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계의 손흥민' 김행직, '차세대 당구황제' 우뚝
김행직(세계 5위)은 지난 1일 청주장애인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17 청주직지 스리쿠션 월드컵 결승에서 세계 9위 무랏 나시 초크루(터키)를 16이닝 만에 40-30으로 꺾었다.
김행직은 한국 최초이자 아시아 최초로 2개 대회 연속 월드컵 우승을 거뒀다. 아울러 김행직은 고 김경률, 최성원, 강동궁, 조재호, 허정한을 포함해 한국인 통산 7번째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김행직은 한국축구대표팀 에이스 손흥민(25·토트넘)에 빗대 '당구계 손흥민'이라 불린다.
월드컵은 1년에 전 세계를 돌며 평균 6차례 열리고, 100여명 이상의선수가 출전한다. 관중 1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김행직은 초반부터 거의 공타 없이 꾸준히 점수를 따내며 20-9로 앞서갔다. 김행직은 브레이크 타임 이후에도 연속 다득점하며 점수차를 벌렸다.
당구는 20대까지 경험을 쌓은 뒤 30대 이후 꽃을 피우는 종목이다. 그런데 김행직은 일찌감치 만개했다. 아버지 김연구씨는 "내가 전북 익산에서 운영하던 당구장에서 행직이가 세살 때 처음으로 큐를 잡았다. 중2 때 전국성인대회에서 우승하며 '당구 신동'이라 불렸다"고 말했다.
당구부가 창설된 수원 매탄고로 진학한 김행직은 고1 때인 2007년 스페인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우승했다. 그는 또 2010년 이후 3년 연속 우승하며 사상 최초로 4회 우승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오른손잡이인 김행직은 왼손잡이 아버지를 따라 훈련을 하다보니 지금도 왼손으로 당구를 친다. 나근주 대한당구연맹 과장은 "복싱의 사우스포처럼 당구도 왼손잡이가 유리하다. 상대 선수가 오른손잡이 기준으로 수비를 하는데, 역으로 왼손잡이 선수에게는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김행직은 지난해 11월 세계선수권 결승에 진출해 다니엘 산체스에 19이닝 끝에 37-40으로 아깝게 져서 준우승을 기록했다. 이번 우승으로 세계랭킹 점수 80점을 획득한 김행직은 세계랭킹 3위로 올라섰다.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최성원에 이어 역대 한국선수 중 2번째로 높은 순위다. 김행직은 "우승이 실감나지 않는다. 너무 훌륭한 선수들이 많아 차분히 한점씩 득점하는데 집중했다. 그러다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