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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취재파일] 마징가Z(제트) 45년 만의 귀환

박진원 기자
입력 2018. 1. 10. 16:44 수정 2018. 1. 10.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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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마징가Z>

일본의 애니메이션, 로봇 매니아들이 술렁이고 있다. 마징가 데뷔 45년 만에 마징가Z가 은막 귀환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신작 마징가 애니메이션 영화 <마징가Z 인피티니>가 오는 토요일(1/13) 일본 전역의 극장에서 개봉한다.
 

[SBS 뉴스 사이트에서 해당 동영상 보기]


마징가Z는 1972년 12월 3일부터 1974년 9월 1일까지(총 92화) 일본 후지TV에서 방영된 일본을 대표하는 로봇 애니메이션으로 당시 30%가 넘는 최고시청률(당시 지상파 채널 7개)을 기록하는 등 엄청난 인기를 누렸을 뿐 아니라 초합금 시리즈를 비롯한 관련 완구 개발 등으로 캐릭터 산업의 신기원을 이룬 작품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일본 종영 이듬해인 1975년 8월부터 <우주의 왕자 빠삐>의 후속으로 매주 월요일 방영되며 역시 큰 인기를 누렸다. '기~운 센 천하장사 무쇠로 만든 사람'으로 시작되는 주제가는 당시 유년 시절을 보낸 40~50대의 귀엔 아직도 선하다.
 

[SBS 뉴스 사이트에서 해당 동영상 보기]

마징가 TV시리즈 방영 45주년, 원작자인 나가이 고(永井豪)의 만화가 데뷔(1967) 50주년 기념작이기도 한 <마징가Z 인피니티>는 TV시리즈에서 주인공 카부토 코지(兜甲兒, 한국명 쇠돌이, 현행 외국어 표기법으로는 '가부토 고지'가 맞다. 여기서는 통상 널리 쓰이는 표기를 따랐다)와 마징가Z가 악의 과학자 닥터 헬(Dr. Hell)과 그가 이끄는 지하제국의 세계정복의 야망으로부터 지구를 구한 뒤 10년이 흐른 상황에서 시작한다.

코지는 자신의 할아버지(카부토 쥬조), 아버지(카부토 켄조)의 뒤를 이어 과학자의 길을 걷고 있다. 이런 가운데 코지는 후지산 인근 지하에서 정체불명의 초거대 유적 '인피니티'와 그로부터 나온 수수께끼의 생명체 '리사'와 조우하고 이와 때를 같이해 닥터 헬과 그가 이끄는 기계수(機械獸)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코지는 마징가Z와 함께 또 다시 지구를 구하기 위한 싸움에 나선다.

원작 <마징가Z>의 등장인물들이 대부분 그대로 나오지만 10년의 세월 동안 많이 변모한 모습이다. 공식 사이트(www.mazinger-z.jp)의 캐릭터 소개를 보면 광자력연구소의 소장이던 유미 겐노스케 박사는 일본 총리가 됐고, 유미 박사의 딸이자 코지의 단짝으로 여성 로봇 아프로다이A(에이스)를 조정했던 유미 사야카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광자력연구소장이 돼 있다. 코지의 동생으로 원작에서 초등학교 5학년 설정이었던 가부토 시로는 이제 지구를 방어하는 통합군의 소대장으로 성장했다.

원작의 후속작 <그레이트마징가>에서 그레이트마징가를 조종했던 츠루기 테츠야, 여성 로봇 비너스A의 조종사 호노 준, 코지의 친구로 보스보롯을 조정하는 보스도 성장한 모습으로 다시 등장한다. 닥터 헬은 물론 그의 부하 브록켄 백작과 아슈라 남작, 그들이 조종하는 기계수 등 악역들도 부활해 돌아왔다. 물론 CG기술의 발달과 함께 화면은 한층 화려해졌다. 마징가Z는 물론 그와 싸우는 기계수들은 모두 3D CG로 제작됐다.
 

