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스노보드 신성' 클로이 김에게 한국은?

윤세호 입력 2018. 1. 22. 05: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클로이 김 인스타그램 캡처

[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내가 한국인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미국인이라고 생각한 적도 없다. 정답은 코리안-아메리칸이다.”

여자 스노보드 선수 클로이 김(18)이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블리처리포트와 인터뷰를 통해 부모님의 나라 한국으로 향하는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외모로 인해 적지않은 혼란도 경험했으나 이제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한 상태였다. 스스로를 바나나와 비유하며 자신 만의 신념과 정답을 갖고 세계무대에 서겠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재미교포 클로이 김은 다가오는 평창 올림픽에 미국대표팀의 일원으로 참가한다. 어릴적부터 ‘스노보드의 전설’ 숀 화이트(32)와 비교된 그녀는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부문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슈퍼스타다. 버튼, 오클리, 토요타 등의 후원을 받고 있고 세계적인 통신사 AFP로부터 평창 올림픽서 주목해야 할 스타 10인에도 선정됐다.

사실 클로이 김은 2014 소치 올림픽서도 메달이 유력했다. 그러나 당시 글로이 김은 13세에 불과했고 15세 이상만 올림픽에 출장할 수 있다는 규정에 발목이 잡혔다. 전문가들은 13세였던 클로이 김이 전 세계에서 세 손가락에 꼽히는 실력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이후 4년 동안 클로이 김은 ‘최고’가 됐다. 2015년 X게임에선 최연소 금메달 수상자가 됐고 여자선수 최초로 백투백 1080(2회 연속으로 세바퀴를 도는 점프)를 성공하며 100점 만점을 받았다.

클로이 김의 성공에는 아버지 김종진 씨의 역할이 컸다. 김 씨는 엔지니어 학위를 따기 위해 캘리포니아 주립대에서 유학생활을 하다가 미국에 정착했다. 김 씨는 딸이 스노보드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4살이었던 클로이 김에게 스노보드를 선물했다. 김 씨의 안목은 정확했다. 클로이 김은 별다른 가르침 없이 스노보드 테크닉을 자연스레 터득했다. 레귤러 스탠스(왼발이 앞으로 가는 자세)와 구피(오른발이 앞으로 가는 자세)를 마음껏 넘나들며 스노보드 신성의 등장을 알렸다.

만 6세부터 대회에 참가한 크로이 김은 이듬해엔 각종 대회를 휩쓸기 시작했다. 당시 클로이 김을 본 전문가들은 “화이트의 어린시절을 보는 것 같다. 그 누구도 이처럼 어린 나이에 이렇게 점프하지 못한다”고 극찬했다. 이후 김 씨는 딸의 미래를 위해 전력을 다했다. 주말마다 클로이 김의 연습을 위해 집에서 523㎞나 떨어진 맘모스 산을 향했다. 해가 뜨기 전 집을 나와 새벽 2시에 집에 도착하는 일이 반복됐다. 클로이 김은 “침대에서 자고 있으면 아빠가 나를 안아서 차에 실었다. 차에서 눈을 뜨면 나도 모르게 새로운 곳에 도착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클로이 김 인스타그랩 캡처
클로이 김은 예전부터 자신의 정체성을 묻는 질문과 꾸준히 마주했다. 10대 초반에는 대인기피증을 겪기도 했다. 스노보드 선수 대부분이 백인이기 때문에 어린 시절 클로이 김이 느끼는 혼란은 더 컸다. “진짜 국적이 어디라고 생각하나? 한국에 가깝나? 미국에 가깝나?” 같은 질문이 언제나 클로이 김을 향했다. 클로이 김은 “내가 한국인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미국인이라고 생각한 적도 없다. 정답은 코리안-아메리칸이다. 바나나와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겉은 동양인이지만 미국에서 태어나고 살았기 때문에 내면은 미국인에 가까울 수도 있다. 남들은 나를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으나 이게 정답”이라고 밝혔다. 분명한 것은 클로이 김이 미국에 터를 잡은 수많은 재미교포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영화 배우이자 감독 저스틴 전은 “클로이 김은 우리 모두를 대표한다. 재미교포 모두가 클로이 김을 응원하고 있다. 우리에겐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 한국의 전통도 따른다. 하지만 우리를 향한 분명한 정의는 코리안-아메리칸”이라고 힘줘 말했다.

클로이 김에게 평창 올림픽은 친지들과 재회할 수 있는 기회다. 그러나 그녀의 가장 큰 목표는 승리다. 할머니와 만남에 기쁜 마음을 드러내면서도 “한국은 부모님과 가족들이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 하지만 지금 내게 한국은 집보다는 경쟁이 펼쳐지는 장소에 가깝다. 경기에 집중할 것”이라며 꿈에 그렸던 올림픽 무대에서 정상에 오르겠다고 다짐했다.
bng7@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