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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비리포트] 외국인 타자의 성공, 미리 알 순 없을까

조회수 2018. 1. 25.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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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타자의 KBO리그 이전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지난 13일  LG 트윈스가 MLB 출신의 아도니스 가르시아(33) 영입을 발표하며 2018시즌 개막을 맞을 외국인 타자 10인의 면면이 확정됐다.

외국인 선수의 활약 여부에 대해 흔히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표현을 자주 쓴다.  영입 당시의 기대치와 실제 성적이 일치하지 않는 사례가 숱했기 때문이다.

2017시즌 KIA 통합 우승의 주역이 된 중견수 버나디나 (사진: KIA 타이거즈)

2017시즌을 앞두고  '수비력'에 더 방점이 찍혔던 KIA 중견수 버나디다는 타율 0.320 장타율 0.540 WAR 5.0이라는 뛰어난 성적으로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차지하는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였다.

(관련 칼럼: 필 대신 버나디나, KIA의 새 효자될까? )

반면 역대급 커리어를 자랑했던 제임스 로니는 이름값에 걸맞는 활약을  보이기도 전에 구단과의 충돌로 KBO리그를 떠났다.  (타율 0.273 OPS 0.822)

외국인 타자의 성패는 과연 뚜껑을 "열어봐야만" 알 수 있는 것일까?

2014시즌 '외국인 선수 3명 보유, 2명 동시 출전 가능' 조항이 신설된 이후  4년 간 KBO리그에서 기록을 남긴 외국인 타자는 35명이다. 충분한 표본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경향성은 확인해 볼 수 있는 숫자다.

"뚜껑을 열어봐야만"이라는 클리셰를 뒤로 하고, "열어보기 전에" 외국인 타자의 활약 여부를 높은 확률로 예측할 수 있는 단서가 어딘가엔 존재하진 않을까?


타자 고유의 지표 : 홈런, 볼넷, 삼진.

타석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결과 중 위 세가지 지표는 수비수의 간섭을 전혀 받지 않는다. 타자의 성향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 셋은 타격 지표들 중 가장 안정적이다.

미국야구 통계전문사이트인 '팬그래프닷컴' 에서는 그 값들이 얼마나 안정적인지를 아래와 같이 시각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출처: 팬그래프닷컴

가로축에 해당하는 타석(PA;Plate Appearance) 표본이 쌓일수록 세로축에 해당하는 각 결과의 안정성(Alpha; 결정계수 r^2)은 높아진다. 다만 각 지표가 안정되는 속도는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삼진 비율(K%)은 100타석만 넘어가도 70%에 가깝게 타자의 성향을 설명할 수 있지만, 타자의 2루타 비율(2B%)은 600타석이 표본으로 쌓여도 설명력이 40%에 미치지 못한다.

삼진은 타자의 성향 만을 반영하지만, 2루타에는 타구의 속도와 각도, 타자의 주력, 코너 내야수가 라인선상에 위치했는지 여부, 외야수의 타구 판단과 송구 능력, 구장의 형태 등 수많은 변수가 개입되기 때문이다.  다양한 변수의 개입은 '안정성'을 저하시킬 수 밖에 없다.

본 칼럼은 각 수치가 "안정적"이 되는 최소 표본을 기준으로 한다.  삼진 비율은 60타석, 볼넷 비율은 120타석, 그리고 홈런 비율은 170타석으로 규정한 팬그래프의 설정을 따르도록 한다.

다시 질문!

외국인 타자들이 KBO리그 입성 전까지 커리어 동안 기록했던 '고유 지표'들은 한국에서도 유효할까? 아니면 이들은 아무 연관성이 없으며,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라는 일반적인 인식이 맞는 것일까?

(*참고: 외국인 타자들이 주로 활약한  미국 리그 기록은  리그별로 수준이나 성향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선수의 커리어 통산 성적 대신 각 리그 별 통산 성적으로 구분했다. 

가장 긴요하게 활용한 트리플A 기록  또한 International League(인터내셔널리그, 이하 IL)과 Pacific Coast League(퍼시픽 코스트 리그, 이하 PCL)로 구분한다. 이 둘은 같은 AAA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각각 투고와 타고의 성향이 확실히 구분되기 때문이다.

지난  2017시즌 인터내셔널리그(IL)에서는 14개팀 중 8팀의 ERA가 3점대였다. 반면  퍼시픽 코스트 리그(PCL)에서는 16팀 중 한 팀만 ERA가 3점대였고 열 팀이 4점대, 다섯 팀이 5점대 ERA를 기록했다.)