[SBS 뉴스 사이트에서 해당 동영상 보기]

 
<원조 슈퍼로봇>

수많은 슈퍼로봇 애니메이션 가운데 마징가Z가 유독 큰 의미를 갖는 것은 조종사가 로봇에 직접 타고 조종하는, 최초의 탑승형 로봇이라는 점이다. 마징가Z보다 먼저 나온 애니메이션 로봇인 우주소년 아톰(1952, 데즈카 오사무(手塚治蟲) 원작)은 로봇이 스스로 의사(意思)를 갖고 행동하는 안드로이드형 로봇이었고, 철인28호(1956, 요코야마 미쯔테루(橫山光輝)는 리모트 컨트롤러로 조종하는 원격조정형 로봇이었다.

나가이 고는 교통체증에 걸린 자동차들을 보고 있다가 "자동차에서 다리가 나와서 앞 차들을 넘어갈 수 있으면 좋을 텐데"라는 발상에서 탑승형 로봇을 구상했다고 밝혔다. 자신이 어린 시절 보고자란 아톰, 철인 28호와는 전혀 다른 설정의 로봇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한다. 특히 획기적인 점은 주인공 코지가 수직이착륙 비행기(TV방영 초반에는 호버파일더, 후반에는 제트파일더)를 타고 거대 로봇의 머리 부분이 도킹해 사실상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마징가Z가 아직 '에네르거Z'로 불리던 초기 구상 단계에는 주인공이 오토바이를 타고 도킹하는 설정이었다. 이런 탑승형 로봇 구상은 그 뒤로 수많은 로봇 애니메이션의 주축을 이루며 슈퍼로봇 애니메이션이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핵심 분야로 우뚝 서는 데 큰 바탕이 된다.

올해 73세가 되는 나가이 고가 '슈퍼로봇의 아버지'로, 마징가Z가 '원조 슈퍼로봇'으로 불리는 연유(緣由)다. 나가이는 '슈퍼로봇의 아버지'라는 별명에 걸맞게 마징가 시리즈 <그레이트 마징가>, <UFO로보 그렌다이저>, <갓마징가>, <마징카이저>는 물론 변형합체 로봇의 원조격인 겟타로보 시리즈(이시카와 켄(石川賢)과 공작(共作)), 강철 지그(야스다 다츠야(安田達矢)와 공작) 등을 이어가며 이후 다른 작가들에 의해 전개된 건담 시리즈, 용자(勇者) 시리즈(용자왕 가오가이가 등) 등 향후 로봇 애니메이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문화산업적 의미>

마징가Z는 상업적 의미도 큰 애니메이션이다. 마징가Z 방영 직전인 70년대 초 일본에서는 비싼 제작비로 인해 애니메이션 제작 건수가 감소경향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데 이 '최초의 슈퍼로봇 애니메이션'의 높은 시청률이 완구 등 캐릭터 상품 시장이 크게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지금도 제품 시리즈가 이어지고 있는, '초합금'(부분이 금속으로 이뤄진 가동 피규어) 시리즈(1974), '점보머신더'(60cm 정도 크기의 대형 플라스틱 로봇 완구) 시리즈(1973)가 마징가Z의 성공을 계기로 시작됐다(당시 '초합금' 100만개, '점보머신더' 50만개 판매 추정). 이 작품을 계기로 당시 제과업체가 주도하던 애니메이션 스폰서의 자리는 완구업체 주도로 넘어가게 됐고 TV의 애니메이션 방영도 다시 늘게 된다. 완구업체가 주도하는 애니메이션 제작 관행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애니메이션의 큰 인기는 음반판매로도 이어져 당시 주제가 음반은 70만장이 팔리는 빅 히트를 기록했다. 신작 역시 피규어, 주제가 음반 등 수많은 관련상품을 준비 중이다.

일본동화(動畵)협회는 지난 가을 2016년도 일본의 애니메이션산업 시장규모기 2조9억엔(약 20조원)를 기록해 사상 처음 2조엔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한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광역자치단체인 경기도의 내년도 예산과 맞먹는 규모이다. 이 가운데 해외 방영·상영 등으로 나라 밖에서 벌어들인 매출은 7,676억엔(약 7조3천억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131.6% 성장을 기록했다. 캐릭터 등 관련상품 매출은 5,627억엔(약 5조4천억원), 음반 등 관련 음악상품 매출은 285억엔(약 2,7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현대 산업에서 우수한 문화 콘텐츠의 힘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박진원 기자parkj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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