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롱패딩이 싸다? 이게 정상 가격" 제조업체 대표 인터뷰

김준영 입력 2017. 11. 20. 18:45 수정 2017. 11. 2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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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업체에서 너무 비싸게 파는 것"
"소비자 중심 판매, 가격 낮추기 가능"
"롱패딩 내년에 더 싸게 내놓을 계획"

“‘평창 롱패딩’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갑이라는 평이 많던데, 이게 정상 가격입니다. 생산 공정을 간소화하고, 회사 이익을 줄이면 얼마든지 가능한 가격이죠.”

토종 의류업체 신성통상의 염태순(64) 회장은 평창 롱패딩의 흥행 요인을 “비정상가의 정상가화”로 표현했다. 신성통상은 최근 뛰어난 가성비와 세련된 디자인으로 ‘품절 사태’를 빚고 있는 평창 롱패딩을 만든 회사다.
20일 서울 둔촌동 신성통상 본사 건물에서 인터뷰 중인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 그는 신성통상에서 만든 평창 롱패딩의 흥행 요인을 "비정상가의 정상가화"라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2018 평창 올림픽’을 기념해 3만 개 한정 제작된 평창 롱패딩은 거위 솜털(80%)과 깃털(20%)로 제작된 구스다운 롱패딩이지만 가격(14만 9000원)이 다른 업체의 비슷한 제품 가격(30만~50만원)의 절반도 안 돼 가성비 갑으로 평가 받는다. 지난달 30일부터 판매돼 지난 15일 매장에서 재고가 떨어졌다. 3일 후 재입고된 전국 각 매장에선 새벽부터 이를 사기 위한 줄이 생겼고, 손님들끼리의 자리 다툼으로 경찰관이 출동하는 일도 벌어졌다. 판매를 맡은 롯데백화점은 남은 7000개 롱패딩 출고 시기와 장소를 정하는 데 ‘안전사고 방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을 정도다.
20일 서울 둔촌동 신성통상 본사에서 만난 염 회장의 집무실에는 ‘평창 롱패딩’이 색상ㆍ사이즈 별로 진열돼 있었다. 그는 이번 ‘대박’에 대해 “‘브랜드 값’이나 유명 연예인 광고 세례로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시대가 저물고, 점점 현명한 소비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염태순 회장은 "이제는 K-팝에 이어 K-패션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서강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온 염 회장은 한 수출 전문 기업에 2년 다니다 창업을 결심했다. 30살인 1983년 퇴사 후 가방 수출 회사 ‘가나안상사’를 세웠다. 퇴직금과 모아둔 돈 1700만원으로 만든 1인 기업이었다. 그는 이 시기를 “자재ㆍ제조ㆍ산적 등 생산 유통의 전 분야를 밑바닥부터 배운 때”라고 말했다.

2002년엔 외환위기 여파로 도산한 대우 계열사 신성통상을 인수했다. 당시 연매출 1000억원의 가나안상사가 3000억원 매출의 신성통상을 인수하는 것이 화제가 됐다. 그는 “주변의 만류가 많았지만 시작을 하지 않으면 결과도 없다는 신념으로 인수했다”고 말했다.

인수 후엔 자체브랜드 생산에 박차를 가했다. 지오지아ㆍ폴햄ㆍ탑텐 등이다. 지금까지 16개의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절반인 8개는 망하는 시행착오도 겪었다. 이중 탑텐은 런칭 4년 만인 지난해 매출액이 2000억원을 돌파하며 국내 SPA(생산ㆍ유통 일괄 업체) 브랜드 중 3위로 올랐다. 신성통상의 연매출액은 1조3600억원이다.
염태순 회장이 20일 서울 둔촌동 신성통상 본사 회장 집무실에서 걸려 있는 평창 롱패딩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신성통상은 자체 생산 공장과 브랜드를 동시에 운영하는 회사다. 올해 4월 롯데백화점이 롱패딩 제작 업체를 선정할 때도 이런 이력이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그는 “우리가 소비자를 위해 단가를 낮춘 노력이 이제야 빛을 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창 롱패딩의 추가 생산 여부에 대해 그는 “옷 제작 공정상 곧바로 추가 생산을 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소비자들 요구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추가 생산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겨울 판매를 목표로 평창 롱패딩보다 더 세련된 디자인과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 계획이다. 그때는 자체 브랜드로 바로 판매하기 때문에 지금 가격보다 더 싸질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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