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의 향기] 코쿤 드레스, 베이비돌 드레스..'우아미의 정석' 발렌시아가

민지혜 2017. 9. 17.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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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스토리 (9) 발렌시아가

[ 민지혜 기자 ]


여성의 옷을 깊이 있게 고민했던 디자이너는 잘록한 허리 라인과 풍성한 치마로 극대화된 우아함을 표현하고자 했다. 스페인 출신의 패션 디자이너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얘기다. 디자이너를 꿈꿨던 그는 1937년 프랑스 파리 조지 5번가에 자신의 이름을 딴 첫 번째 매장을 열었다. 그는 1968년 은퇴할 때까지 30여 년 동안 옷의 건축적 디자인, 구조적인 패턴 등 혁신적인 디자인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했다. 그가 표현해낸 여성복은 우아하고 고풍스러웠다. 특히 1950년대부터 1960년대까진 발렌시아가의 코쿤 드레스가 주름 잡던 시절이었다.

◆여성미 극대화한 발렌시아가

발렌시아가는 일찌감치 자신만의 디자인을 구축한 디자이너다. 가장 큰 특징은 허리 라인. 그는 어느 브랜드보다 여성미를 강조한 옷에 집중했다. 여성의 허리 라인을 엉덩이까지 이어지도록 내려서 제작하거나 가슴 밑까지 바짝 끌어올리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 마치 계란처럼 동그스름한 코쿤 드레스는 가느다란 허리를 더 강조한 디자인이었다. 이를 변형시킨 슈트, 튜닉 드레스, 사다리꼴의 베이비돌 드레스 등은 발렌시아가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린 대표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옷의 미학적 기능에도 공을 들였다. 스페인 출신인 그는 바로크시대의 유명 화가였던 디에고 발레스케즈, 고야 등이 즐겨 그렸던 그림 속 공주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기도 했다. 왕실과 귀족이 즐겨 입었던 풍성한 드레스를 실제 제품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1958년에 출시돼 큰 인기를 끌었던 베이비돌 드레스는 공주의 드레스를 재현한 제품이었다.

부드럽게 흐르는 실루엣을 중시했던 발렌시아가는 풍성한 볼륨감과 허리 라인을 강조하기 위해 소재는 묵직한 것을 주로 썼다. 너무 가벼운 소재는 라인을 제대로 보여줄 수 없이 하늘거리기 때문이다.

‘시대를 초월한 모던한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발렌시아가는 2005년 수석디자이너로 임명된 알렉산더 왕의 초창기 디자인으로 이어졌다. 알렉산더 왕은 1950년대 인기를 끌었던 마블 프린트, 풍성한 볼륨 스커트 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2014년에는 코르셋에서 영감을 받은 드레스, 풍성한 레이스, 나뭇잎 디자인 등을 내놔 호평받았다. 알렉산더 왕은 발렌시아가의 브랜드 정체성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하며 전성기를 이끌었다. 우아한 퍼(동물의 털)를 길게 늘어뜨리거나 등 라인을 드러낸 바스크 롱 드레스 등 과감한 의상을 내놨다. 길이가 짧고 품이 넉넉한 미니드레스, 블랙 벨벳 드레스, 아이보리색 새틴 실크 드레스 등을 유행시켰다.

◆핸드백으로 전성기 누려

발렌시아가의 두 번째 전성기는 핸드백을 유행시킨 니콜라스 게스키에르 디자이너 때였다. 프랑스 북부지역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적부터 수영 펜싱 승마 등을 경험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2007년 승마복 같은 디자인의 발렌시아가 의상을 내놔 큰 인기를 끌었다. 1997년부터 2013년 봄·여름 컬렉션까지 발렌시아가를 대표하는 옷과 가방 등 모든 제품은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니콜 키드먼, 케이트 모스 등 패션에 관심 있는 유명 연예인들이 발렌시아가 쇼를 보기 위해 몰려들었고 특히 모터백 같은 인기 제품을 든 사진이 전 세계에 공개되곤 했다. 패션업계에선 발렌시아가가 그의 손을 거치면서 좀 더 발랄하고 경쾌하게 바뀌었다는 평을 내놨다.

게스키에르는 모터백 디자인을 가방뿐 아니라 신발, 옷, 액세서리 등에 다양하게 활용했다. 발렌시아가 고유의 풍성한 옷을 짧게 잘라 붙인 면으로 경쾌하게 재해석했다. 다양한 색상을 무채색 위주로 바꿨고 둥근 어깨를 강조한 중성적 의상을 히트시켰다. 그는 2000년 보그 패션 어워드를 받았고 2001년에는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A)가 주관하는 어워드에서 올해의 국제 디자이너로 선정됐다. 2005년에는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100인의 영향력 있는 인물로 뽑히는 등 브랜드와 함께 인지도를 키워갔다.

◆뉴 콘셉트 매장 확대

현재 발렌시아가를 이끌고 있는 뎀나 바잘리아 디자이너는 또 한 번의 전성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그는 올가을·겨울 신제품으로 큼지막한 오버사이즈 코트와 슈트의 테일러링에서 착안한 다양한 디자인을 내놨다. 여성과 남성의 구분을 크게 두지 않고 중성적 느낌의 의류를 대거 선보였다. 올봄에 내놓은 제품도 전 세계에서 큰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영국 패션전문지 비즈니스오브패션(BoF)은 올해 2분기 글로벌 명품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순위를 발표했는데, 발렌시아가는 1분기 9위에서 2분기 3위로 껑충 뛰었다. 전 세계 1만2000개 브랜드의 400만 개 제품, 6500만 명의 소비자 정보를 분석한 결과다. 유명한 샤넬, 에르메스 등 고가 브랜드보다 더 많이 팔린 브랜드로 올라섰다.

발렌시아가는 바잘리아의 현대적 감각, 미래 지향적 디자인을 강조하고 있다. 새로운 콘셉트의 매장을 여는 게 대표적 예다. 올해 6월 초 발렌시아가는 뉴욕 매디슨 애비뉴에 새로운 콘셉트의 부티크 매장을 열었다. 바잘리아가 만든 이 매장은 1호 콘셉트 스토어인 파리 생토노레 매장과 똑같이 지었다. 총 1800㎡ 규모의 대형 매장으로, 실리콘 커튼을 달고 알루미늄 테이블을 놓는 등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을 채택했다. 포일 소재로 마감한 천장에는 공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컨베이어 레일이 설치돼 있는데 여기에 옷을 걸어 전시할 수 있게 했다.

이 매장을 본 전문가들은 색다른 발렌시아가를 선보이겠다는 바잘리아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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