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볼 여왕' 꿈꾸는 박은지

2017. 9. 15.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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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질문에 답을 하고 있는 박은지 선수.

짧게 숏커트한 머리에 옅은 화장기를 띤 얼굴, 그리고 초가을을 연상케하는 갈색 티셔츠.

그는 이런 차림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국내 여자 포켓볼 랭킹 3위인 박은지(동양기계‧29)다. 인터뷰를 위해 서울 신도림 당구학교아카데미를 찾아갔을 때 그는 반갑게 맞아주었다. 박은지 선수는 최근에 오랜만에 우승컵을 들었다. 8월에 열린 ‘2017 대한당구연맹회장배 전국당구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는데, 작년 5월 ‘2016 제4회 국토정중앙배대회’후 15개월 만의 우승이다.

▲“우승 여러번 했는데, 인터뷰는 처음이에요. 하하”

박은지 선수는 “지금까지 전국대회 우승을 여러번 했는데 인터뷰는 처음이에요”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인지, 2시간의 인터뷰 동안 어머니(구미순 씨)는 서너 차례 음료수를 들고 다녀갔다.

박은지는 12살에 당구를 시작했단다. “12살에 큐를 처음 잡았고, 15살에 스누커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스누커에서 포켓볼로 종목을 바꾼 것 17살 무렵.

지금은 국내 정상권 선수지만 그는 원래 당구선수가 될 생각이 없었단다. “처음에는 그냥 재미로 쳤지요. 그러다 17살이 되어서야 제대로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박은지 선수 아버지는 유명한 당구인인 박승칠 당구학교아카데미 원장이다. 박승칠원장은 3쿠션과 스누커 선수로 이름을 떨쳤고, 스누커 국가대표 코치도 역임했다. 박은지가 당구선수가 된 것은 당연히 아버지 영향을 많이 받았다.

“어려서부터 당구선수인 아버지 모습을 보고 자랐기 때문에 (저도)자연스럽게 당구를 시작하게 된거 같아요.”

박은지 선수가 포켓 테이블 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1년 세계대회 8강전서 얻은 교훈…‘방심은 절대 금물’

시계바늘을 6년 전으로 돌려 2011년. 박은지는 세계 월드9볼 챔피언쉽 8강전을 펼치고 있었다. 상대는 세계 랭킹 3위 류샤샤(중국). 초반에는 박은지가 제대로 실력을 발휘, 세트 스코어 7:3으로 앞서나갔다. 승리가 코앞이었다. 두 세트만 더 따면 세계대회 첫 입상이었다. 잘하면 우승까지도 노려볼만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세트스코어 7:3으로 이기고 있다가 내리 6세트를 내줘서 7:9로 졌어요. 점수 차이가 크게 나자 ‘이겼다’고 안심한 거죠. 결국 역전패당하고 두구두고 후회했어요.”

세계적인 선수인 류샤샤가 무섭게 뒷심을 발휘한 것도 있지만, 박은지의 방심이 컸다. 박은지는 이 경기 이후로 큰 교훈을 얻었다. “그 경기 뒤로는 경기가 끝나기 전까지 방심하지 않으려 애를 씁니다. ‘방심은 절대금물’ 이란 말을 항상 머릿속에 두고 경기에 임합니다.”

춘천대회는 박은지에겐 절박했다. 15개월 전 국토정중앙배 우승 이후 이렇다할 성적을 못내, 자칫 긴 슬럼프에 빠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국제대회 성적도 2011년 세계 월드 9볼챔피언십에서 8강에 든 게 최고에요. 나이도 29살인데, 선수로서 자존심도 상하고…. 그래서 더 열심히 춘천대회를 준비했죠.” 박은지는 결국 춘천대회를 우승하면서 반전의 기회로 삼았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8월 ‘2017 타이베이 유니버시아드’여성 9볼 경기에서 은메달을 딴 후배들이 대견스럽다고 했다.

“(장)윤혜와 (정)은수가 결승에서 세계 랭커인 웨이즈치엔과 구어쓰팅을 상대로 겁먹지 않고 정말 잘 싸웠다고 생각해요. 국제무대에 처음 출전해 좋은 성적도 거뒀고, 더 큰 선수가 되기를 응원해야죠.”

박은지는 후배들 이름을 일일이 들며 훌륭한 후배들과 경쟁할 수 있어 즐겁다고 했다. 진혜주, 김보건, 이우주, 권보미였다.

샷 하기 전 박은지 선수.

▲공을 기계처럼 포켓에 넣는다고 별명은 ‘포팅 머신’

오는 10월에는 구리에서 ‘세계 포켓9볼챔피언’이 열린다. 세계 톱랭커들이 참가하는 큰 대회다. 세계 랭킹 23위인 박은지의 시선도 거기에 꽂혀있다.

“당연히 입상을 목표로 열심히 해야죠. 세계 톱랭커에도 도전하고 싶고요. 부모님과 동료 선수들 그리고 친구들에게 ‘너 정말 열심히 했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그러면 당연히 성적도 좋지 않을까요. 하하.”

구리대회뿐 아니라 올해 남은 굵직한 대회가 많다. “10월 중국 동하이에서 열리는 CBSA 국제9볼 대회에 출전하고, 전국체전도 참가해요. 부족한게 많으니 열심히 준비해야죠.”

포켓볼의 여러 기술 중 그는 특히 포팅(공을 포켓에 넣는 기술)에 능하다. 그래서 별명이 ‘포팅머신’이다. 주변 사람들이 공을 기계처럼 포켓에 넣는다고 그런 별명을 붙였단다.

근데 포켓볼 선수라면 공을 을 잘 넣는 것은 당연한 게 아닐까.

박은지는 “선수마다 포팅(공을 넣는 기술), 디펜스(수비), 포지션(다음 공 만들기) 등 조금 더 잘하는 기술이 있어요. 가영 언니는 포지션에 강한 편이고, (임)윤미 언니는 디펜스가 강한 스타일이죠.”

박은지는 김가영 선수를 본받고 싶다고 했다. “(김)가영 언니는 포켓볼 후배들한테는 롤모델이잖아요. 세계적인 실력에 겸손하고 자신감 넘치고…. 그래서 본받고 싶고 존경해요. 저도 그런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MK빌리어드뉴스 황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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