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 콩코드의 부활..이르면 2020년 하늘 누빈다

원호섭 2017. 12. 29.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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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히드마틴·붐테크·NASA 등 초음속기 개발 붐

인천공항에서 뉴욕행 비행기가 이륙했다. 뉴욕까지 거리는 1만1051㎞. 일반 여객기라면 14시간이 걸리는 긴 여정이다. 하지만 초음속 여객기를 탄다면 어떨까. 인천에서 뉴욕까지 불과 5시간이면 가능하다. 30일 저녁 7시 비행기를 타면 뉴욕에 도착하는 시간은 30일 오전 10시. 출장을 가는 사람이라면 기내에서 보내는 꿀 같은 휴식 시간이 줄어 안타까울지 모르지만 여행이 목적인 사람은 9시간이나 벌 수 있다.

2003년 마지막 비행을 끝으로 퇴역한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가 돌아온다. 속도는 빨랐지만 당시 문제가 됐던 소음과 값비싼 항공권 가격도 얼추 해결했다. 2018년 시험비행을 시작해 이르면 2020년께부터 하늘을 누빌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군수회사 록히드마틴과 미국 초음속 항공기 제작 벤처회사인 에어리온이 초음속 여객기 AS2 개발과 관련된 양해각서를 최근 체결했다. 두 회사는 소리보다 빠른 초음속 여객기를 만드는 데 힘을 합치기로 했다. 록히드마틴은 에어리온뿐 아니라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도 초음속 비행기 제작을 위한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또 다른 벤처기업 붐테크놀로지 역시 2023년 첫 운항을 목표로 초음속 여객기 '붐(Boom)'을 개발 중이다. 일본 항공사 JAL은 이달 초 붐테크놀로지에 1000만달러를 투자하고 초음속 여객기 20대를 우선 매입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 붐테크놀로지는 2018년 프로토타입 모델인 'XB-1' 시험 비행을 통해 기술 점검에 들어간다. 상용화되면 11시간이 걸리던 도쿄~샌프란시스코 간 비행 시간은 5시간으로 줄어든다.

초음속 여객기가 얼마나 빨리 하늘을 나는지 실감이 안 난다면 다음 사례를 참고하시라. 100m 떨어진 곳에 서 있는 사람에게 소리를 질렀다고 하자. 공기 중으로 전달되는 소리의 속도는 초속 340m다. 1초도 채 되지 않는 0.294초 만에 100m 밖에 서 있는 사람에게 소리가 전달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초음속 비행기 속도는 초속 340m보다 빠르다. 100m 밖에 있는 사람이 내가 말한 소리를 듣기도 전에 초음속 비행기는 100m를 지나 저 멀리 달아나 버린다. 음속보다 빠른 콩코드 여객기는 1976년 첫 상업 비행을 시작했다. 시속 2173㎞. 초속 603m에 해당하는 빠르기로 하늘을 누볐다.

1980년대 콩코드 여객기는 인류의 과학기술이 만들어낸 '자부심'이었다. 1903년 라이트 형제가 '플라이어호'를 띄워 시속 10.9㎞의 느린 속도로 하늘을 비행하는 데 성공한 지 불과 70여 년 만에 음속을 돌파했기 때문이다. 인류는 1차 세계대전 당시 시속 100~200㎞에 달하는 수송기 '프롭기'를 개발했고 2차 세계대전 때는 최고시속 800㎞에 달하는 전투기를 개발했다. 1958년 보잉사의 B707은 시속 600~800㎞로 비행하며 사람을 실어 나르는 상업 비행을 시작했다. 이후 세계 최초의 초음속 여객기인 콩코드는 기존 비행기로 8시간 45분가량 걸리던 파리와 뉴욕 간 비행 시간을 3시간으로 단축하며 미국과 유럽을 '하루 생활권'으로 만들었다.

