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랭킹1위 넘은 은가누, 이제 챔피언만 남았다

양형석 2017. 12. 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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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218] 오브레임에게 1라운드 KO승 거두며 헤비급 타이틀 도전권 획득

[오마이뉴스 양형석 기자]

UFC 헤비급의 초신성이 챔피언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장면을 연출했다.

UFC 헤비급 랭킹 4위 프란시스 은가누는 3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리틀시저스 아레나에서 열린 UFC 218 코 메인 이벤트 헤비급 매치에서 랭킹 1위 알리스타 오브레임을 1라운드 KO로 제압했다. 종합격투기 10연승, UFC 6연승을 따낸 은가누는 2차 방어까지 성공한 챔피언 스티페 미오치치의 차기 도전자 후보 0순위로 뛰어 올랐다.

한편 메인이벤트로 열린 페더급 타이틀전에서는 챔피언 맥스 할러웨이가 도전자 조제 알도를 3라운드 KO로 꺾고 UFC 12 연승 행진을 달리며 '할러웨이 시대 개막'을 선언했다. 플라이급 랭킹2위 헨리 세후도는 4위 서지오 페티스를 판정으로 제압하며 건재를 과시했고 코너 맥그리거에게 타이틀을 빼앗겼던 전 라이트급 챔피언 에디 알바레즈는 저스틴 게이치에게 데뷔 첫 패배를 안기며 부진 탈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타이슨을 동경하던 소년, UFC 헤비급의 초신성으로 성장

 2015년 UFC에 입성할 때만 해도 은가누가 이렇게 성장할 거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 UFC.com
카메룬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가족들과 함께 프랑스로 이주한 은가누는 마이크 타이슨을 동경하며 복싱 선수의 꿈을 키우다가 20대 중반부터 종합격투기 트레이닝을 시작해 만27세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은가누는 타고난 힘과 탄력을 바탕으로 유럽무대에서 5승1패의 좋은 전적을 쌓다가 2015년 12월 UFC에 입성했다.

사실 은가누가 처음 UFC에 들어 왔을 때만 해도 격투팬들의 기대치는 썩 높지 않았다. 은가누가 등장하기 전까지 UFC에서 활약했던 대표적인 프랑스 국적의 파이터는 칙 콩고였다. 콩고는 매서운 타격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라운드가 약해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가지 못하고 헤비급의 수문장에 머문 파이터다. 비슷한 스타일의 은가누 역시 상위권 파이터들을 만나면 한계가 드러날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은가누는 콩고와 차원이 달랐다. 옥타곤 데뷔전에서 루이스 엔리케에게 2라운드 KO승을 거둔 은가누는 작년 4월 커티스 블레이즈와의 신성 맞대결에서 2라운드 종료 닥터스톱 KO승을 거두며 블레이즈에게 UFC 데뷔전 패배를 안겼다. 참고로 은가누에게 패하며 UFC 데뷔전을 망친 블레이즈는 이후 파죽의 4연승 행진을 달리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 마디로 블레이즈가 약했던 게 아니라 은가누가 너무 강했다는 뜻이다.

두 번의 인상적인 승리로 격투팬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은가누는 보얀 미하일로비치와 앤서니 해밀턴을 차례로 꺾으며 UFC가 주목하는 헤비급의 신예로 떠올랐다. 물론 만으로 서른을 넘긴 은가누를 신예로 분류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UFC 헤비급은 1974년생 마크 헌트, 1977년생 파브리시우 베우둠, 1980년생 오브레임이 탑5에 있을 정도로 세대교체가 느린 체급이다.

은가누는 지난 1월 헤비급 전 챔피언 안드레이 알롭스키를 상대로 또 한 번의 검증을 받았다. 하지만 전성기가 지난 알롭스키는 은가누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은가누는 경기 시작 92초 만에 강력한 라이트 펀치에 이은 파운딩으로 알롭스키를 가볍게 제압했다. 은가누는 단숨에 랭킹 5위로 진입하며 다소 정체돼 있던 UFC 헤비급에 새 바람을 몰고 왔다.

1분42초, 은가누가 랭킹1위를 잠들게 하는데 걸린 시간

 카메룬 태생의 은가누는 UFC 최초의 아프리카 출신 챔피언을 꿈꾼다.
ⓒ UFC.com
은가누를 헤비급의 차세대 챔피언감으로 지목한 UFC에서는 UFC218 대회에서 랭킹1위 오브레임과의 대결을 성사시켰다. 대회가 임박하면서 현지 언론에서는 은가누의 펀치 파워가 소형차에 부딪히는 것과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를 보도하기도 했다. 이 소식에 오브레임은 '가짜뉴스'라고 코웃음을 치며 은가누의 상승세를 자신이 꺾어버릴 거라 큰 소리쳤다.

실제로 오브레임은 '육식 두더지'라는 별명과 헤비급 공식 랭킹1위라는 위치가 말해주듯 노련한 경기 운영과 엄청난 파괴력을 겸비한 강자다. 최근 3년 동안 챔피언 미오치치를 제외한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고 헌트, 알롭스키, 주니어 도스 산토스 같은 강자들을 KO로 제압하기도 했다. 은가누로서는 드디어 자신의 기량을 검증할 수 있는 최적의 상대를 만난 셈이다.

하지만 접전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경기는 단 102초 만에 은가누의 승리로 시시하게(?) 끝났다. 초반 짧은 탐색전을 끝낸 은가누가 오브레임의 턱에 강력한 왼손 어퍼컷을 적중시킨 것이다. 오브레임은 상체를 앞으로 숙이고 있다가 몸이 뒤로 완전히 젖혀졌을 정도로 엄청난 충격을 받고 그대로 다운됐다. 은가누는 곧바로 후속 파운딩을 노렸지만 이미 오브레임은 옥타곤에 누워 실신한 후였다.

헤비급 랭킹1위 오브레임과 4위 은가누의 대결은 헤비급의 차기 타이틀 도전자를 결정하는 경기였다. 더불어 아직 그라운드와 장기전에 대한 검증이 되지 않았다던 은가누의 마지막 시험무대이기도 했다. 그리고 은가누는 랭킹1위의 오브레임을 1분42초 만에 실신시키면서 자신에 대한 검증은 더 이상 필요 없음을 증명했다. 은가누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미오치치와의 타이틀전을 원한다"고 외쳤을 때 이를 우습게 여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미오치치는 작년 5월 베우둠을 꺾고 챔피언에 오른 후 오브레임과 도스 산토스를 각각 KO로 제압하며 2차 방어까지 성공했다. 챔피언이 워낙 강력한 포스를 뽐내고 또 한 명의 강자 케인 벨라스케즈가 부상을 달고 살면서 현재 헤비급 경쟁 구도는 다소 시시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제 미오치치도 바짝 긴장을 해야 한다. 곧 통산 11승1패11피니쉬, 팔길이 212cm의 역대 최강펀치를 자랑하는 '괴물 도전자' 은가누를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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