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퍼트법' 언제쯤? 외인 차별의 부끄러운 민낯

김윤일 기자 2017. 12. 13.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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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7년간 특급 투수로 군림한 니퍼트가 허무하게 KBO리그를 떠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연합뉴스

7년째 KBO리그에 몸담으며 전설의 반열에 오른 더스틴 니퍼트가 세월의 무게를 억눌리고 있다.

앞서 니퍼트는 원소속팀 두산과의 재계약 협상에서 난항을 겪더니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한 채 결별 수순을 밟고 말았다.

각 팀들이 외국인 선수 슬롯을 채우는 가운데 니퍼트에게 남은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다. KIA와 두산, SK, 넥센이 3명의 선수를 모두 구성했고 한화는 이미 투수 2명을 영입한 상황이다.

롯데와 NC, LG, 삼성, kt에 자리가 남았지만 니퍼트에 관심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의사를 표명하거나 팀 컬러 또는 연봉 등 맞지 않는 팀들이 대부분이다. 올 시즌 외인 역대 최고액이었던 210만 달러의 몸값을 큰 폭으로 낮추지 않는 한 니퍼트을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대로 새로운 둥지를 찾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씁쓸한 이별이 아닐 수 없다.

니퍼트는 KBO리그에 외국인 선수 제도가 도입된 뒤 가장 완벽하고, 구단이 바라는 이상적인 선수였기 때문이었다. 특급 성적은 물론이거니와 동료들과의 궁합, 팬들을 대하는 자세 등 인성 면에서도 훌륭했다.

니퍼트는 2011년 두산에 입단해 7년간 KBO리그에 몸담았다. 185경기에 출전했고 1115.2이닝을 던지면서 94승 43패 평균자책점 3.48이라는 압도적 성적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KBO리그 투수 가운데 최상위 성적에 해당한다. 다승은 물론 탈삼진, 완투 부문 전체 1위이며 소화 이닝 역시 윤성환에 이은 2위다. 특히 선수를 가치를 알 수 있는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 스탯티즈 기준)에서도 1위에 올라 윤성환, 양현종보다 값어치가 높았다.

그러나 FA 제도라는 장치 속에 보호돼 장기계약이 가능한 국내 선수와 달리 니퍼트는 매년 재계약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하는 형편이었다.

니퍼트와 같은 외국인 선수는 즉시 전력감이라는 평가 속에 가능성보다는 당장의 성적을 요구되기 마련이다. 구단들이 부상자를 기다려줄 여유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육성형 외인은 더더욱 언감생심이다. 말 그대로 못하면 퇴출이다.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를 늘려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있었다. 그러면서 가까운 일본프로야구의 제도가 적절한 답이라는 덧붙임이 이어졌다.

일본프로야구에서 구단이 보유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는 아예 제한이 없다. 3명 보유의 한국과 큰 차이다. 1군에서는 4명까지 등록이 가능하고, 동일 포지션으로는 구성할 수 없다. 투수를 3명 등록했으면, 반드시 타자 1명이 포함되어야 하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KBO리그와 비교하면 훨씬 합리적이고 개방적이라 할 수 있다.

니퍼트의 아름다운 지난 7년간 성적. ⓒ 데일리안 스포츠

만약 일본의 규정이 도입된다면, 니퍼트와 같은 장수 외국인 선수들의 숨통이 트일 수 있다.

NC에서 5년을 뛰고 보류 선수 명단에 빠진 해커는 여전히 잔류를 희망한다. 연봉도 저렴해 보유한도를 크게 늘리거나 무제한으로 둔다면 2군에 몸담아 컨디션을 조절할 시간이 확보된다. 니퍼트의 경우 나이에 비해 높은 몸값이 걸림돌이지만, KBO리그에 남고 싶다면 선수 본인이 감수하면 될 일이다.

여기에 일본에서는 10년 이상 뛴 외국인 선수를 아예 자국 선수로 풀어준다. 대표적인 선수로는 요미우리의 4번 타자로 활약했던 알렉스 라미레스와 54홈런을 기록했던 알렉스 카브레라가 있다.

이렇게 일본에서는 외국인 선수를 하나의 구성원으로 품어주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해법이 있음에도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구단들은 보류권이라는 강력한 권한을 계속 갖고 싶은 모습이며, 선수들의 권익 보호에 나서야 할 선수협은 철저하게 국내 선수들로만 선을 긋고 있다. 그야말로 외국인 선수 차별이며, ‘용병’ 그 이상 이하도 아닌 셈이다.

야구팬들은 7년간 94승이나 거둔 대투수를 허무하게 떠나보내야 할 형편이다. 두산의 동료들은 아직 니퍼트와의 작별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이는 팬들도 마찬가지다. 선진국형 야구로 가려면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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