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비리포트] 두산과 니퍼트, 이별할 시간

조회수 2017. 12. 11. 1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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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요소 많아진 니퍼트, 두산과 재계약 가능성 낮은 이유
2016시즌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니퍼트와 두산 베어스 (출처: [프로야구 야매카툰: 니퍼트는 나의 목자]편 중)

불과 1년 전, 두산 베어스와 더스틴 니퍼트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두산 에이스 니퍼트는 22승 3패 ERA 2.95 FIP(수비무관자책점) 4.44로 정규시즌 MVP를 차지했고 압도적인 전력을 앞세운 두산은 통합 우승으로  V5를 달성했다.

하지만 1년의 시간이 흐르고 많은 것이 달라졌다.

올 시즌 니퍼트는 14승 8패 ERA 4.06 FIP 4.85 로 지난해에 비해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압도적인 활약을 보이던 포스트시즌에서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총 3경기 1승 2패 ERA 8.10으로 부진했다.

후반기 역전 우승을 노렸던 두산 역시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모두 준우승에 그치며 한국시리즈 3연패에 실패했다.

니퍼트와 두산의 ‘갑을 관계’도 자연스레 역전됐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지리한 협상 끝에 니퍼트가  역대 외국인 최고액인 210만달러 계약을 따냈지만 올해는 두산이 칼자루를 쥔 상황이다.

두산과 니퍼트는 2016시즌의 영광을 재현하지 못했다. [사진=두산 베어스]

두산은 보류선수 명단에서 니퍼트를 제외하며 ‘합리적인 수준에서 재계약 협상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크게 아쉬울 것이 없다는 태도다. 2011년 이후 7년간 이어진 두산과 니퍼트와의 관계는 끊어질 위기에 처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드는 의문. 두산은 내년에도 니퍼트와 함께해야 할까? 아니면 이별을 택할 시점인가?

답은  ‘재계약하기엔 위험하다’는 것이다.  니퍼트는 2018시즌 두산과 잘 맞는 퍼즐 조각이 아니다. 그 이유를 확인해 보자.

#1. 급격히 떨어진 성적

올 시즌의 니퍼트는 2선발급 성적에 그쳤다. [사진=두산 베어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성적 하락이다.  올 시즌 니퍼트의 대부분 기록은 지난 시즌에 비해 급격히 추락했다.

먼저 ERA가 2.95에서 4.06으로 높아졌다. 지난 시즌 규정이닝을 채운  17인 중 1위였지만, 올 시즌에는 19명 중 11위까지 떨어져 내렸다.

FIP(수비 무관 평균자책점)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시즌 FIP는 4.44로 17명 중 6위였지만, 올해 FIP는 4.84로 19명 중 15위다.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도 크게 떨어졌다. 지난 시즌 4.43였던 WAR은 올해 3.59로 내려갔다. 리그 순위 역시 투수 전체 5위에서 14위로 추락했다. 함덕주, 고영표 등 올해 두각을 드러낸 국내 선발들보다도 낮은 수치다. 냉정히 말해, 올 시즌 니퍼트는 규정이닝을 채운 19인 중 중하위권이었다.

#2. 나이와 투구수

적지 않은 나이도 걸림돌이다. 니퍼트는 내년 만 37세가 되는 1981년생 베테랑 투수다. 올 시즌 규정이닝을 달성한 19명의 투수 중 윤성환과 함께 가장 나이가 많다.

게다가 니퍼트는 KBO에서 7년간 핵심 선발로 뛰며 수없이 많은 투구수를 기록했다. KBO에서만 무려 18,576구, 시즌 당 평균 2654구를 던졌다. 

특히 올 시즌에는 무려 3161구를 던지며 KIA 헥터와 함께 리그에서 가장 많은 공을 던졌다. 이는 니퍼트의 데뷔 후 최다 투구수이기도 하다. 여기에 포스트시즌의 투구수 역시 296구로 리그 최다. 만 36세의 투수에게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은 기록으로 벤치의 관리가 아쉬운 대목이다.

