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달이 뜨면 더 들뜨는 '노을 명소' 5곳

입력 2017. 11. 28. 10:06 수정 2017. 11. 28.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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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주도 해넘이 명당
전국 9대 노을 명소로 손꼽히는 수월봉
영주 제2경, 사라봉 정상서 보는 일몰
장엄한 낙조와 제주시 야경 즐기는 별도봉
서귀포 시가지 홀로 선 고근산

[한겨레]

제주시 별도봉에서 바라본 석양. 제주도 제공

제주도에서 해를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은 너무나도 유명한 성산일출봉이다. 그럼 해가 제주에서 이별을 고하는 곳은 어디일까?

사람들은 누구나 이별보다는 만남의 설렘을 고대하기 때문인지 해가 지는 곳은 해가 뜨는 곳에 비해 덜 알려졌다. 하지만 유명세와 상관없이 태양은 하루에 한 번씩 성산일출봉에서 한라산을 지나 제주 서쪽의 끝 한경면 고사리에 있는 수월봉에서 작별을 고한다. 성산일출봉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수월봉은 제주도에서 붉은 이별이 묻어나는 낙조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전국 9대 노을 명소로 꼽힐 정도로 아름답다. 이외에도 제주에는 낙조와 함께 낙조가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풍경을 볼 수 있는 곳들이 있다. 수월봉과 이웃한 고산리의 자구내 포구, 제주시의 사라봉과 별도봉, 서귀포의 고근산이 대표적이다.

수월봉에서 바라 본 낙조.

수월봉은 ‘노꼬물’이라는 샘이 있어 ‘노꼬물오름’이라 불리기도 하고, 절벽에서 물이 떨어져 내린다 하여 ‘물노리오름’이라고도 하는데, 그보다는 오름의 모양이 해 질 녘 물 위에 뜬 반달 같다 하여 주로 수월봉이라 불린다. 수월봉(해발 78m)은 성산일출봉(해발 179m)에 비해 높이와 규모가 아주 작은 오름이다. 정상 부근까지 차로 올라갈 수 있다. 정상에 있는 주차장에 도착하면 소나무로 둘러싸인 동산처럼 아담한 수월봉과, 수월봉 정상에 둥근 모자처럼 얹혀 있는 고산기상대가 눈에 들어온다. 정상 부근에는 지난 2000년 중턱에서 발견된 ‘수월봉 영산비’가 있다. 수월봉 영산비는 1757년 제주목사 남지훈이 세운 비석으로, ‘경작 또는 장묘를 금한다’는 내용이 새겨진 일종의 표석이다. 수월봉은 비가 내리지 않을 때 기우제를 지내는 영산(靈山)이니 성스럽고 소중하게 여기라는 의미로 만든 비이다.

수월봉이 바라보는 서쪽 바다로 시선을 옮기면, 파란 카펫처럼 펼쳐진 듯한 바다에 차귀도와 누운 섬이라 불리는 와도가 추위를 피하는 황제펭귄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다. 하늘 정수리에 있던 해가 점점 바다로 내려가면 장관이 펼쳐진다. 용광로처럼 붉은 해는 푸른 바다와 만나며 붉지만 보랏빛 파스텔 톤의 석양을 만들어낸다. 애잔한 풍경은 이별의 아쉬움을 달래려는 듯 너무나도 황홀하다. 수월봉의 낙조도 아름답지만, 수월봉에서 멀지 않은 자구내 포구(차귀도 포구)에서 바라보는 석양도 압권이다. 수월봉에서 내려와 해안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조금 가면 자구내 포구가 나온다. 이 길은 올레 12코스다. 해안도로 절벽에는 일본군들이 인간 어뢰를 보관하기 위해 콘크리트를 바른 굴도 보인다. 자구내 포구에 도착하면 차귀도와 듬직한 당산봉이 눈앞에 나타난다. 수월봉이 수평선 바다로 떨어지는 해를 볼 수 있는 곳이라면, 자구내 포구는 차귀도에 걸려서 넘어가는 해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바다와 섬, 그리고 붉은 태양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낙조는 수월봉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자구내 포구에 앉아 붉은 석양을 보고 있으면 이유 없이 마음 한쪽이 뭉클해진다.

별도봉에서 내려다본 제주시 야경. 제주도 제공

옛날 제주 사람들은 영주 10경 중 제1경으로 성산 일출을, 제2경으로 사라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일몰을 제주의 비경 중 비경으로 여겼다. 사라봉은 제주시 남쪽 건입동 바닷가에 살짝 솟은 오름이다. 사라봉 능선은 곧장 바다로 이어진다. 해송이 무성하여 운치가 넘친다. 봉우리가 높지 않아 누구라도 금방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별도봉은 사라봉과 마치 사이좋은 연인처럼 얼굴을 마주 보고 서 있다. 주변이 탁 트여 조망이 매우 좋다. 고개를 들면 한라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이고, 아래로는 제주항과 푸른 바다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이 두 오름의 가장 큰 매력은 일몰이다. 지상은 땅거미가 지면서 어둑해지지만 사라봉에서 본 바다와 하늘은 해가 지는 순간부터 제 매력을 한껏 보여준다. 조금씩 황금빛을 내다가 그 빛이 점점 붉고 짙어져 그 색채가 최고조에 이를 때 태양과 바다가 극적으로 만난다. 하늘도 붉고 바다도 불탄다. 그 모습은 아름다움을 넘어 숭고하기까지 하다. 평생 한 번 볼까 말까 한 장엄한 낙조가 이곳에서는 일상처럼 이루어진다. 노을이 진 뒤에는 시선을 돌려 제주시를 내려다보라. 거기 사라봉 낙조에 버금가는 야경이 영화처럼 펼쳐져 있다.

