿈을 품고 가상화폐 거래사이트에 입금한 것이. 이미 몇 차례 '뽐뿌'는 받았었고 그만큼의 기회도 날린 뒤였다.

지난해 여름부터 기상통화 거래사이트를 좀 보라고 권유하던 친구가 있었다. 비트코인에 몇십만원을 넣어놨는데 4배가 됐다고 했다. 비트코인이 원화로 300만원쯤 하던 시기로 기억한다. 이제 이더리움을 살 것인데 괜찮은 것 같다며 한 번 들어가 보라고 했다.

"비트코인, 나도 공부해야지"라고 대답했지만 한두 번 사이트에 들어가 본 것이 전부였다. "가입하면 ㅇㅇ코인을 공짜로 준대"와 같은 소리도 들었지만 "그거 공인인증서 필요한거 아니냐?"라든가 "스마트폰으로 거래는 돼?"라는 핑계를 늘어놓으며 번번이 기회를 미뤘다.

이런 대화를 나눴던 기억도 난다. "야, 이거 몇 달러 하던 코인이 지금 300만원이 넘는다고? 이런 거품에 어떻게 투자를 하냐? 미쳤냐?"라고 했고, 그 친구도 "맞아. 그래서 나는 일단 비트코인은 뺐고…"라고 답했다. (비트코인은 얼마전 2500만원까지 올랐다. ㅠ)

비트코인, 가지마!ㅠ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블록체인, 가상통화, 비트코인 등을 공부하며 '투자를 조금이라도 해봐야 뭘 알지'라고 마음을 먹었던 때는 이미 비트코인이 1500만원 정도가 됐을 때다. 몇만원으로 수십, 수백억원을 벌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6개월 전에도 거품이라 했는데 아직도 오르는 거 보면 나중에 또 후회할지도 몰라!'라며 셀프최면을 걸었다.

그렇게 코린이의 첫번째 거래는 지난해 12월6일 거래사이트에 5만원을 입금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45만원을 추가 입금. 이미 머릿속에는 수백만원으로 떡상한 코인을 출금하며 즐거워하는 나를 상상하고 있었다.

나도 건물주가 될 수 있다! /사진=JTBC '아는 형님' 방송화면


◇종목을 택하다

6개월 전 '거품'이라고 결론 내렸던 비트코인은 이미 내 안중에 없었다. 그때도 거품이라 했던 비트코인이 이미 5배는 올랐는데 그걸 지금 들어간다는 건 바보짓이었다. 6개월 전 친구가 태웠던 이더리움 열차도 엄청 달려나간 뒤였다. 몇십만원 넣는다고 대박의 꿈이 이뤄질 것 같지 않았다.

12월 초부터 비트코인 갤러리 등을 배회하는데 소문이 들려왔다. 이더리움 기반의 이오스(EOS)라는 2.5세대 코인이 있는데 곧 국내 거래사이트에 상장할지도 모른다는 것. 해외 시세를 살펴보니 2~3달러 정도를 오가고 있었다.

떡상 열차 출발합니다.gif
출처=인터넷 커뮤니티

"그래! 이거닷! 이 열차는 아직 출발하지 않았어."

이오스를 살 방법은 하나뿐. 해외 거래사이트로 가야 했다. 당시 가장 큰 해외 거래사이트를 찾아보니 비트파이넥스(BITFINEX)라는 곳이 있었다. 홍콩의 비트파이넥스는 2016년 약 700억원에 달하는 비트코인을 해킹당해 파산 이야기가 있던 곳이지만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머릿속에서 자가발전했다. 마침 이오스를 다루고 있었고 가입도 어렵지 않았다. 이메일 인증을 거쳐서 바로 가입절차를 마쳤다.

계좌를 연동하는 법을 찾아보니 사실상 불가능했다. 해외 계좌를 갖고 있지도 않거니와 외환거래가 가능한 계좌도 없었다. 국내처럼 가상계좌가 있는 게 아니라 내 계좌 정보를 입력하면 비트파이넥스 쪽에서 직접 검토한 후 승인을 내려주는 방식이었다. 수많은 내 개인정보를 입력할 정도로 이 사이트를 신뢰할 수는 없었다.

