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쿠션 세계1위 다니엘 산체스 "한국에선 '체兄'이라 불러요"

2017. 9. 2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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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대회 12번 우승했는데도 당구는 항상 어려워"
"아직 43세 최고의 경기 펼칠 기회 많다"
세계랭킹 1위 다니엘 산체스와 서울 길동 DS빌리어즈 클럽에서 만났다.

세계3쿠션 랭킹 1위. 그 이상 무슨 수식어가 더 필요할까. 다니엘 산체스(43)는 지금 이 시점에 가장 ‘핫’한 3쿠션 선수다. 지난 4월 이집트 룩소르 3쿠션 월드컵 결승에서는 10이닝 만에 40점(애버리지 4.0)을 치며, 대회 종합 애버리지 2.777을 기록했다. 단일 월드컵대회 애버리지 세계 신기록이다. “많은 한국 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산체스와 사전 서면 인터뷰 그리고 서울 길동 DS빌리어즈 클럽에서 추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월드컵 12번 우승했는데, 기복이 심하다고요?”

산체스의 최근 성적을 보면 그야말로 입이 딱 벌어진다. 2015년 9월 구리월드컵 우승, 2016년 세계선수권 우승, 2017년 3월 슈퍼컵 우승(2016년 세계선수권 우승자와 월드컵 종합1위가 겨루는 승부), 2016년 UMB(세계캐롬연맹) 선정 올해의 선수 선정. 이 기세는 계속 이어져 2017년 3월 이집트 록소르 월드컵 우승, 7월 세계랭킹 1위 등극.

이런 어마무시한 산체스지만 일부 팬들은 2012~2014년 기간의 성적 부진을 생각하며 기복이 심한 편이라고 말한다. “4번이나 세계선수권 우승을 차지했고 12개의 월드컵에서 우승을 했습니다. 또한, 20년이나 세계랭킹 톱10을 유지하고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나요?” 산체스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2012~2014년 시기의 부진에 대해서는 한국말로 “당구는 어려워요. 우승은 더 어렵고”라며 웃었다. 충분히 만족할만한 수준의 경기를 했지만, 상대방이 더 잘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당구용품 회사인 DS를 만든 것도 그즈음이었다. “그 시기에 회사를 차리고 해야 할 일이 많았습니다. 힘든 시기이기도 했죠. 스페인에 회사를 처음 꾸리고 터키, 한국 등 회사를 키우는 과정에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았습니다.”

▲“인생 경기는 98년 세계선수권 우승”

“1998년 월드챔피언십(세계당구선수권대회)에서 브롬달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경험은 정말 잊을 수 없습니다. 내 첫 번째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이었고 당시에 나이가 24살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수많은 대회에서 명승부를 펼쳐온 산체스는 첫 세계선수권 우승자가 됐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고 했다.

그는 1998년 세계선수권 우승 이후 월드컵 등 각종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20년 가까이 세계 최정상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진지한 자세로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산체스.

산체스는 “당구를 계속 사랑해왔고 지금도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지금까지 계속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그가 당구를 계속 사랑할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 덕분이란다. 애버리지 0.5실력인 아버지는 산체스가 당구선수가 되길 바랐고, 항상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산체스의 롤모델은 벨기에의 로랑 불랑제(1931~2008) 선수. 로랑 불랑제는 산체스를 가르친 스승으로 1962년 보크라인(Balk-Line) 종목 세계선수권 우승 경력자다. 산체스는 “그는 위대한 스승이자 훌륭한 선수였다”며 인터뷰 자리에서도 경의를 표했다.

▲아직 43살…“앞으로도 최고의 경기를 펼칠 기회 많아”

산체스는 올 3월 룩소르 월드컵에서 종합 애버리지 세계기록을 경신했다. 종전 기록은 토브욘 브롬달(스웨덴‧세계 6위)의 2.74. 산체스는 2015년 구리 월드컵에서 타이기록을 세운 바 있고, 룩소르 월드컵에선 72이닝 만에 200점을 치며 애버리지 2.777로 세계 신기록 보유자가 됐다.

“행운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습니다(impossible without luck). 정말 다시 기록하기 힘든 애버리지입니다.”

그의 이 같은 신기록 달성과 오랜 기간 최정상 실력 유지에 특별한 방법이 없을까.

