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을 알려주마] "차례상에 치킨, 피자 올리면 안 된다"

용환오 2017. 10. 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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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는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 조상에게 올리는 제례를 말한다. 여기에는 조상을 숭배하고 그 은혜에 보답하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요즘엔 '조율이시, 홍동백서, 좌포우혜'와 같은 차례상차림 원칙이 점점 사라지며 가족들이 잘 먹는 음식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하지만 보통 차례상에선 보지 못한 다소 파격적인(?) 음식이 올라가 논란이 되기도 한다.

몇 해 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명절 차례상에 피자, 치킨 등이 올라간 사진들이 공개되면서 갑론을박이 펼쳐지기도 했다. '조상님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는 의견과 '마음과 정성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대립했다.

논란의 치킨, 피자를 차례상에 올려도 되는 것일까? 성균관 전례위원회에 문의해봤다.

■ 차례상에 피자, 치킨 올리는 것은 부적절

성균관 전례위원회 김광수 간사는 치킨, 피자가 차례상에 올라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김 간사는 "차례상은 '예서'에 나와 있는대로 '속절즉 헌이시식' 그때 그 계절에 나는 좋은 음식과 과일을 차리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전례나 가례를 무시하고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예의가 아니다. 예의는 어려운 것이 예의다. 정성과 성의를 다해야하는 데 요즘에 모두가 그렇게 하다 보니 그것이 예의인 줄 알고 잘못 인식 한다"며 전례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어머니가 커피 좋아했다고 커피 올리고 사탕 좋아했다고 사탕 올리면 우리의 전례가 살아있겠는가?"라 반문하며 차례상에 치킨, 피자를 올리는 것에 부정적 입장을 표했다.

"이 나라 어른들이 '이것은 바꾸지 마라'하고 규칙을 정해줘야 하는데, '너네가 고생 많으니 (편한 대로)해라'라며 허락해주니 (차례상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피자나 치킨은 차례상에 올라가지 않는 것이 좋고 '예서'에 나온대로 음식이 올라가야 하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성균관 박광영 의례부장도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차례상에 피자나 햄버거를 올리는 것에 대해 조금 부적절한 것 같다고 밝힌바 있다.

고인이 돌아가신 날에 지내는 기제사 때 고인이 생전에 드셔보지 못했던 음식이나 좋아했던 음식을 준비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나 차례상에서는 간단한 음식을 올리는 것이기 때문에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차례상 /사진=국립민속박물관

■ 전통의례 추석차례상 차림은?

차례상을 바라보았을 때 신위가 있는 쪽을 북쪽, 오른쪽이 동쪽, 왼쪽이 서쪽 아래가 남쪽이 된다.

차례상과 제사상은 모두 총 5열로 놓는데 각 열마다 홀수로 놓는 것이 원칙이다.

신위와 가장 가까운 1열에는 수저, 잔반(술잔, 받침대)을 놓고 밥과 탕국을 올린다. 2열에는 국수, 육적(고기 구운 것), 적(채소 구운 것), 어적(생선 구운 것), 떡 순으로 놓는다.

'어동육서'라고 해서 생선은 상의 오른쪽, 고기는 왼쪽에 놓고 '두동미서'에 따라 생선의 머리는 동쪽, 꼬리는 서쪽을 향하게 한다.

3열에는 2열과 마찬가지로 '어동육서'에 따라 육탕, 소탕, 어탕을 놓는다. 탕의 개수는 홀수로 놓아야 한다.

4열에는 '좌포우혜'라 해서 좌측 끝에는 포를 올린다. 포는 북어, 고기, 오징어, 문어 중 한가지 말린 포를 놓으면 된다. 이어 나물, 간장, 김치 식혜 순으로 놓는다.

4열엔 '생동숙서'에 따라 날것은 동쪽, 익힌 것은 서쪽에 위치한다.

5열에는 과일을 올린다. 흔히 붉은 색 과일은 동쪽에, 흰색 과일은 서쪽에 둔다는 '홍동백서', 대추, 밤, 감, 배 순서로 둔다는 '조율이시'를 따른다.

하지만 성균관 김광수 간사에 따르면 '홍동백서', '조율이시'는 문헌에는 없는 후세에서 만든 규칙이라고 한다.

각종 옛 서적을 보면 '그때에 우리가 구할 수 있는 그 과일을 갖다가 올려라'고만 되어있을 뿐 어떤 과일을 올리라고 적혀있지 않다는 것이다. 즉, 철에 맞는 과일을 구해서 순서에 상관없이 놓으면 된다.

yongyong@fnnews.com 용환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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