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아끼려니 몸이 고생? 1주일 현금생활 도전기
"스튜핏" "스튜핏" "이건 베리 베리 스튜핏!"
신용카드 고지서가 날아온 날, 난 절망 속에 많은 스튜핏을 외쳐야 했다. 하늘이 너무 맑아서, 기분이 우울해서, 비가 와서, 주체할 수 없이 양극단을 치닫는 내 감정을 부여잡지 못하고 호기롭게 긁은 카드들이 한 달 만에 비수가 되어 내 가슴에 꽂힐 줄이야.
지난 세월 내 머릿속엔 '충동구매 명령'이 상시 대기중이었고, 두 다리는 '신상'에 목말라하는 좀비처럼 집과 회사 근처 가게들을 서성거려왔다. '결제하기 버튼'을 한없이 눌러대는 오른손을, 너 왼손은 왜 그동안 지켜주지 못했냐며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봐도 결국은 그 모든 것이 내 것임은 오래지 않아 깨달았다.
이제는 '스튜핏' 대신 '그뤠잇'한 삶을 살아야 겠다며 중대결단을 내려야 했다. 이름하여 '현금만 쓰기 프로젝트'.
신용카드 없는 삶이 한 인간의 경제적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수의 샘플을 확보하기 위해 팀원 2명과 함께 1주일간 현금만 가지고 살아봤다.
◆월요일… 현금생활? 일단 쓰고 보자
캐시씨(30대·여자·미혼): 가족(성인 4명)들과 떠난 부산 여행에서 '현금만 쓰기'에 도전했다. 여행 예산은 5일 동안 40만원. 1만원권 5장, 5만원권 7장, 흰 봉투, 현금영수증카드를 준비했다.
서울역에서 출발해 KTX를 타고 부산역에 도착하니 낮 12시. 급한 배고픔만 달래보자는 생각으로 역사 안 빵집을 찾았다. 작은 단팥빵 2개, 미니 식빵 1개, 생크림빵 1개를 골라 만원짜리 한 장을 들고 계산대로 갔다. 하지만 빵값은 무려 1만2000원. '어차피 점심도 먹을 텐데 4개나 살 필요가 있을까' 기어코 빵 한 개를 빼 1만원 아래로 맞췄다.
첫 위기는 생각보다 빨리 만났다. 무심코 진입한 주차장이 '신용카드 전용'이었던 것이다. 카드를 안 받았으면 안 받았지, 현금을 안 받을 줄이야. '요새는 현금 안 받는 곳도 있을 텐데'라던 선배의 말을 허투루 듣는 게 아니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란 다짐과 함께 신용카드를 꺼냈다.
사용내역: 빵 9800원, 돼지국밥 28,000원, 부산항대교 통행료 1400원, 광안대교 통행료 1000원, 태종대 주차비 2000원, 껌 1000원, 숙소 편의점 물, 종이컵 등 7920원, 금수복국 복지리 51,000원, 간단한 과일 4400원 [총 106,520원]
남은 현금: 293,480원
◆화요일… 현금 안 쓰거나 못 쓰거나
아침식사 21,000원, 간식·주차비 4,000원, 점심 커피와 샌드위치 37,500원…. 딱히 과소비를 한 것은 아닌데, 현금 줄어드는 속도가 LTE급이다. 높디높은 물가가 새삼 피부로 와닿았다. 벌써 예산의 절반을 썼다. 40만원으로 여행을 끝내려면 내일부터는 아껴 써야 한다.
해운대 아쿠아리움에 가니 온갖 '소비'를 자극하는 것들이었다. 요즘 유행한다는 'VR체험'부터 마지막을 장식하는 기념품 매장까지. 하지만 이미 돈 봉투에서 현금이 줄어드는 것을 봤기에 '지름신'은 쉽게 강림하지 않았다. 카드를 썼다면 '다음달에 아껴 쓰면 되지 뭐'라는 생각으로 바로 질렀으리라.
