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항범 교수의 어원 이야기>곰팡이

기자 2017. 10. 27.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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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경찰을 ‘민중의 지팡이’로 믿고 의지한다. 그런데 요즘 경찰 조직이 건강한 것만은 아닌 듯하다. 이를 반영하듯 ‘민중의 곰팡이’라는 좀 민망한 말이 떠돈다.

경찰이 해로운 곰팡이와 같은 존재라니 다소 과하고 모욕적이다. 다만 말 만들기의 수법에서만큼은 고차원적이어서 놀랍다. ‘지팡이’와 어형이 유사하고, 의미상 대립되는 단어를 끌어들여 지시 의미를 극대화한 점이 절묘하다. ‘지팡이’가 도움을 주는 유익한 것이라면, ‘곰팡이’는 음식이나 옷 등을 상하게 하는 유해한 것이어서 의미상 대립된다는 점을 잘 이용한 것이다.

옛 문헌에 ‘곰팡이’ 관련 단어가 다수 보인다. ‘곰팡이’라는 균에 관심이 많았음을 알 수 있다. 15세기 문헌에는 ‘곰’, 16세기에는 ‘매’, 17세기에는 ‘곰탕’, 19세기 에는 ‘곰팡’이라는 단어가 보인다. 중세국어 ‘곰’과 ‘매’의 어원은 알기 어렵다. ‘곰’은 ‘곰팡’의 그것과 동일한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이들은 일찍 사라져 방언에도 흔적이 없다. 17세기 문헌의 ‘곰탕’은 ‘곰(곰팡이)’에 ‘탕’이 덧붙은 어형인데, ‘탕’의 어원은 알기 어렵다. 일부 지역 방언에 ‘곰탕이, 곰탱이’ 등으로 남아 있다.

19세기 문헌에 보이는 ‘곰팡’은 한결 ‘곰팡이’에 가까워진 어형이다. 이는 동사 어간 ‘곰피-’에 접미사 ‘-앙’이 결합된 ‘곰피앙’에서 줄어든 어형이다. 동사 ‘곰피다’는 명사 ‘곰’과 동사 ‘피다(發)’가 결합한 어형으로, ‘곰팡이가 피다’는 뜻인데 지금도 쓰이고 있다. ‘곰팡’에 접미사 ‘-이’가 결합한 어형이 바로 ‘곰팡이’이다. ‘곰팡이’가 ‘곰팡’과 함께 19세기 문헌에 보인다. ‘곰팡’을 이어 나타난 것이니, ‘곰팡이’와 관련된 단어 가운데 가장 뒤늦게 등장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사회 질서와 국민의 안녕을 책임지는 으뜸 조직은 누가 뭐래도 경찰이다. 허물이 있으면 나무라되 말로써나마 욕보이지 말았으면 한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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