이거다, 이거야!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대신 다른 방법이 있었다! 국내 거래사이트에서 코인을 사서 해외 거래사이트로 송금하면 된다. 해외 거래사이트에 도착한 코인을 팔아서 이오스를 사면 되니까 꼭 내 계좌가 연동돼 있을 필요는 없다!

◇가상통화 거래사이트에 대한 첫번째 불만

보내야 한다. 과연 중간에 증발하지 않고 잘 갈까?

머릿속에는 딱 2가지 뿐이었다. 다른 고려 사항은 없었다. 아무래도 불안했기에 일단 5만원으로 비트코인을 사서 보내보기로 했다. 구입한 비트코인은 0.00269520 비트코인. 너무 없어 보이니까 26만9520사토시(=1억 사토시가 비트코인 1개다)로 불러주기로 한다.

같은 거래사이트 내에서 코인을 사고파는 일이야 매도 혹은 매수 주문만 내면 수수료를 조금 떼고 거래를 해주니까 어렵지 않다. 그런데 다른 거래사이트로 출금을 할 때는 뭔가 복잡해 보였다. 알고 나면 별거 없지만, 혹시나 증발할까 하는 마음에 몇 번이고 검토를 해봤다.

'코인 출금'이 되는 코인과 되지 않는 코인을 분명히 확인해야 한다. /사진=업비트 캡쳐


리얼 블록체인 기술을 경험해보려면 첫째로 확인해야 될 게 있다. 내가 갖고 있는 코인이 해당 거래사이트에서 출금되는지를 알아보는 거다. 이게 무슨 소리냐고?

거래사이트 내에서 매도, 매수만으로 진정한 가상통화 '거래'는 이뤄지지 않는다. 그냥 그 거래사이트 내에서 ㅇㅇ코인의 소유권이 A에게서 나한테로 넘어오거나 내가 B에게 넘기는 것뿐이다. 즉, 블록체인 기술과는 1도 관계가 없다는 거다.

여기서 명심해야 할 포인트. 거래사이트를 살펴보면 '코인 출금'이 되는 코인이 있고 아닌 것이 있다. '코인 출금'이 되는 코인은 다른 거래사이트로 옮길 수도 있고 내 '전자 지갑'에 넣을 수도 있다. 그런데 '코인 출금'이 되지 않는 코인은 그 거래사이트 내에서 사고파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이 때문에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크다. XX거래소가 ㅇㅇ코인을 정말로 확보한 상태에서 이용자에게 ㅇㅇ코인을 판매하냐는 것이다. 어차피 출금도 되지 않고 현금화 할 수 있는 방법이 거래사이트 내의 거래뿐이라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코인을 사이트에 올려놔도 그만이니까.

가상의 가상통화를 주의하라. /사진=Pixabay


XX거래소가 ㅇㅇ코인을 실제로 100% 보유하지 않은 상황에서 거래가 되게끔 만들면 또 다른 문제점도 발생한다. 가상통화에서 많이 이뤄지는 일이 '하드포크'와 '에어드롭'이다.

하드포크나 에어드롭을 할 때 현재 ㅇㅇ코인의 소유자가 누구인지 '스냅샷'을 찍어서 기록해둔다. 이럴 때 실제로 코인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XX거래소에서 ㅇㅇ코인을 사봤자 내가 그 소유자로 인정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가상의 가상통화를 갖고 있는 셈. 이에 대해 거래사이트들에서는 각 코인의 보유비율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김진화 전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 공동대표가 투자할 만한 코인을 고르는 방법으로 제시한 것도 이거다. "출금이 되는 코인인지, 사업계획서는 분명한지 정도는 최소 알아보고 투자하라"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내가 구매한 비트코인은 가장 대표적인 코인이므로 대부분의 거래사이트에서 출금기능을 제공한다. 국내 거래사이트에서 출금이 가능하고 해외 거래사이트에서 입금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실행뿐이다.

