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계의 손흥민' 김행직, '차세대 당구황제' 우뚝

박린 2017. 10. 2.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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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계의 손흥민'으로 불리는 김행직. 왼손잡이 '당구 천재' 김행직의 평균 에버리지는 1.7로 4구로 환산시 2000점 이상이다. [사진 대한당구연맹]
'당구계의 손흥민' 김행직(25·전남당구연맹/LG유플러스)이 '차세대 당구황제'로 우뚝섰다.

김행직(세계 5위)은 지난 1일 청주장애인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17 청주직지 스리쿠션 월드컵 결승에서 세계 9위 무랏 나시 초크루(터키)를 16이닝 만에 40-30으로 꺾었다.

김행직이 한국인 최초로 월드컵 2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 대한당구연맹]
김행직은 지난 7월 포르투갈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2개 대회 연속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1986년 파리 1회 월드컵 이후 2개 대회 연속 우승자는 '4대 천왕' 토브욘 브롬달(스웨덴), 딕 야스퍼스(네덜란드), 다니엘 산체스(스페인),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 등 4명 뿐이었다.

김행직은 한국 최초이자 아시아 최초로 2개 대회 연속 월드컵 우승을 거뒀다. 아울러 김행직은 고 김경률, 최성원, 강동궁, 조재호, 허정한을 포함해 한국인 통산 7번째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김행직은 한국축구대표팀 에이스 손흥민(25·토트넘)에 빗대 '당구계 손흥민'이라 불린다.

월드컵은 1년에 전 세계를 돌며 평균 6차례 열리고, 100여명 이상의선수가 출전한다. 관중 1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김행직은 초반부터 거의 공타 없이 꾸준히 점수를 따내며 20-9로 앞서갔다. 김행직은 브레이크 타임 이후에도 연속 다득점하며 점수차를 벌렸다.

김행직은 16이닝에서 먼저 40점에 도달했다. 23-40으로 뒤진 초크루는 마지막 후구 공격에서 7점에 그쳤다. 김행직은 32강에서 응고딘나이(베트남), 16강에서 허정한, 8강에서 조재호를 꺾었다. 4강에서는 루피 세넷(터키)를 눌렀다.
김행직은 왼손잡이다. 복싱의 사우스포처럼 당구도 왼손잡이가 유리하다. [사진 대한당구연맹]
당구경기의 한 종목인 스리쿠션은 수구(手球)를 큐로 쳐서 제1적구(的球)와 제2적구를 맞히는 동안 당구대 모서리인 쿠션에 3회 이상 닿아야 하는 게임으로 40점을 먼저 내는 쪽이 이긴다.

당구는 20대까지 경험을 쌓은 뒤 30대 이후 꽃을 피우는 종목이다. 그런데 김행직은 일찌감치 만개했다. 아버지 김연구씨는 "내가 전북 익산에서 운영하던 당구장에서 행직이가 세살 때 처음으로 큐를 잡았다. 중2 때 전국성인대회에서 우승하며 '당구 신동'이라 불렸다"고 말했다.

당구부가 창설된 수원 매탄고로 진학한 김행직은 고1 때인 2007년 스페인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우승했다. 그는 또 2010년 이후 3년 연속 우승하며 사상 최초로 4회 우승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오른손잡이인 김행직은 왼손잡이 아버지를 따라 훈련을 하다보니 지금도 왼손으로 당구를 친다. 나근주 대한당구연맹 과장은 "복싱의 사우스포처럼 당구도 왼손잡이가 유리하다. 상대 선수가 오른손잡이 기준으로 수비를 하는데, 역으로 왼손잡이 선수에게는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김행직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세계랭킹 3위로 올라섰다. 역대 한국선수 중 두번째로 높은 순위다. [사진 대한당구연맹]
김행직은 2011년 독일 분데스리가 1부리그 1위팀 호스터 에크에 입단했다. 세계최강 브롬달이 속해 있는 명문팀이다. 김행직은 2013년 병역을 해결하기 위해 국내로 돌아왔다. 전역한 뒤 당구계로 복귀한 김행직은 아시아 선수권을 제패하며 역대 최연소 국내 랭킹 1위에 올랐다.

김행직은 지난해 11월 세계선수권 결승에 진출해 다니엘 산체스에 19이닝 끝에 37-40으로 아깝게 져서 준우승을 기록했다. 이번 우승으로 세계랭킹 점수 80점을 획득한 김행직은 세계랭킹 3위로 올라섰다.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최성원에 이어 역대 한국선수 중 2번째로 높은 순위다. 김행직은 "우승이 실감나지 않는다. 너무 훌륭한 선수들이 많아 차분히 한점씩 득점하는데 집중했다. 그러다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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