사용내역: 밀면 21,000원, 씨앗호떡 2000원, 용궁사 주차료 2000원, '포트1902' 커피+샌드위치 37,500원, 물 삼다수 큰 통, 작은 통 5100원, 아쿠아리움 주차료 2000원, 저녁식사 미역국 58,000원 [총 127,600원]
남은 현금: 165,880원
◆수요일… "현금생활 이거 힘드네~"
셋째날쯤 되니 현금 쓰는 것이 점점 힘들고 귀찮다. 현금 쓰는 것에 가장 큰 고통은 바로 '동전'. 돈을 쓸 때마다 화수분처럼 생겨나는 동전은 정말 귀찮은 존재다.
지식인들에게 지혜를 빌려보고자 초록색 검색창에 '처치곤란 동전' 쳐봤다. '저금통에 모으세요' '동전 기부하는 데 넣으세요' '은행 가서 바꾸세요' 등 다양한 팁이 나오지만, 여행자를 위한 썩 좋은 해법은 없다. 묘수가 딱히 떠오르지 않으니 일단 생길 때마다 모조리 쓰기로 한다.
사용내역: 삼진어묵 17,500원, 렌터카 기름 17,000원, 돼지국밥 21,000원, 던킨도너츠 2600원, 물 1300원 [총계: 59,400원]
남은 현금: 106,480원
◆목요일…"내일 현금 뽑지 뭐! 일단 쓰자"
이왕 현금 쓰기에 도전하는 만큼, 지하철도 현금으로 타보기로 했다. '기본료가 얼마였더라?' 매일 타는 지하철이지만 후불교통카드를 썼던 터라 개념이 없었다. '1구간, 2구간 해당하는 곳의 버튼을 누르라고?' 현금으로 지하철표 사는 게 또 다른 도전이 될 줄이야. 결국 역무원의 도움을 받았다. 부산 지하철 1구간은 1400원, 2000원을 넣고 600원을 거슬러 받았다. 동전은 여전히 스트레스 덩어리다.
마지막 밤을 기념해 오늘 저녁은 회 만찬을 거하게 즐겼다. 마지막 남은 오만원권을 꺼내 썼다. 내일부터는 굶어야 하나.
사용내역: 아침식사 0원(숙소 해결), 물 1200원, 짜장면+탕수육 24,000원, 모둠 회 54,000원, 주전부리 14,800원 [총액: 94,000원]
남은 현금: 12,480원
◆금요일… "하얗게 불태웠어"
결국 여행 마지막날 예산에 구멍이 났다. 편의점에서 점심을 때울 요량으로 컵라면 등을 사고 나니 봉투에 남은 것은 동전 몇 개와 1000원권 3장. 저녁 식사까지 해결하려면 턱없이 부족한 돈이다. 어쩔 수 없이 현금을 찾기로 한다.
가까운 곳에 은행은 없었고, 편의점 ATM기를 이용해야 했다. 수수료 1100원을 내면서까지 현금을 계속 써야 하나,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 고생을 하나 악마의 속삭임 들려왔다. 그동안 통장을 스치며 지나갔던 월급을 떠올리며 가까운 편의점을 찾아 현금 3만원을 수혈했다.
사용내역: 아침식사 숙소 해결(0원), 라면+삼각김밥+커피 8900원, 착한낙지 20,000원, 딸기우유 1200원 [총액: 30,100원]
남은 현금: -17620원+긴급 수혈 30000원=12,380원
◆토요일… "내가 현금이 없지 카드가 없냐?"
부산 여행은 끝이 났고, 다음주면 다시 출근해야 한다.
"오늘까진 신나게 놀아보자." 밖으로 나갔지만 간단히 밥만 먹고 들어왔다.
사용내역: 저녁 외식 12000원.
남은 현금: 380원
◆일요일… "돈 아끼는 가장 좋은 방법? 나가지 않는다"
사용내역: 집에서 휴식 0원
☞[현금으로 1주일 나기] <下> 30대 남자 직딩의 '궁상 라이프'로 이어집니다.
강선미 기자 seonmi6@, 박은수 기자 utopia21@mt.co.kr, 백승관 기자 land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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