비트코인 지갑은 이런식으로 생겼다. /사진=Bitfinex


국내 거래사이트에 입금한 당일, 해외 거래사이트에도 입금 지갑을 열었다. 별거 없다. URL 같은 주소를 받는 거다. 엄청 길고 복잡하므로 수기로 작성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컴퓨터로 '복사+붙여넣기'를 하면 된다. 그리고 국내 거래사이트로 돌아와 출금 주소에 이 긴 숫자와 문자를 넣고 내 전재산인 26만9520사토시를 출금 신청 금액으로 기재했다. 그다음 SNS인증 요청으로 본인 확인을 하고 비밀번호까지 입력했다.

'출금 요청 완료.'

내가 할 일은 다 했다. 이제 기다리는 것뿐이다.

출금 주소에 내 지갑주소를 잘 '복사→붙여넣기' 해야 된다. 한 글자라도 틀리는 날에는 ㅠ/사진=빗썸


◇'김프'와 '수수료'에 두 번 울다

엄청난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게 진짜 해외로 가는 걸까. 아직 국내 거래사이트에서 일을 처리해주기 전이라 '취소'도 가능했다. 실제 내 코인이 해외로 건너가고 있는지 알아볼 방법도 없었다. 그렇게 1시간반 정도를 보냈다.

불안감을 떨칠 겸 다른 일을 하다가 다시 사이트를 열어보니 이제 취소가 안 된다. 대신 택배 송장과 비슷한 긴 인터넷 주소가 할당됐다. 이걸 눌러보니 뭔가 복잡한 영어들이 쓰여 있다. 우체국으로 치면 택배가 접수된 상황으로 보였다. 다만 어느 물류센터를 지났다는 내용은 적혀 있지 않았다.

조금 안심이 된 건 내가 받을 주소로 써넣은 그 URL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거다. 혹시나 틀리지 않았나 여러 번 다시 확인했다. 이 주소를 틀렸을 경우 다시 내 코인을 찾아올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봐도 된다.

비트코인을 보낼 때 '송장'은 이렇게 생겼다/사진=Blockchain.info


송장을 몇번이고 눌러봤다. 이제 블록체인의 인증시스템이 눈에 들어왔다. 블록이라는 글자도 보이고 인증숫자도 올라가고 있었다. 내가 받으려 했던 해외 거래사이트에도 26만9520사토시가 표시됐다. 아직 완료는 되지 않았고 33%의 공정률을 보였다. 이천 물류센터를 지난 상황 정도로 파악됐다. 비트파이넥스에서 내 소유권을 인정해주기 전까지 비트코인시스템의 '인증'이 조금 더 필요했다.

마침내 100%. 택배가 도착했다. 해외 거래사이트에 내 소중한 자산이 숫자로 표기됐다. 2시간 정도 걸렸다.

원래 보내려고 했던 45만원을 같은 방법으로 다시 넘겼다.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는 걸 알고 나니 받을 때까지의 마음고생은 줄었다. 마침내 300여만 사토시가 해외 거래사이트에 전송됐다.

마침내 내 소듕한 비트코인이 도착했다. /사진=Bitfinex


이제 남은 건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을 이오스로 바꾸기. 비트코인은 가상통화 내에서 기축통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굳이 달러로 다시 바꾸지 않아도 곧바로 이오스를 구매할 수 있다. 며칠간 가격이 급등한 이오스는 6일 당일 5달러(약 5300원) 선을 오가고 있었다.

구매 완료. 78개의 이오스가 내 잔액에 찍혔다.

그런데 계산해보니 뭔가 좀 이상했다. 5300원 곱하기 78은 41만3400원. 8만원 이상이 증발했다. 그제서야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검토에 착수했다.

첫번째 문제는 수수료였다. 0.0005 비트코인이 두 차례 수수료로 나갔다. 1만5000원에 달하는 돈이었다. 그렇게 하더라도 7만원이 비었다.

그때 두번째 문제점을 알아버렸다. 일명 '김치 프리미엄'(코리아 거품·김프)였다. 거래사이트마다 코인가격이 다른데 같은 비트코인이라도 한국 거래사이트의 가격이 해외보다 비쌌다. 해외 거래사이트로 비트코인을 전송한 순간 달러 대비 가치가 줄어든 것이다. 내가 갖고 있는 비트코인의 총 가격이 내려가니 살 수 있는 이오스의 개수도 줄어 버렸다.

