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당구장금연]<上>'아재 놀이' 당구, 이젠 가족스포츠
"담배·짜장면 냄새는 NO" 여성·학생 당구인구 증가 예상
이런 가운데 ‘당구장 전면 금연’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3일부터 시행된다. 3개월의 유예기간이 있지만, 이는 한국당구가 진정한 생활스포츠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구장 전면금연’을 계기로 변화를 맞게 될 한국당구 및 당구문화를 짚어본다.
지난달 21일 경기도 일산의 포켓볼전용클럽인 ‘컬러오브머니’(대표 구승미). 30~50대 여성 10여명이 포켓볼 연습에 한창이었다. 40대로 보이는 한 주부는 테이블에서 능숙한 자세로 공을 가볍게 포켓에 넣었다. 어떤 주부는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스트로크 연습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인근 백화점 문화센터 포켓볼 강좌 수강생들로 이미 지난 6월부터 포켓볼을 배우고 있다. 컬러오브머니에서는 이런 장면이 꽤 익숙하다. 이곳은 이미 지난 2009년부터 금연을 실시해왔다. 때문에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온 엄마, 젊은 연인들, 손자 손을 잡고 오는 할아버지 등 가족 고객들이 많다.
구승미 대표는 “일찌감치 당구장내 금연을 실시하니, 가족단위 고객들이 너무 좋아한다”며 “이제 법으로 금연이 되니 저희 클럽과 같은 곳이 많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12·3 당구장 전면금연’으로 예상되는 가장 큰 변화는 당구장이 담배연기와 짜장면 냄새가 진동하는 ‘아재들의 놀이터’에서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생활스포츠 공간’이 된다는 점이다. 특히 그 동안 남자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져왔던 당구가 여성과 학생에게도 친근한 스포츠로 다가가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성과 가족단위 회원의 증가 조짐은 이미 당구동호회에서도 속속 감지되고 있다.
온라인 회원수가 4,500여명인 대구사랑당구사랑(회장 윤대민)도 정기모임 때 금연을 실시해왔다. 증가하고 있는 여성회원들을 배려한 방침이었다.
윤대민 회장은 “2년전만 해도 여성회원이 1%를 넘기 힘들었는데 최근들어 여성회원이 3%(130여명)까지 늘었다”며 “특히 금연을 계기로 여성들의 회원가입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구동호회 ‘메카’(회장 지현주)는 2년 전 결성때 1~2명이던 여성회원이 지금은 60여명으로 늘어 전체(1,300여명)의 5%나 된다.
지현주 회장은 “예전엔 포켓볼에 몰렸던 여성들이 요즘엔 금연 당구장을 찾아 3쿠션, 4구 등에도 도전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금연이 시행되면 이런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구장 금연은 당구를 즐기는 학생의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금도 학생들은 당구장출입이 자유롭다. 헌법재판소가 1993년 ‘18세 미만의 당구장 출입금지’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담배’ 때문에 학생들이 당구장 출입을 꺼려하고, 학부형도 자녀들의 당구장 출입을 크게 반기지 않는다.
임윤수 대한당구연맹 학교체육위원장은 “조명우 같은 엘리트 선수의 체계적인 육성뿐 아니라 학생들의 건전한 레저활동을 위해서도 학생들이 쉽게 당구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며 “그런 면에서 이번 당구장 전면 금연화는 큰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부천에서 당구장을 운영하는 정경옥씨는 “20일 전에 당구장에 흡연부스를 설치했다”며 “손님들도 좋아하지만 무엇보다 3명의 자녀들을 당구장에 마음껏 데려올 수 있게 돼 좋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통계(2015년 전국 등록신고체육시설 현황)에 따르면 전국에는 2만2456곳의 당구장이 운영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대한당구연맹(회장 남삼현)은 1일 당구장 고객을 400만명으로 추산한다.
이는 당구가 ‘금연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국민스포츠임을 보여준다.
남삼현 대한당구연맹 회장은 “당구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쉽게 배울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은 담배연기 가득한 당구장을 기피했고, 부모들은 자녀들의 당구장 출입을 금했다”면서 “이런 면에서 볼 때 ‘당구장 전면금연’은 이제 한국당구가 균형발전하는 기점이 되는 ‘한국당구 100년사의 최대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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