“저는 오랜 시간 당구를 해왔고 많은 경기 경험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 43살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최고의 경기를 펼칠 기회가 많습니다.” 산체스는 계속해서 더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연습이나 훈련에 대해서는 “젊었을 때(18~25살)에는 많은 연습을 했지만, 최근에는 거의 매주 시합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따로 연습 시간을 내기가 어렵습니다.”라고 말했다.

즉, 최정상의 실력을 유지하는 데에는 연습과 노력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설명이다.

이어 스스로에게 기술 8점‧집중력 8점‧힘 8점‧열정 8점‧스포츠맨십 10점(10점 기준)을 매기면서도, 스스로 자신을 평가하는 것은 어렵다고 웃었다.

산체스의 샷에는 특이한 동작이 있다. 2~3회 예비 스트로크를 하다가 마지막 예비 동작에서 잠깐 멈춘 후 큐를 쭉 내민다. 적잖은 당구동호인들이 궁금해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저는 그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스트로크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샷을 더욱 깔끔하게 컨트롤 할 수 있습니다.”

그는 부연설명을 이어갔다. “어떤 스타일이 최고인지 알 수 없습니다. 그저 제 방식일 뿐입니다. 저는 제 방식과 쿠드롱, 브롬달, 야스퍼스의 스타일도 모두 좋아합니다. 사람마다 익숙한 자세가 있는 것이고 포지션에 따라 스트로크도 매번 다릅니다.”

산체스는 비교적 한국에 자주 오는 편이고, 스스럼없이 동호인들과 어울린다. 그는 한국 동호인들한테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한국 동호인들이) 자세에서부터 스트로크 등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습니다. 아마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은 한국 사람뿐일 겁니다.”

이런 질문에는 어떻게 답할까. 달리 할 말이 없어 그냥 웃을 뿐이라고 했다.

▲“한국 선수 중 조명우를 가장 좋아해”

산체스에게 당구란 무엇일까?

“테이블에 서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당구가 내 삶이고 당구를 너무 사랑해서 당구를 칠 때 가장 기분이 좋습니다.”

말수가 적은 편인 그는 이 대목에선 힘주어 말했다. 간결한 말이었지만 절대고수의 포스가 느껴졌다.

그는 당구에 중요한 것으로 멘탈과 자신감을 들었다. 멘탈 관리가 항상 어려워 몇 년 전에는 멘탈 코치도 둔 적이 있다고 했다. “연습할 때 쉬운 ‘제각 돌리기’를 백만 번 넘게 쳤는데 어쩌다 한번 실수하면 매우 고민하고 자책하고 속상해했습니다. 코치가 괜찮다면서 당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더군요.” 그 후부터는 가급적 실수해도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촬영 중 조명우가 산체스를 업고 있다. 산체스는 조명우를 가장 좋아하는 한국 선수라고 말했다.

한국 선수들과 두루 친한 산체스는 그중에서도 가장 친한 것은 조명우고 많이 좋아한다고 했다. 그는 “명우가 미래에 가장 훌륭한 선수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8월) 춘천 대한당구연맹회장배에서 명우가 우승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도 기뻤다.”고 말했다.

산체스는 조명우의 잠재력을 높이 사면서 머지않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우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에는 잘 치는 선수들이 많은데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는 최성원 한 명 밖에 없습니다. 그만큼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은 쉽지 않습니다. 명우는 그 어려운 일을 할 수 있을 겁니다.”

▲“한국의 젊은 선수들 체형이라 불러”

많은 한국 팬들은 산체스의 웃는 얼굴과 과감한 플레이를 좋아한다. “저도 한국을 매우 좋아합니다. 한국 사람들도 좋아하고 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산체스는 “한국에는 좋은 사람들, 좋은 음식, 좋은 도시가 있고 어디에나 당구가 있다”며 “한국은 당구의 나라(KOREA is billiard country)이고 당구선수인 저에겐 완벽한 나라(I’m billiard player so KOREA is a perfect country for me!)”라고 말했다.

산체스가 멋진 마세(massé)를 선보였다. 그러나 흰 공은 테이블 밖으로 떨어지고 있다.

그는 “한국 젊은 선수들이 ‘체형(산체스+형)’이라 부르는 데 참 좋다”며 미소지었다.

산체스의 나이는 43세로 다른 ‘4대천왕’보다 젊다. 브롬달 54세, 야스퍼스 52세, 쿠드롱 49세다. 산체스는 “앞으로 15년 이상 더 선수생활을 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지금처럼 당구를 계속 즐기고 더 나은 실력을 위해 노력하고 항상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MK빌리어드뉴스 이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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