'거래소 폐쇄' 방침을 밝혔던 박상기 법무부 장관. 이 분의 강력한 입장 발표로 50%에 달했던 '김치 프리미엄'이 잡혔다. /사진=뉴스1


◇'존버'는 언제나 옳다

전체적인 우하향 차트가 깨진 현재 상황에서는 맞지 않는 이야기가 됐다. 그때만 해도 존버는 무조건 옳았다. 가격 등락폭이 심하더라도 며칠 지나고 나면 원금 이상의 가치를 갖던 시기였다. 그렇지만 어떤 좋은 이야기라도 내가 비로소 깨닫는 건 이미 손해를 본 뒤다. (그리고 깨닫고 행동하는 순간 규칙은 바뀐다)

한국 거래사이트에 상장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던 이오스는 며칠째 깜깜무소식이었다. 가격도 오히려 4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수수료에 김프에 이제는 가격 하락까지. 친구들은 신나게 놀려댔다.

풉!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그냥 조용히 국내 거래사이트에서 코인 하나 사면 이렇게 오르는데 해외로 보내서 남들한테 기부하고 있냐."

오기가 생겼다. 어떻게든 원금을 복구하리라! 이오스 가격은 하락한 반면 머장(대장주)이라 불리는 비트코인은 날아가고 있었다. 국내에서도 연일 비트코인 떡상 기사만 오르내렸다. 이오스고 뭐고 처음에 송금을 위해 샀던 비트코인만 조용히 갖고 있었더라면….

아주 잠깐만 이오스 열차에서 짐을 빼기로 결정했다. '비트코인에서 조금 벌어서 이오스를 사면 이득이겠지?' 아…이오스를 구입한 지 이틀 만에 결정한 손절이었다. 그래도 머장을 믿었다.

가즈아~~~~~/사진=인터넷 커뮤니티


단타놀이를 조금 해본 사람들은 알 거다. 주식이든 코인이든 이상한 프로그래밍이 돼 있다. 내가 팔면 오르고 내가 사면 내려간다. 1만7000달러(약 1820만원) 때 들어간 비트코인은 정점을 찍고 1만3000달러까지 내려갔다.

존버하면 다시 올라가겠지? 무슨 소리! (내가 판) 이오스가 폭등했다. 그리고 5일 뒤인 13일, 국내 거래사이트에 공지가 올라왔다. 이오스가 상장된단다.

'다른 거래 사이트에 이오스를 보유하고 계신 분들은 거래가 시작되기 전까지 이오스를 국내 거래사이트 전자지갑으로 보내세요.'

이오스가 국내 상장된다는 소식은 별안간 들려왔다. /사진=빗썸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간이었지만 이미 내가 보유하고 있던 이오스의 40%는 비트코인에 들어가 있었다. 지금이라도 이오스로 다시 바꿀까, 계산기를 두드려봤더니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오스 30개를 팔아서 비트코인을 샀는데, 다시 이오스로 바꾸려니 17개가 최대였다. 하하핫. 이오스는 폭등하고 비트코인은 떨어지면서 일주일 만에 사실상 반토막이 난 셈이었다.

도저히 억울해서 바꾸지 않았다. 이미 바꿔놓은 비트코인은 존버하기로 했다. 한국 거래사이트에서 이오스가 정식 거래되기 전에 남아 있는 이오스를 빨리 가져와 초기 효과를 노려보겠다는 데 정신이 팔렸다. 이오스는 수수료도 높지 않은 편. 지금까지의 손해는 모두 메우고도 남으리라.

가즈아.gif
출처=인터넷 커뮤니티

◇배 타고 건너온 이오스

이미 두 차례 경험해본 송금은 껌이었다. '금방 넘어오겠지' 하는 생각으로 13일 오후 송금을 걸어두고 퇴근했다. 잠을 잤다. 출근 했다. 아직 오지 않았다. 비행기를 태워 보냈어도 이미 인천공항을 거쳐 집까지 왔어야 할 아이가 아직 오지 않았다. 점심을 먹었다. 퇴근을 했다. 이오스 국내 거래가 시작됐다. 내 이오스는 오지 않았다.