# 삼진 비율의 연관성

홈런%, 볼넷%, 삼진% 이 세 지표 중에서 가장 "연관성"이 높은 것은 단연 삼진 비율이다. 메이저리그를 제외한 리그들(IL, PCL, AA)과 KBO리그는 상당한 연관성을 보였다. (각 상관계수 r = 0.73, 0.55, 0.66).

특히 IL(인터내셔널리그)과 KBO리그 모두에서 60타석 이상을 소화한 타자들 22명은 아래와 같이 추세선에 꽤나 근접해있다.

다만  아래 표 안의 식에서도 드러나듯 (y = 0.6433*x + 6.1383) 유사한 삼진 지율을 보인다고 해석하기 보다는  미국 리그에서 삼진 비율이 높은 타자는 한국에서도 그럴 확률이 높다 정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IL과 KBO 모두에서 60타석 이상 기록한 타자 22명 대상)


# 볼넷 비율의 연관성

삼진 비율에 비해 볼넷 비율은 유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타고 성향의 PCL과 AA리그는 그나마 상관계수 r = 0.61, 0.52로 다소 연관성을 보여주지만  MLB와 IL의 경우에는 이렇다할 연관성이  드러나지 않았다. (r = 0.33, 0.22).

단적인 예로  AAA 양 리그에서 각각 9.7%, 12.2%의 볼넷 비율을 기록한 KIA 버나디나는 지난해 KBO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생산력(AVG 0.302 OPS 0.839)을 보인 KIA 타선의 중심에 배치된 탓인지  과거에 비해 타석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KBO 6.6%).

IL과 KBO 모두에서 120타석 이상 기록한 타자 19명 대상)


# 홈런 비율의 연관성

예상대로 홈런 비율은  볼넷% 보다도 리그 간의 연속성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삼진이나 볼넷과 달리 홈런에는 구장 크기나 공의 반발력 등 변수로 추가되는 요인이 있다. 홈런 비율에 있어 미국 리그와  KBO리그 간의 이질감은 상당하다. (상관계수 r = 0.31, 0.02, 0.30, 0.25: MLB, IL, PCL, AA 순).

예를 들어 넥센 소속이었던 대니 돈은 투고 성향의 인터내셔널리그(IL)에선 상당한 홈런 파워를 보였지만(4.2%) KBO리그에서는 이에 미치지 못했고 2번째 시즌 도중 퇴출되었다(3.0). 

반면 그의 대체자로 영입된 초이스는 표본이 많진 않지만 KBO리그 201타석에서 무려 17홈런을 터뜨리는 무시무시한 홈런 비율(8.5) 기록했다. 하지만 그의 IL 통산 홈런 비율은 1.2%에 불과했다.

(관련 칼럼 보기: MLB '1라운더' 초이스, 넥센에선 터질까)

(IL과 KBO 모두에서 170타석 이상 기록한 타자 17명 대상)


타자의 고유 지표에 대한 리그간 연관성 확인을 통해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다음과 같다.

리그를 막론하고 미국 야구에서의 삼진 비율을 통해 KBO리그에서의 삼진 성향을 상당 수준 예측할 수 있다. 반면 볼넷과 홈런 비율의 경우 일반의 예상처럼 "뚜껑을 열어 봐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인 삼진 비율도 KBO리그에서의 전반적인 타격 성적과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었다.

테임즈를 대체한 NC 스크럭스는 지난시즌 삼진 비율이 25.9%로 KBO 타자들 중 독보적이었다. 하지만 그의 생산력은 리그 정상급이었다. OPS 기준 리그 7위(0.997)를 기록했으며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 역시 4.7로 준수했다.

물론 14-15시즌 KBO리그를 폭격하고 일본으로 진출했던 나바로처럼 IL의 917타석에서 15.04%, KBO의 1245타석에서 11.5%의 삼진 비율을 기록한 반대 사례도 있었다.

미국 리그에서의 삼진 비율은 KBO리그에서 해당 타자가 어느정도 삼진을 당할지 예측하는 좋은 기준점은 될 수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일 뿐이며, 삼진 비율은 실제 타격 생산성과 이렇다할 연관이 없었다.

MLB, IL, PCL, AA에서의 삼진 비율 모두 아래 표에서 각각 확인되는 것처럼 KBO리그에서의 실제 성적과 무관했다. (상관계수 r = -0.24, -0.33, 0.07, 0.01).

#1. MLB 삼진비율과 KBO리그 타격 성적의 상관 관계

(MLB에서 60타석, KBO에서 400타석 이상을 소화한 타자 16명 대상)

#2. 인터내서널리그(IL) 삼진비율과 KBO리그 타격 성적의 상관 관계

(IL에서 60타석, KBO에서 400타석 이상을 소화한 타자 11명 대상)

#3. 퍼시픽 코스트리그(PCL) 삼진비율과 KBO리그 타격 성적의 상관 관계

(IL에서 60타석, KBO에서 400타석 이상을 소화한 타자 11명 대상)


# '야잘잘'의 가능성

'야잘잘'이란 표현이 있다.