문제는 '소음'이었다. 승객들이 느끼는 소음은 일반 여객기와 다를 바 없었지만 콩코드 여객기가 지나간 주변 지역에서 유리창이 흔들릴 정도의 굉음이 발생했다. 음속을 돌파할 때 나오는 '소닉붐(Sonic Boom)' 때문이었다. 소닉붐은 단순히 공기와 비행기 사이에 마찰로 발생하는 소음이 아니다. 곽규진 울산과학기술원(UNIST) 물리학과 교수는 "항공기가 음속을 돌파하면 항공기 주변에 충격파가 발생한다"며 "이 충격파 때문에 공기 압력에 변화가 생기고 이것이 지상에 있는 인간 귀에는 '쾅' 하는 커다란 소리로 전달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콩코드 여객기 소리가 큰 것은 '속력' 때문이다. 비행기에서 발생하는 소리는 파동이 돼 공기 중으로 퍼져나간다. 비행기 속도가 소리 속도보다 빠르지 않으면 파동은 비행기 주변으로 고르게 퍼져간다. 하지만 음속을 돌파한 비행기에서는 전혀 다른 현상이 발생한다. 소리가 퍼져나가는 속도보다 비행기가 더 빠른 만큼 비행기 뒤쪽에서 파원이 겹치면서 소리는 점점 커지게 된다. 곽 교수는 "이렇게 증폭된 음파 진폭이 우리 귀에 굉음으로 남는다"며 "초음속으로 나는 비행기가 지나간 곳에서는 이 같은 소닉붐이 연속적으로 발생한다"고 말했다. 결국 런던과 파리에서 싱가포르로 향하는 콩코드 여객기는 인도와 말레이시아에서 소음 민원을 초래했고 결국 운항이 중단되는 상황이 연출됐다.

항공권 가격이 비싼 것도 콩코드 여객기의 한계였다. 전 좌석이 일반 항공기 이코노미석처럼 좁고 불편했지만 가격은 여객기 일등석보다 비쌌다. 연료도 일반 항공기와 비교했을 때 두 배 이상 많이 필요했다. 곽 교수는 "속력을 빠르게 낼수록 공기와의 저항은 커지고 이를 이겨내기 위해 더 많은 연료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2000년 콩코드(에어프랑스 4590편)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한 데다 9·11 테러 후 항공 여행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콩코드 여객기는 첫 출항 후 20여 년 만인 2003년 운항을 중단했다.

콩코드를 넘어서는 차세대 초음속기를 개발 중인 AS2와 붐테크놀로지 등은 소닉붐 해결과 경제성을 끌어올리는 데 기술력을 집중하고 있다. 비행기 뒤에 형성되는 파원 때문에 발생하는 굉음은 공기 흐름을 제어하면 충분히 조절이 가능하다. 곽 교수는 "비행기 형태를 총알과 같이 유선형으로 만들면 소닉붐이 땅이 아닌 대기 중으로 퍼지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붐테크놀로지가 만든 프로토타입 XB-1은 풍동실험 결과, 소닉붐 크기가 85㏈(데시벨)로 110㏈ 이상이었던 콩코드보다 개선된 것으로 나왔다. NASA와 록히드마틴이 함께 개발하고 있는 초음속 비행기 X-플레인은 앞부분이 얇고 긴 모양으로 공기 저항과 함께 충격파도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체 뒤쪽에서 파원이 겹쳐지면서 큰 소리가 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파원을 흐트러트릴 수 있는 T형 보조 날개가 달려 있다.

NASA는 X-플레인의 소닉붐 크기가 75㏈ 이하로 줄었다고 주장한다. X-플레인의 첫 비행은 2021년께 진행된다. 미국 스파이크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한 18인승 초음속 여객기 '스파이크 S-512'는 내년 말 프로토타입 비행기로 시범 비행을 한 뒤 2023년 상업비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최고 속도는 시속 1913㎞로 마하 1.8에 가깝고 창문을 없애는 대신 창문 대용 디스플레이를 설치한다.

소닉붐을 줄였다고 해도 해결해야 할 것은 또 있다. 비싼 운임료다. 소닉붐이 없으면 소음 민원은 줄겠지만 가격이 과도하게 비싸면 경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 콩코드 여객기 역시 비싼 가격 때문에 일반인들이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붐테크놀로지는 비행기 무게를 줄이기 위해 탄소섬유를 외관에 적용했다. 예상 무게는 6만8000㎏으로 보잉787의 30%에 불과하다. 이를 통해 연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곽 교수는 "비행기를 비롯해 발사체 등은 모두 무거운 무게 때문에 연료가 많이 필요했고, 이 때문에 경제성이 떨어지는 약점이 있었다"며 "재료 혁신을 통해 무게를 줄일 수 있다면 충분히 경제성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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