이미 송장에는 수백번의 '인증'이 된 것으로 기록됐다. 국내 거래사이트에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항의 메일도 보내봤지만 소용 없었다. 배를 타고 온 것으로 추정되는 내 이오스는 14일 저녁이 돼서야 국내 거래사이트에 반영됐다.

난 그냥 이오스를 사고 싶었을뿐…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5000원으로 시작한 가격은 순식간에 1만5000원을 찍고 거래사이트 서버를 폭파시켰다. 서버 폭파 후 9000원으로 폭락하더니 슬금슬금 7000원대까지 내려갔다. 48개 곱하기 7000원은 33만6000원. 하하하. 웃어 보였다. 그래도 해외에 아직 100달러(약 10만7000원)가량의 비트코인이 남아 있으니 막대한 손해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수수료가 꽤 비싸니 그만큼만 벌어서 국내로 가져오면 되겠지' 생각했다. 며칠을 더 버티고 몇 번의 실수와 성공을 반복하고 나서 '이제는 국내 거래사이트로 가져와야지' 하고 송금 페이지로 들어갔다.

◇개미는 울지요

정리해보자. 수수료에 한 대 맞고, 김프에 또 맞고, 느린 송금 시간에 3번 울었다. 이번 눈물은 결정적이었다. 한 번도 송금을 해보지 않은 개미들은 꼭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최소 송금(출금)수량이라는 게 있다. 특히 가상통화 투자가 늘어나면서 거래사이트마다 최소 수량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내가 갖고 있는 비트코인으로는 국내 거래사이트로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다른 코인의 최소출금 수량도 확인해봤지만 적어도 200달러(약 21만5000원) 이상 값어치의 코인을 갖고 있어야만 송금이 가능했다.

최소 0.02227BTC 이상을 송금해야 한다/사진=Bitfinex


한참이 더 지나고 나서의 일이지만 더이상 해외 거래사이트에 이 돈을 놔둘 수가 없기에 결국은 국내에 갖고 있던 코인을 다시 해외로 보내 금액을 합쳐서 이를 회수했다. 갖고 있던 비트코인의 가치를 2배로 올려 최소출금 수량을 넘겨볼까 했는데 자꾸 0원에 수렴해 포기했다. 그렇게 또 한 번 수수료 손해를 보고 해외 거래사이트의 잔액을 전량 회수할 수 있었다. (보낸 코인을 다시 가져왔기 때문에 김프 손해는 입지 않았다)

이오스가 국내 거래사이트에 상장된 지도 한 달이 훌쩍 넘었다. 2500만원까지 올랐던 비트코인이 1000만원까지 폭락하는 등 시장 자체는 얼어붙었지만 이오스는 상장 첫날에 비해 2배 정도 올랐다. 한때 3만원 가까이 올랐다가 지금은 1만5000원대의 가격을 형성했다.

가격도 제법 올랐고 중간중간 매수와 매도를 거듭하며 총 투입한 금액 대비 50% 정도의 수익을 유지하고 있다. 대신 주름살이 좀 늘었고 다크서클이 짙어졌다.

단타는 사람에게 해롭다. /사진=Pixabay


국내 거래사이트에 돈 몇 푼 넣어서 사고팔고 밖에 할 줄 모르는 나 같은 코린이들. 국내 규제가 싫어 "그러면 해외로 가지 뭐!"라고 큰소리는 치지만 실제로 해본 적은 없는 개미들. 그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덮어놓고 실행하기 전에 먼저 잘 알아봐라! 급한 마음에 실행부터 하고 보면 내 돈은 슬금슬금 0원으로 향한다.

또 하나 중요한 포인트. 코인계 격언을 무조건 맹신하지 말라! 예전엔 '존버'가 1주~1개월 정도였다면 지금의 존버는 다르다. 2년이 되고 3년이 될지 모른다. 무슨 소리냐고? 2달전부터 존버하던 친구가 한강의 수온을 체크하고 있단 말이다.

분석차트도 믿을 게 못 된다. 차트란 건 '일이 벌어지고 나서' 기록되는 거다. 한강 온도를 확인 중인 친구도 차트를 맹신하며 미래를 내다보듯 투자했었다. (친구야, 힘내)

홍재의 기자 hja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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