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기 도전과 논쟁의 아이콘 '신여성'..덕수궁미술관 도착

박현주 2017. 12. 2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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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근대기 잡지는 대중을 교육하고 계몽하는 미디어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1920년대 개벽사(開闢社)가 발행한 여성잡지 『신여성』은 ‘교육을 받아 계몽된 새로운 여성’을 일컫는 말이었다. 『신여성』의 표지는 신식 머리모양에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을 등장시키며, 독자들을 ‘신여성 되기’로 독려했다.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신여성'. 현 시대에서 올드한 느낌인 '신여성'은 국내 여성시대를 이끈 원조 '골드미스'이자 '파워걸'이었다.

1910~1920년 당시 ‘신여자’를 뜻하는 경향이 컸다. 여자 일본유학생들로부터 시작하여 1920년대 초중등교육을 받은 여학생들과 여성 민권과 자유연애를 주창하면서 나온 용어다.

조선의 경우, 근대 교육을 받고 교양을 쌓은 여성이 1890년대 이후 출현했으며 '신여성'이라는 용어는 주요 언론 매체, 잡지 등에서 1910년대부터 쓰이기 시작하여 1920년대 중반 이후 1930년대 말까지 빈번하게 사용되었다.

점차 양장을 입고 단발을 한 채 일본을 경유해 들어온 서구 대중문화를 향유하는 ‘모던걸’이 등장했고, 시부모와 떨어져 단가살림을 하면서 문화적 상징으로 부상했다.

【서울=뉴시스】임군홍, 모델,1946, MMCA 소장

공통점은 도전적이고 독립적이라는 것. 근대적 지식을 소유한 신여성은 경제적 독립성과 함께 남성의 보살핌을 받는 존재를 벗어났다. 소비와 유행의 주역으로 새로운 가치와 태도를 추구했고, 이 때문에 이 여성들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있었다.

당시 신여성들은 식민 체제하 근대성과 전근대성이 이념적, 도덕적, 사회적, 정치적 각축을 벌이며 고정관념에 도전하며 전진했다.

세계사 차원에서 보면 신여성은 1890년대 영국의 ‘New Woman’ 열풍에서 시작하여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간 새로운 여성성의 아이콘이다.

'신여성'의 의미와 논란은 서구 사회와 서구 문물을 들여온 비서구식민지사회에서 그 내용과 초점이 다르게 나타났다.

【서울=뉴시스】안석주, '모-던 껄의 장신운동', 『조선일보』, 1928.2.5

영국에서는 치마바지를 입고 자전거를 타는 신여성을 기존의 남성 권력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한 데 비해, 식민지 조선에서는 구조선 사회를 벗어나 근대적 이념과 문물을 추구하는 존재로 형상화했다.

그때 그 시절 우리나라를 뒤흔들며 여성시대를 나아가게 했던 '신여성'들이 서울에 도착했다.

21일 덕수궁미술관에서 개막한 '신여성 도착하다'전은 회화 사진 자수 잡지등 500여점을 작품을 통해 근대여성들의 활약상을 다시 보여준다.

이제까지 남성 중심적 서사로 다루어졌던 우리나라 역사, 문화, 미술의 근대성을 여성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전시다. 근대성의 가치를 실천하고자 했던 새로운 주체 혹은 현상으로서의 신여성에 대한 다각적인 접근과 해석, 통시대적인 경험을 공유하고자 현대 작가들이 신여성을 재해석한 신작들도 소개된다.

【서울=뉴시스】나혜석, 자화상, 1928추정, 캔버스에 유채, 88x75cm,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소장

전시는 총 3부로 열린다. 1부 '신여성 언파레-드', 2부 '내가 그림이요 그림이 내가 되어: 근대의 여성 미술가들', 3부 '그녀가 그들의 운명이다 : 5인의 신여성'으로 선보인다.

1부는 주로 남성 예술가들이나 대중 매체, 대중가요, 영화 등이 재현한 ‘신여성’ 이미지를 통해 신여성에 대한 개념을 고찰한다.

2부는 창조적 주체로서의 여성의 능력과 잠재력을 보여주는 여성 미술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시기 여성 미술가들의 작품은 상당히 희귀한데, 국내에서 남성 작가들에게 사사한 정찬영, 이현옥 등과 기생 작가 김능해, 원금홍, 동경의 여자미술학교(현 女子美術大學) 출신인 나혜석, 이갑향, 나상윤, 박래현, 천경자 등과 전명자, 박을복 등 자수과 유학생들의 자수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를 통해 근대기 여성 미술교육과 직업의 영역에서 ‘창작자’로서의 자각과 정체성을 추구한 초창기 여성 작가들의 활동을 살펴볼 수 있다.

3부는 남성 중심의 미술, 문학, 사회주의 운동, 대중문화 등 분야에서 선각자 역할을 한 다섯 명의 신여성 나혜석(1896~1948, 미술), 김명순(1896~1951, 문학), 주세죽(1901~1953, 여성운동가), 최승희(1911~1969, 무용), 이난영(1916~1965, 대중음악)을 조명한다. 당시 찬사보다는 지탄의 대상이었던 이들 신여성들은 사회 통념을 전복하는 파격과 도전으로 근대성을 젠더의 관점에서 다시 고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서울=뉴시스】이유태, <인물일대 (人物一對 ) : 탐구(探究)>, 1944, 종이에 채색, 212х153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여기에 현대 여성 작가(김소영, 김세진, 권혜원, 김도희-조영주)들은 5인의 신여성을 오마주한 신작을 통해 당시 신여성들이 추구했던 이념과 실천의 의미를 현재의 관점에서 뒤돌아본다.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가 한국 근현대 사회에서 가장 큰 도전과 논쟁의 대상이었던 근대 식민기의 신여성을 통해 기존의 모더니즘 이해에 의문을 제기하고 한국의 근대성을 온전하게 복원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 기간 'MMCA 토크'를 통해 사회학, 미술사, 영화사, 대중가요사의 관점에서 신여성을 조명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이와 함께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국 무성영화 '청춘의 십자로'(안종화 감독, 1934)를 현대적으로 재현한 변사 상영(김태용 감독 기획)을 2018년 1월 6.일 오후 7시 서울관 멀티프로젝트홀에서 진행한다. 관람료 3000원

◆'신여성 도착하다' 참여작가(총 68명)
강대석, 구본웅, 김광배, 김규택, 김기창, 김능해, 김선낭, 김소판례, 김연임, 김용조, 김은호, 김인숙, 김인승, 김주경, 김중현, 김춘원, 김환기, 나상윤, 나혜석, 노수현, 마츠다 레이코, 문지창, 박래현, 박을복, 박흥순, 배정례, 서동진, 손응성, 손일봉, 심재순, 안석주, 안종화, 양주남, 오지호, 우메하라 류자부로, 원금홍, 유봉임, 윤정식, 윤효중, 이갑향, 이병일, 이순원, 이유태, 이인성, 이제창, 이중섭, 이쾌대, 이현옥, 임군홍, 장광길, 장선희, 장순린, 장우성, 장전문, 전명자, 정찬영, 정희로, 주경, 천경자, 최계복, 최근배, 함죽서, 후지이 코유(권혜원, 김도희, 김세진, 김소영, 조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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