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에게 물렸던 다이아몬드, 다시 빛날까

양형석 2017. 11. 1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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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12일 UFN 120 메인이벤트서 페티스와 격돌하는 더스틴 포이리에

[오마이뉴스 양형석 기자]

지난 2010년4월 미국의 WEC라는 단체에 진출한 '코리안 좀비' 정찬성은 WEC에서 2연패를 당했음에도 화끈한 경기 스타일 덕분에 퇴출 없이 WEC를 흡수한 UFC로 활동무대를 옮겼다. UFC 진출 후 정찬성은 레오나르도 가르시아와의 재대결에서 역대 최초로 트위스터(척추와 목등뼈를 통째로 비트는 기술)라는 기술로 승리를 거뒀고 이어진 마크 호미닉전에서는 7초 KO승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정찬성은 옥타곤에서 단 2경기를 치른 후 현지에서 인기스타로 급부상했고 UFC에서는 정찬성을 2012년5월에 열린 UFC on Fuel TV 대회의 메인이벤터로 출전시켰다. 상대는 UFC 진출 후 4연승으로 기세를 올리던 신예 파이터로 둘의 경기는 페더급의 차세대 스타를 가리는 대결이었다. 정찬성은 이 대결에서 관중들을 흥분시키는 엄청난 난타전을 벌인 끝에 4라운드 1분7초 만에 다스 초크라는 서브미션 기술을 성공시키며 짜릿한 승리를 따냈다.

하지만 이 날 치열한 명승부를 연출한 두 선수의 운명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정찬성이 극강의 챔피언으로 불리던 조제 알도와 타이틀전을 벌이며 승승장구한 반면에 코리안 좀비에게 물렸던 신예는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오는 12일에 열리는 UFN 대회에서 전 라이트급 챔피언 앤서니 페티스를 제물로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다이아몬드' 더스틴 포이리에가 그 주인공이다.

페더급에서 정찬성,스완슨,맥그리거에게 차례로 패하며 라이트급 전향

 UFC 진출 후 무패 행진을 달리던 포이리에(오른쪽)에게 정찬성과의 만남은 '불행의 시작'이었다.
ⓒ UFC.com
지난 2009년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중소단체를 통해 종합격투기에 데뷔한 포이리에는 7연속 피니쉬 승리(4KO 3서브미션)라는 엄청난 상승세를 타며 '경량급의 메이저리그' WEC에 진출했다. WEC에서 1승1패의 성적을 기록한 포이리에는 정찬성의 경우처럼 2011년 WEC가 UFC에 흡수되면서 자연스럽게 활동 무대를 UFC로 옮겼다.

WEC시절까지 라이트급에서 활약하던 포이리에는 신장 175cm 팔길이 183cm에 달하는 신체조건을 살리기 위해 UFC 이적 후 페더급으로 체급을 내렸다. 포이리에의 전략은 주효했다. 포이리에는 페더급으로 체급을 내린 후 신체조건의 우위를 살려 내리 4연승 행진을 달렸다. 당시 포이리에가 제압했던 상대 중에는 현 UFC 페더급 챔피언 맥스 할러웨이도 있었다(물론 그 때의 할러웨이는 아직 기량이 무르익지 않은 '풋내기'에 불과했다).

4연승 행진을 달린 포이리에는 2012년5월 정찬성을 상대로 생애 첫 메인이벤트 5라운드 경기를 치렀다. 포이리에 입장에서는 두 차례의 인상적인 승리로 주가가 오르고 있는 정찬성을 제압한다면 단숨에 페더급의 차세대 기수로 떠오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포이리에는 코리안 좀비의 벽을 넘지 못하며 생애 첫 서브미션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정찬성에게 패한 후에도 포이리에에게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포이리에는 2013년2월 페더급의 강자 컵 스완슨에게 판정으로 패했고 2014년9월에는 훗날 두 체급 챔피언에 등극하는 코너 맥그리거에게 1라운드 KO로 무너졌다. 페더급 감량을 통해 만들어 낸 체격의 우세가 하위 랭커들에겐 잘 통했지만 정찬성,스완슨,맥그리거 같은 체급 내 강자들에게는 먹히지 않았던 셈이다.

결국 포이리에는 감량의 부담이 있는 페더급을 포기하고 UFC 진출 전 자신의 체급이었던 라이트급으로 복귀했다. 10파운드(4.5kg)의 여유가 포이리에에게 마음의 안정을 준 것일까. 포이리에는 라이트급 복귀 후 카를로스 디에고 페레이라와 얀시 메데로스, 조셉 더피, 바비 그린을 연파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4연승 과정에서 1라운드 KO승이 3번이나 있었을 정도로 체급 상향에 따른 파워의 감소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라이트급 전투력 측정기와 다크호스의 기로에 선 포이리에

 전 챔피언으로 인지도가 높은 페티스를 꺾으면 포이리에는 자신의 인지도를 대폭 끌어 올릴 수 있다.
ⓒ UFC.com
라이트급 전향 후 승승장구하던 포이리에는 작년9월 라이트급의 강자 마니클 존슨에게 깅력한 연타에 이은 파운딩 세례를 맞고 실신 KO패를 당하며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하지만 포이리에는 좌절하지 않고 지난 2월 짐 밀러를 2-0 판정(한 명의 심판은 무승부 판정)으로 제압했고 맥그리거에게 벨트를 빼앗긴 라이트급 전 챔피언 에디 알바레즈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두 선수는 서로 피투성이가 되도록 치열한 명승부를 펼쳤지만 2라운드 후반 포이리에의 무릎이 옥타곤 바닥에 닿아있는 상태에서 알바레즈의 니킥이 포이리에의 안면에 적중하면서 무효 경기가 되고 말았다. 포이리에 입장에서는 전 챔피언을 꺾고 단숨에 상위권으로 올라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친 셈이다(물론 경기가 중단될 때까지의 흐름은 알바레즈가 주도하는 형국이었지만).

두 선수는 즉각 재대결을 잡아줄 것을 요구했지만 알바레즈가 TUF26의 코치로 결정되면서 포이리에의 상대는 또 다른 전 챔피언 페티스로 바뀌었다. 화려한 타격 기술을 뽐내며 '쇼타임'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페티스는 하파엘 도스 안요스에게 챔피언 벨트를 빼앗긴 후 페더급으로 내려 갔다가 적응을 하지 못하고 다시 라이트급으로 복귀했다. 두 선수 모두 올해 짐 밀러를 판정으로 꺾었다는 공통점이 있다(영원히 고통 받는 짐 밀러).

사실 포이리에가 라이트급 랭킹 8위에 올라 있는데 비해 페더급 외도를 했던 페티스의 랭킹은 13위에 불과하다. 이 경기에서 포이리에가 승리해도 가파른 순위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하지만 라이트급 전 챔피언 페티스는 여전히 체급 내에서 인지도가 대단히 높은 선수로 페티스를 제압한다면 포이리에 역시 자신의 인지도를 대폭 끌어 올릴 수 있다. 

포이리에는 페더급과 라이트급에서 모두 만만치 않은 경쟁력을 과시했지만 바꿔 말하면 두 체급에서 모두 고비를 넘지 못하고 한계를 드러낸 선수다. 이런 이미지가 굳어진다면 포이리에는 떠오르는 신예나 재기를 노리는 선수들의 경쟁력을 확인하는 '문지기'로 전락할 수도 있다. 만28세의 젊은 나이에 이미 종합격투기 27전이라는 만만치 않은 경력을 쌓은 포이리에가 전투력 측정기와 타크호스 사이의 중요한 기로에서 전 챔피언을 상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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