'야구는 원래 잘하던 사람이 잘한다'라는 의미를 축약한 이 표현처럼  타자의 삼진, 볼넷, 홈런 등 '고유값'은 그 자체로는 안정적일 수 있지만, 그런 값과 무관하게 미국에서도 잘하는 선수가 KBO 리그에서도 잘하는 것은 아닐까?

비록 표본은 적지만 해당 리그에서의 성적이  KBO리그의 성적과 상당한 연관성을 보이는 리그가 있다. 바로 AAA의 인터내셔널리그(IL)다.

아래 표는  투고 리그인 인터내셔널 리그(IL)와 KBO리그의 wOBA(가중 출루율) 기록을 비교한 것이다(상관계수 r = 0.82)   (MLB, PCL, AA는 각각 r = 0.50. 0.06. 0.38)

IL과 KBO 모두에서 400타석 이상을 소화한 타자 9명 대상)

그렇다면 왜 하필 '신계' MLB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타고투저 리그인 PCL도 아닌 IL인가? 

다소 거친 해석이지만  투고 리그인 IL 리그에서 일정 이상 활약을 보인 타자라면 KBO리그 투수들을 상대로 그 이상의 활약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KBO리그에 영입되는 타자 대부분은 MLB에서 한 두 시즌 반짝 활약에 그쳤거나, 과거에는 잘했지만 폼이 무너졌거나  MLB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하는 소위 AAAA급에 해당된다.

따라서 MLB의 성적은 소위 '플루크'에 해당하거나, 타자의 나이가 들기 이전의 기록이거나, 들쭉날쭉한 출장 기회로 인해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미국 현지 매체  [Las Vegas Review Journal]에는  지난해 7월 3일 " PCL은 투수들의 악몽"이라는 요지의 기사를 게재한 바 있다.

이 기사에  의하면,  뉴욕 메츠 산하 AAA팀인 Las Vegas 51s의 투수 코치가 투수를 평가할 때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과 "볼넷 비율"만을 본다.  AAA 투수 가운데 FA 자격을 얻은 이들은 그들의 에이전트에게 PCL을 피해달라고 한다는 언급도 있다.

물론 이 기사만을 근거로  리그 "수준"을 단정지을 순 없다.

다만 투고 현상이 나타난  IL에서 거둔 타격 성적을 참고하는 것이  KBO리그에서의 활약 가능성을 점치는 단서가 될 수 있다. KBO리그 최고 타자로 군림한 테임즈는 IL에서도 준수한 기록을 남겼다. (IL 0.394   KBO 0.487)

LG 새 외국인 야수 아도니스 가르시아 (사진: LG 트윈스)

18시즌을 앞두고 새로 영입된 외국인 타자는 두산의 지미 파레디스, 한화의 제러드 호잉, 그리고 LG의 아도니스 가르시아다. 이 중  IL에서 400타석 이상을 소화한 선수는 아도니스 가르시아 뿐이다. 그가 과연 위의 추세선에 맞는 모습을 보일지 여부를 하는 것도  주목해 볼 만한 관전 포인트다.

LG 가르시아, 인터내서널리그 (IL) 통산 wOBA : 0.344



가르시아의 KBO리그 2018시즌 예상 wOBA  = 1.3439*(0.344) - 0.0712 = 0.391
2017시즌 버나디나 wOBA 0.390 (리그 17위) 




# 첨언

리그 간 연관성 검토에서 유의해야 할 대목은 표본의 부족이다. 삼진, 볼넷, 홈런과 달리 수비와 구장이 개입하는 전체 타격 성적(본 칼럼에서는 wOBA[가중출루율]을 기준으로 함)은 최소 400타석이 넘어야 안정성을 획득한다.

한국 땅을 밟은 외국인 선수 중 어느 한 리그에서 꾸준히 400타석 이상을 소화한 경우는 생각보다 드물다.  2014시즌 이후 KBO리그에서 단 한 타석이라도 소화한 외국인 선수는 35명이지만, 400타석 이상 소화한 선수는 고작 19명에 불과했다.

이 밖에도 논의를 간단히 하기 위해 타자의 나이, 인성, 적응력을 무시하였으며, 외국인 선수의 가치를 오로지 '타석에서의 공격력'만으로 한정지었다. 


[기록 출처 및 참고 : 베이스볼 레퍼런스, 베이스볼 아메리카, 브룩스 베이스볼, 팬그래프,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 Baseballsavant, NPB, KBReport.com, 스탯티즈, KBO기록실]

박광영 필진 / 정리 및 편집: 김정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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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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