<니퍼트의 시즌별 투구수와 리그 순위>

2011시즌 : 3118구 (1위)

2012시즌 : 3027구 (1위)

2013시즌 : 1946구 (29위)

2014시즌 : 3007구 (4위)

2015시즌 : 1580구 (44위)

2016시즌 : 2737구 (14위)

2017시즌 : 3161구 (1위)


# 3. 급격히 떨어진 구위

올 시즌 니퍼트에게서는 더 이상 압도적인 구위를 볼 수 없었다. [사진=두산 베어스]

7년의 세월과 많은 투구수는 구위 하락으로 이어졌다. 올해 니퍼트의 속구 평균 구속(146.6km/h)은 큰 변화가 없었지만, 구위가 떨어진 것은 여러 지표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과거 니퍼트는 압도적인 구위로 타자들을 제압했고 피홈런이 상당히 적은 투수였다. 2m가 넘는 키에서 내리꽂는 속구를 제대로 공략하는 타자는 극히 드물었다. 2011시즌 데뷔 이후 2016시즌까지 9이닝당 피홈런이 1을 넘은 경우가 한 차례도 없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데뷔 후 최다인 20홈런을 얻어 맞으며 9이닝당 1개의 피홈런을 허용했다. 피장타율 역시 큰 폭으로 올라갔다. 지난 시즌까지 니퍼트는 매년 3할대 피장타율을 유지해왔지만, 올해는 무려 0.411의 피장타율을 기록했다. 홈런 뿐 아니라 2루타(35), 3루타(5) 허용 모두 데뷔 후 최다였다.

타자들은 더이상 니퍼트의 빠른 공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지난 시즌 리그 9위(11.9)였던 니퍼트의 속구 가치는 올 시즌 리그 40위(3.3)까지 밀렸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서 그의 속구 가치는 -2.4로 최악 그 자체였다. 니퍼트의 속구에 속절없이 밀리던 타자들의 방망이가 이제 그의 공을 거침없이 때려내고 있다.

#4. 속구 자신감 저하와 변화구 구사율 증가

올 시즌 니퍼트는 변화구의 비율을 크게 높였다. [사진=두산 베어스]

장타 허용이 늘어나면서 속구에 대한 자신감도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니퍼트의 속구 구사율은 54.7%로 지난해보다 5%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타자들이 속구를 적극적으로 공략하자 속구 비중을 낮춘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변화구 구사 빈도가 높아졌다.  슬라이더(23.9%)와 체인지업 구사율(17.1%)은 KBO리그 입성 후 최고 수준이었다. 타자를 윽박지르는 피칭에서 상대를 변화구로 요리하는 피칭으로의 변화를 꾀한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그리 효과적이진 않았다. 

니퍼트의 체인지업 구종 가치는 -4.6으로 리그 최악에 가까웠다. 주무기인 슬라이더는 여전히 리그 최고의 가치(18.3)를 유지했지만, 속구와 다른 변화구들이 말을 듣지 않는 상황에서 슬라이더만으로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의 변화를 눈치챈 타자들이 슬라이더를 집요하게 노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포스트시즌에서 명확히 드러났다.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 NC의 재비어 스크럭스는 5회초 1사 만루 상황에서 니퍼트의 3구째 129km/h 슬라이더를 정확히 받아쳐 만루홈런을 때려냈다. 스크럭스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니퍼트가 득점권에서 슬라이더를 많이 던진다는 점을 알고 슬라이더를 노렸다”며 노림수가 있었음을 밝혔다.

# 니퍼트의 슬라이더를 가볍게 넘겨버리는 스크럭스

악몽은 한국시리즈에서도 이어졌다. 팀의 ‘엘리미네이션 게임’이었던 한국시리즈 5차전, 3회초 2사 만루 상황에서 이범호는 니퍼트의 초구 129km/h 슬라이더를 통타해 만루홈런을 만들어냈다. 불과 13일전 일어났던 일이 그대로 재현된 것이다.

# 니퍼트에게 또 한 번 악몽을 선사하는 이범호의 그랜드슬램

속구의 위력이 떨어지고 체인지업이 말이 듣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슬라이더로 정규 시즌을 버텨왔지만 타자들의 노림수가 극대화된 포스트시즌에서 슬라이더 실투는 결정적 한방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5. 늘어나는 투구수

피칭 스타일의 변화는 투구수 증가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사진=두산 베어스]* P/PA : 타석당 투구수. P/IP : 이닝당 투구수. P/G : 경기당 투구수.

