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힐링여행] 지글지글 무더위 지나고 가을가을한 바람이 살랑
■ 가을여행 성지 5곳
방콕에서 700㎞가량 떨어져 있는 태국 북부 중심지 치앙마이. 도시의 번잡함은 찾아볼 수 없다. 쾌청하게 드높은 하늘만 계속 올려다보게 된다. 시곗바늘을 멈춰 두고 소박한 여유와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치앙마이다.
치앙마이엔 바다가 없다. 바다보다 짙푸른 '힐링' 원시림이 있으니 실망하지 마시라. 추천하는 코스는 코끼리 트레킹. 코끼리 등에 올라 이국적인 열대우림을 헤치다 보면 희귀한 정글 동물과 마주친다. 짜릿하다. 이보다 동적인 체험을 원한다면 대나무 뗏목에 올라 급류를 타보라. 놀이기구와는 비교되지 않는 흥분을 경험할 테니. 태국의 노점에서 파는 길거리 음식은 호텔의 고급 뷔페 저리 가라다. 치앙마이의 청담동이라 불리는 님만해민 로드의 아기자기하고 다채로운 볼거리 또한 여행의 백미 중 하나다.
'여정' 자체가 여행이고 힐링이 되는 곳. 바로 스위스다. 산악열차와 트레킹 그리고 온천. 스위스를 만끽하는 이 세 가지를 제대로 누리고 싶다면 스위스 남단의 온천마을 '로이커바트'에 가보자.
로마시대부터 온천도시로 유명했던 이곳. 로이커바트에서 알프스의 웅장한 설산을 바라보며 온천을 즐기다 보면 고대 알프스 여행자들이 왜 이곳에서 여독을 풀었는지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온천마을이지만 이곳의 신의 한 수는 놀랍게도 트레킹이다. 마크 트웨인, 레닌, 피카소 등 유명인사들도 이곳 '겜미 고개'를 걷다가 영감을 얻었다고 말한 바 있다. '베른'과 이어지는 겜미 고개 옆으로 다우벤제(Daubensee)라는 아름다운 산정호수가 펼쳐진다. 설산과 어우러진 그림 같은 호수의 자태를 눈에 담는 것. 절대 놓치면 안 된다.
사람도 소음도 많은 중국. 중국에서 '힐링'을 찾고 싶다면 난성 서북부에 위치한 여강이다. 손꼽히는 힐링 스폿은 일 년 내내 눈이 녹지 않는 거대한 옥룡설산. 5500m에 달하는 주봉은 아직 누구에게도 정복당한 적이 없다고 한다. 설산 아래 편하게 앉아 정복을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다. 파란 하늘 아래 웅장하게 놓여 있는 새하얀 산을 원 없이 감상해보라.
여강이 자랑하는 또 다른 힐링 포인트는 시내 한가운데 자리한 고성(古城)이다.
중국 4대 고성 중 하나로, 돌로 만든 다리와 시내 곳곳을 흐르는 맑은 물, 푸른 나무와 고풍스러운 집들이 한데 어우러져 왜 여강을 '동양의 베니스'라고 부르는지 증명한다. 여강에서 북서쪽으로 약 2시간 거리에 있는 호도협도 빼놓을 수 없다. 이곳은 페루 마추픽추, 뉴질랜드 밀퍼드와 함께 세계 3대 트레킹 코스로 꼽힌다.
'빨리빨리'. 우리를 지치게 만든 주범이다. 완전히 반대되는 곳에서 힐링과 마주해보는 건 어떨까. 느림의 미학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 바로 라오스의 루앙프라방이다.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이라 무언가를 더 보려고 발걸음을 재촉할 필요가 없다. 느릿느릿 걷다가 무언가에 마음이 이끌리는 순간, 발길이 머무는 매 순간이 진짜 루앙프라방을 만나는 순간이다.
새벽마다 행해지는 탁발 행렬을 볼 때면 시간이 멈춘 듯하다. 거리에 줄지어 앉아 승려를 기다리는 신도들의 모습, 자신이 받은 시주를 더 가난한 이들과 나누는 모습은 '빨리빨리' '더 많이'를 외치던 일상 속의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느리지만 지루하지 않다. 고풍스러운 불교사원, 코발트빛 꽝시폭포, 유럽풍 건물들은 두 눈을 즐겁게 한다.
남미 최남단, 즉 남위 40도 이하 지역인 '파타고니아'를 아시는가. 파타고니아에는 푸른 옥색을 띠는 빙하와 빙하가 녹아 만들어진 호수, 그리고 3개 봉우리로 이뤄진 설산이 줄지어 있다. 지구 최고의, 최후의 대자연이라 불리는 칠레 토레스 델 파이네다.
이곳은 세계에서 여행 사진이 가장 잘 나오는 곳으로 손꼽힐 만큼 자연의 색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가만히 바라보는 것 자체로 힐링이다.
그래도 필수 코스는 있다. 해발 3000m에 이르는 화강암 산 트레킹이다. 뿔 모양 설산과 빙하호수, 곳곳에 서식하는 다양한 야생동물,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를 겪다 보면 자연 앞에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닫게 된다. 빙하로 형성된 그레이 호수도 놓쳐선 안 된다. 빙하 덩어리 사이를 비집으며 보트를 타는 것. 지구 그 어느 곳에서도 누리지 못할 추억이다.
[김수민 여행+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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