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누가 차례상 차리나" vs "그래도..", 당신은?

이동우 기자 2017. 10. 3.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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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명절 전통 중 하나인 차례상 차리기를 보는 시선이 엇갈린다.

하지만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차례상을 간소화 또는 생략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자녀 둘을 둔 가장 이모씨(47)는 "명절에 차례 지내기는 미풍양속의 하나인데 요즘은 해외여행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서 안타깝다"며 "최소한의 전통은 지켜가야 한국인으로서 정체성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문화를 연구해 온 전문가들은 오히려 형식보다는 명절의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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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차례상' 전통 파괴? 시대적 흐름?..전문가 "형식보다 명절 의미에 집중"
차례상 차림 / 사진=머니투데이DB


#'3번'. 24대 종손과 결혼한 이지영씨(가명·30·여)는 추석 아침에 차례상을 한번 차리는 게 아니다. 조부는 물론 증조부, 고조부를 위한 차례상까지 차려야 하는 스트레스 때문에 이씨는 명절 한 달 전부터 두통에 시달린 적도 있다. 이씨는 차례상만 없어져도 명절 스트레스가 한결 덜할 것으로 생각한다.

#추석을 앞두고 박종훈씨(59)는 답답하다. 자녀들이 서른을 훌쩍 넘겼는데 아직도 차례상 차리는 법을 모른다. 매년 과일이나 나물 놓는 위치를 알려주지만 결국 보다 못한 본인이 상을 차리기 일쑤다. 자신이 차례상을 차릴 수 없는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막막하다.

대표적 명절 전통 중 하나인 차례상 차리기를 보는 시선이 엇갈린다. 시대적 흐름에 따라 간소화 또는 생략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는가 하면 동시에 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차례상 차림은 규칙이 있다. '홍동백서'(신위를 북쪽으로 보고 붉은 과일은 동쪽, 흰색은 서쪽에 늘어놓음), '면서병동'(국수는 서쪽에, 떡 종류는 동쪽에 차림), '어동육서'(물고기 반찬은 동쪽에, 고기 반찬은 서쪽에 둠), '좌포우혜'(제주가 바라보는 관점에서 육포는 왼쪽에 식혜는 오른쪽에 차리는 격식) 등이다.

규칙을 지키고 여러 가짓수의 음식을 준비하는 일은 쉽지 않다. 명절 상차림이 주부들의 스트레스 원인으로 자리 잡는 까닭이다.

하지만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차례상을 간소화 또는 생략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달 18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주부 패널 599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상을 차린다는 비율은 지난해보다 3.2%포인트 줄어든 71.2%에 그쳤다.

차례상을 차린다는 주부 가운데 '예법에 따라 정확하게 차린다'는 응답은 지난해보다 12.5%포인트 줄어든 35.1%로 집계됐다. '간편하게 구색만 맞춘다'는 응답과 '가족이 좋아하는 음식을 중심으로 차린다'는 답이 각각 35%, 19.3%로 나타났다. 두 개 응답은 전년보다 늘어 변화하는 차례상 문화를 보여준다.

3년 차 주부 장지혜씨(34)는 "밥이나 국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마트에서 만들어져 있는 차례상을 준비하려고 한다"며 "간단하게 차례상을 준비하는 게 훨씬 경제적이고 스트레스도 덜 받는다"고 말했다.

직장인 윤원식씨(28)도 "음식을 많이 놓는다고 조상님들이 좋아하시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간소하게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차례상의 변화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지나치게 편한 것만을 추구하다 보면 결국 가족과 함께 조상을 기리는 명절의 의미를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녀 둘을 둔 가장 이모씨(47)는 "명절에 차례 지내기는 미풍양속의 하나인데 요즘은 해외여행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서 안타깝다"며 "최소한의 전통은 지켜가야 한국인으로서 정체성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문화를 연구해 온 전문가들은 오히려 형식보다는 명절의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인 가구, 핵가족화와 맞벌이 증가 등으로 사회가 바뀌는 만큼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유교 사상과 전통문화의 계승·발전을 추구하는 성균관의 박광영 의례부장은 "형식은 때에 따라 바뀔 수 있다"며 "조상을 기리기 위해 가족이 즐거운 마음으로 모여 친목을 다지는 것이 명절의 의미"라고 말했다.

이승수 중앙대 민속학과 교수는 "조상을 위한 차례라고 하지만 결국 살아있는 자들을 위한 것"이라며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로 과한 부분이 있다면 바꿔 가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이동우 기자 can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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