피칭 스타일이 변하면서 타자들을 공략하는 방법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속구와 슬라이더의 조합이었다면 올시즌 변화구 비중을 늘리면서 투구수가 늘어났다.

삼진 비율에도 변화가 생겼다.  올 시즌 니퍼트의 9이닝당 탈삼진은 8.07개로 데뷔 후 최고 수치를 기록했지만, 루킹 삼진의 비율은 21.7%로 크게 낮아졌다. 

이는 속구로 잡는 삼진 비율이 줄어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유리한 카운트에서 과감하게 스트라이크존에 빠른 공을 꽂아넣던 예년과 달리, 변화구를 통해 상대 배트를 끌어내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이 변화는 부분적으로 성공을 거뒀다. 포스트시즌에선 난타를 당했지만  정규시즌에서 니퍼트의 슬라이더는 분명 뛰어났다. 슬라이더에 타자들이 헛손질을 이어가며 탈삼진 비율이 높아졌고, 헛스윙% 역시 높아졌다.

하지만 그림자도 있었다. 유인구가 늘어나자 볼의 비율이 높아졌고, 상대 타자가 2스트라이크 이후 볼을 골라낼 확률도 올라갔다.  9이닝당 볼넷은 3.86개로 폭등했고, 투구수 역시 늘어났다.

올해 니퍼트의 타석당 투구수, 이닝당 투구수, 경기당 투구수는 모두 규정이닝 투수 중 가장 많았다. 규정이닝 투수 중 가장 비효율적인 투구를 했다는 의미다.  니퍼트가 투구 이닝 8위에 그쳤음에도 투구수 부문에서는 공동 1위를 차지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늘어난 불안요소, 대권 도전에 적합한가

니퍼트는 더 이상 대권 도전을 노리는 팀에 적합한 '에이스'가 아니다. [사진=두산 베어스]

여러 불안요소에도 불구하고 니퍼트는 평균 이상의 활약이 예상되는 투수다. 

올 시즌 니퍼트의 WAR(3.59)은 리그 전체 투수 중 14위.  NC, 한화, 삼성에는 그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한 투수가 없었다. 올해 수준만 유지해도 선발진이 약한 팀에서는 1~2선발감으로 충분한 기량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두산 베어스는 대권에 도전하는 팀이다. 

민병헌이 이적했고 김현수의 복귀 가능성도 높진 않지만 리그에서 가장 두터운 야수진을 구축하고 있다.  장원준-유희관-함덕주가 버티고 있는 국내 선발진도 만만치 않으며 후반기들어 정상급 마무리로 도약한 김강률이 지키는 뒷문도 든든하다. 겨우내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18시즌 우승후보 중 하나다.

하지만 더 이상 ‘에이스’가 아닌 니퍼트와 함께  대권을 탈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올 시즌 통합 우승을 달성한 KIA에는 니퍼트보다 높은 WAR을 기록한 선발 투수가 셋(양현종, 헥터, 팻딘)이나 있다. 4선발 임기영의 WAR(2.8)도 니퍼트와 큰 차이가 없다. 니퍼트의 하락세와 임기영의 성장세가 교차한다면  내년 이 둘의 순위가 역전될 가능성도 상당하다.

이외에도 SK에는 ‘에이스’ 켈리에 앙헬 산체스가 합류했고 김광현이 복귀한다.  심지어 최하위 kt도 니퍼트보다 높은 WAR의 투수를 두 명(피어밴드, 고영표) 보유하고 있다.

2~3선발급 활약이 예상되는 니퍼트와 100만달러 이상의 금액으로 재계약하는 것은 우승 가능성을 따져볼 때 현명한 선택은 아니다.

니퍼트가 지난 7년간 KBO리그 역대 최고 외국인투수의 퍼포먼스를 보여온 것은 사실이다. 두산에서만 뛰며 ‘프랜차이즈 스타’나 다름없는 존재라는 점 역시 분명하다.  하지만 두산이 다시 한 번 왕좌에 오르길 원한다면 니퍼트와 이별할 시간이다.

(관련 기사 : '두산 왕조'의 미래, '150 듀오' 곽빈-박신지)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KBO 기록실, STATIZ]


계민호 기자 / 정리 및 편집: 김정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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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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