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내셔널]초겨울 한라산, 성탄트리 구상나무 눈꽃 절정

최충일 2017. 11. 23.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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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한라산에 첫눈내려 겨울왕국 현실로
나무에 내린 서리에 눈 쌓여 화려한 눈꽃 향연
크리스마스트리 사용 구상나무 원산지는 한라산
등산객들 환상적인 눈세상에 셔터 누르며 환호성
전문가들 "겨울 산행 아이젠·여벌옷·물 꼭 챙겨야"
제주도 한라산 영실코스를 걸으며 볼 수 있는 구상나무 눈꽃. 최충일 기자
“소금을 뿌려놓은 듯 하얀 눈꽃을 보니 황홀해서 힘든 줄도 모르겠어요.” 지난 19일 국내 한라산 영실코스 1650m 부근. 눈꽃이 달린 나무가 터널처럼 이어진 풍광을 바라본 김희정(40·서울시 대현동·여)씨는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이렇게 말했다.
제주도 한라산 영실코스를 걸으며 볼 수 있는 구상나무 숲터널. 최충일 기자
제주도 한라산 영실코스를 걸으며 볼 수 있는 눈꽃. 최충일 기자
제주도 한라산 영실코스를 걸으며 볼 수 있는 눈꽃. 최충일 기자
이날은 새벽부터 오전 10시까지 한라산에 첫눈이 내렸다. 강설량은 1㎝ 정도로 적었지만 이미 얼어붙은 서리에 눈이 내려 더해지면서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이 현실로 펼쳐졌다.
제주도 한라산 영실코스를 걸으며 볼 수 있는 눈꽃. 최충일 기자
대한민국, 그중에서도 한라산이 원산지인 구상나무는 눈을 뒤집어 쓴 채 바람의 방향으로 눈꽃을 피워 겨울산행의 즐거움을 배가해준다. 눈꽃을 뒤집어 쓴 나무의 모습이 영락없는 크리스마스트리다. 구상나무가 크리스마스트리로 각광을 받는 이유다.

특히 한라산의 구상나무는 높게 자라지 않아 크리스마스트리로 제격이다. 구상나무는 한국 특산종으로 한라산을 비롯해 지리산·무등산·덕유산 등에서 자라고 있다. 실제 해외에서 주로 크리스마스트리로 쓰는 구상나무의 원산지도 한라산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제주도 한라산 영실코스를 걸으며 볼 수 있는 구상나무 눈꽃. 최충일 기자
한국전나무(Korean Fir)로 알려진 구상나무는 1920년 영국 식물학자 윌슨(Wilson, 1876~1930)에 의해 세계로 알려졌다. 학명은 ‘Abies koreana E. H. Wilson’이다. 윌슨은 1917년 한라산에서 표본을 채집, 연구보고서에 이 구상나무를 신종이라 발표했다.
제주도 한라산 영실코스를 걸으며 볼 수 있는 구상나무 눈꽃. 최충일 기자
제주도 한라산 영실코스를 걸으며 볼 수 있는 구상나무 눈꽃. 최충일 기자
구상나무라는 이름은 제주도민들이 ‘쿠살낭’이라 부르는 데서 비롯됐는데, ‘쿠살’은 성게를 가리키는 제주어다. 구상나무 잎이 성게의 가시처럼 생겼다고 하여 불리게 된 이름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한라산의 구상나무는 일부 개량을 거치며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제주도 한라산 영실코스의 해발 1600m 표지석. 최충일 기자
방향을 바꿔 영실코스 1500~1600m 부근으로 들어서자 하얀 눈이 뒤덮은 기암절벽과 병풍바위, 서귀포시 대정읍 지역의 탁트인 바다전경이 펼쳐졌다. 이 곳은 제주에서 경관이 뛰어난 10곳을 일컫는 영주십경 가운데 하나이자 명승 제84호로 지정된 영실기암과 오백나한이 병풍처럼 펼쳐져 장엄한 모습을 뽐낸다.
제주도 한라산 영실코스를 걸으며 볼 수 있는 영실기암과 오백나한 표지판. 최충일 기자
어머니가 아들 500명을 먹일 죽을 끓이다가 솥에 빠져 죽었는데, 아들들이 그것도 모르고 죽을 맛있게 먹었다가 뒤늦게 그 사실을 알고서는 슬픔을 이기지 못해 바위가 됐다는 오백장군의 전설이 깃든 곳이다.
제주도 한라산 영실코스를 걸으며 볼 수 있는 눈꽃. 최충일 기자
눈 쌓인 산을 오를 때는 월동장구를 잘 갖춰야 한다. 겨울의 한라산은 해발 100m를 올라갈 때마다 기온이 0.6도씩 떨어지는데다 바람이 거세 체감온도는 2도씩 내려가기 때문이다. 또 등산시 흘리는 땀에 옷이 젖어 체온이 떨어질 경우에 대비해 얇은 여벌옷도 준비해야한다.

눈이 쌓인 등반로를 오르려면 아이젠도 필수다. 또 체력이 떨어질 경우를 대비해 식수와 초콜릿 등 열량이 높은 비상식량도 챙겨가야 한다.

제주도 한라산 영실코스의 안전로프에도 서리와 눈이 달라 붙어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도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는 지난 1일부터 내년 2월 28일까지 한라산 등반 5개 코스와 어승생악 등반 1개 코스의 입산 개시 시각을 오전 5시 30분에서 오전 6시로 30분씩 늦춘다고 25일 밝혔다. 겨울산은 해가 빨리 지기 때문이다.
제주도 한라산 등반객들이 영실코스를 걸으며 볼 수 있는 눈꽃을 감상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코스별로 보면 어리목 코스(해발 970m)와 영실 코스(1280m)의 입산 통제시각은 오후 2시에서 낮 12시로 2시간 당겨진다. 관음사코스(해발 600m)의 입산 통제시각은 낮 12시30분에서 낮 12시로, 돈내코 코스(해발 500m)의 입산 통제시각은 오전 10시30분에서 오전 10시로 각각 30분 단축된다.
제주도 한라산 영실코스를 걸으며 볼 수 있는 눈꽃. 최충일 기자
하산 시각도 빨라진다. 윗세오름(1700m) 하산 시각은 오후 4시에서 오후 3시로, 백록담 동릉 정상(1950m) 하산 시각은 오후 2시에서 오후 1시 30분으로, 남벽 분기점 하산 시각은 오후 2시 30분에서 오후 2시로 각각 조정된다.
제주도 한라산 영실코스를 걸으며 볼 수 있는 눈꽃. 최충일 기자
오경찬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장은 “한라산 고지대에는 2월까지 강풍이 불고, 폭설이 내리는 등 시시각각 등반 환경이 변해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입산·하산 시각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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