고근산 낙조

서귀포에 있는 고근산 또한 낙조를 느낄 수 있는 좋은 오름이다. 고근산은 서귀포시 시가지 위에 홀로 서 있는 외로운 오름이다. 뾰족한 봉우리 하나 없는 정상에는 둥근 분화구가 있다. 산 북쪽에는 한라산이 있으며 남쪽에는 서귀포와 남태평양이 펼쳐져 있다. 이런 지리적 특징 때문에 설문대할망이 심심할 때면 한라산을 베고 누워 고근산 굼부리에 엉덩이를 얹어놓고, 서귀포 앞바다 범섬에 다리를 걸치고 물장구치며 놀았다는 전설이 전해지기도 한다. 고근산은 천지연폭포나 중문관광단지 같은 유명한 곳에 가려져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곳이지만, 이곳에서 바라보는 낙조의 분위기는 서귀포에서 제일이다.

해질녘 정상에 오르면 붉은빛을 잔뜩 머금은 바다와 넉넉한 제주 서남부의 대지, 그리고 저 멀리 산방산이 눈에 들어오고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는 서귀포 시내도 보인다. 압권은 북쪽이다. 북쪽으로 가면 거대한 한라산이 보인다. 고근산 뒤로 큰 오름이 없어 한라산을 가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노을의 주황빛을 받아 붉은 파스텔 톤으로 변한 한라산의 모습은 관능적이면서 몽환적으로 다가온다. 마치 모네의 작품처럼 아름답다.

나이를 먹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이별’이다. 이별은 늘 마음 한쪽이 시리고 애잔하기 마련이다. 이별이 있기에 만남이 있고 만남이 있기에 이별이 있듯, 이별은 삶의 숙명이자 친구이다. 늦은 가을 제주도의 아름다운 낙조를 바라보며, 가수 김광석의 노랫말처럼 매일 이별하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마음의 위로를 건네보자.

수월봉

제주의 가장 서쪽 끝머리에 있는 한경면 고산리에 있는 작은 오름이다. 수월봉은 높이 77m로 낮지만 깎아져 내린 절벽이 있어 운치가 있다. 수월봉 아래 해안 절벽에서는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듯한 절벽의 단면을 볼 수 있다. 이는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2010년 유네스코로부터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받았다. 세계화산백과사전에도 실려 ‘화산학 교과서’라고 불린다.

주소: 제주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3760

수월봉 전경

자구내 포구(차귀도 포구)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에 있는 자구내 포구는 한치로 유명한 어촌 마을이다. 마을 길가에 많은 한치가 널려 있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자구내 포구는 배 10여 척이면 꽉 찰 정도로 작은 항구지만 풍경이 소박하고 아름답다.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 배경으로 나오기도 했다. 마을에는 당산봉이 있는데, 산 정상에 오르면 수월봉, 자구내 포구, 차귀도 등을 한눈에 볼 수 있어 낙조로도 유명하다.

주소: 제주 제주시 한경면 노을해안로 1161

사라봉

제주시 동쪽 해안가 건입동에 있는 작은 오름이다. 높이 184m로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제주 10경 가운데 한 곳으로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낙조가 아름다워 ‘사봉낙조’(沙峰落照)라 불렀다. 산 일대는 산책로가 잘 구비되어 있고, 팔각정과 의병항쟁 기념탑 등이 있다. 제주시 시내와 멀지 않아 대중교통으로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주소: 제주 제주시 건입동 387-1

별도봉

사라봉과 이웃해 있는 오름으로 화북악, 베리오름이라고도 한다. 해발 136m의 낮은 산으로 쉽게 오를 수 있다. ‘장수산책로’(長壽散策路)로 불리는 산책로가 오름 둘레를 감싸고 있어 산책하기에 좋아 제주 시민들이 많이 찾는다. 정상에 오르면 제주항, 제주 시내, 제주시 앞바다 등을 조망할 수 있다.

주소: 제주 제주시 화북1동 4472

고근산

외로운 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고근산은 서귀포시를 대표하는 오름이다. 해발 396m로 중형 오름으로 서귀포시 신시가지와 한라산 사이에 외롭게 앉아 있다. 정상에 원형 분화구가 있다. 산 정상에서 서귀포 시내와 산방산, 멀리 송악산과 마라도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여행객보다는 서귀포 시민들이 아침저녁으로 산책과 운동을 즐기기 위해 많이 찾는다. 산책로가 잘 구비되어 있고 가로등도 있어 야경을 즐기기에도 좋다.

주소:제주 서귀포시 서호동 1287

글·사진 문신기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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