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녀 캐릭터 '후루루'만 바라보던 日 '오타쿠 펭귄' 20살로 숨져

김명일 기자 terry@kyunghyang.com 2017. 10. 1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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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일본 사이타마현 도부동물원에서 태풍이 지나간 후 제자리로 돌아온 ‘후루루’ 입간판을 보고 펭귄 그레이프가 기뻐하고 있다. | 도부동물원 트위터

미소녀 만화 캐릭터 입간판과 사랑에 빠져 ‘오타쿠 펭귄’으로 유명세를 탄 일본 동물원의 홈불트 펭귄이 20살 나이로 사망했다.

일본 사이타마현 도부(東武) 동물원은 공식 트위터를 통해 “홈불트 펭귄 그레이프(グレ-プ)가 11일 돌아가셨습니다”라고 밝혔다.

도부 동물원 측은 “그레이프군, 오랫동안 감사합니다. 천국에서 편히 쉬세요”라고 애도했다. 또 “응원해준 여러분께 감사하다”고 밝혔다. 펭귄 그레이프가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한 대상인 미소녀 입간판에 대해서도 “그레이프군을 끝까지 지켜준 후루루도 감사합니다”라고 메시지를 덧붙였다.

‘오타쿠 펭귄’으로 유명세를 탄 일본 사이타마현 도부 동물원의 홈불트 펭귄 ‘그레이프’가 20살 나이로 11일 사망했다고 동물원 측이 밝혔다. | 도부 동물원 트위터

도부 동물원의 홈불트 펭귄 그레이프는 올초 10년간 커플로 지내온 암컷 펭귄 미도리와 결별을 겪었다. 미도리가 더 젊은 수컷과 연을 맺고 그레이프를 떠난 것이다. 이후 그레이프는 펭귄 우리 안에 세워진 만화 ‘케모노 프렌즈’ 등장인물이자 미소녀 캐릭터인 ‘후루루’ 입간판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사육사들은 그레이프가 후루루 입간판에 날개를 뻗고 부리를 가져다 대는 행동을 한다는 사실을 관찰했다. 이는 펭귄이 짝짓기를 준비하는 ‘구애 행동’이다. 이외에도 그레이프는 종일 후루루 입간판만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레이프는 미소녀 캐릭터와 사랑에 빠진 ‘오타쿠 펭귄’으로 유명세를 탔고 ‘혼모노 펭귄’ 등 여러 별명으로 불리며 일본은 물론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었다.

케모노 프렌즈는 미소녀로 의인화한 동물원 동물들이 주인공인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등장 인물 중 하나인 ‘후루루’는 바로 홈불트 펭귄이 미소녀 모습으로 변신한 캐릭터다. 도부 동물원은 각 동물 우리마다 케모노 프렌즈 등장인물의 입간판을 세웠고, 홈불트 펭귄 우리에는 ‘후루루’가 위치하게 됐다. 후루루의 작화나 색감 등 디자인이 전반적으로 홈불트 펭귄의 느낌을 강하게 주는 탓에 그레이프도 관심을 보이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레이프가 ‘오타쿠 펭귄’으로 입소문을 타자, 동물원 측은 이벤트 기간이 끝난 후 모든 우리에서 입간판을 철거하면서도 후루루 간판은 존치했다.

일본 사이타마현 도부동물원의 펭귄 그레이프가 지난 9월 태풍에 대비해 옮겨지는 미소녀 캐릭터 입간판을 보며 침울해하고 있다. | 도부동물원 트위터

지난 9월에는 태풍 대비 과정에서 그레이프가 보여준 모습에 또다시 화제를 모았다. 일본 열도를 남에서 북으로 종단한 태풍 탈림에 대비하고자 동물원 측이 시설물을 옮기면서 후루루 입간판도 치워졌던 것. 직원이 들고가는 후루루 입간판을 보며 그레이프는 낙담한 모습으로 서있었다. 태풍이 지난 후 돌아온 후루루 입간판을 보며 즐거워하는 그레이프의 모습에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일편단심 ‘혼모노’다”라며 감탄했다.

그레이프 펭귄의 팬들은 각국에서 도부동물원 트위터 및 인터넷 SNS 메시지 등을 통해 조전을 남기거나 자작 헌정 카툰을 커뮤니티에 올리는 등 애도하고 있다.

<김명일 기자 te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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