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좋은데 몰랐네요"..가을과 함께 온 덕수궁 새 돌담길
#30일 오후 12시30분. 평소 두 개의 철문으로 굳게 막혀 있던 영국 대사관쪽 덕수궁 돌담길 구간은 시원하게 뚫려 있었다. 점심식사를 마친 시민들은 "원래 여기 이런 길이 있었구나"라고 두리번거리면서 삼삼오오 걸어 들어왔다. 돌담 끝자락에 있던 양팔 너비 회극문(會極門) 자리에는 덕수궁 내부로 통하는 붉은색 출입문이 새로 생겼다. 직장인 이지수씨(28)는 "이렇게 좋은 길이 있었는데 왜 여태 못 걸었는지 모르겠다"며 동료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1959년부터 주한 영국대사관이 점유해 막혀 있었던 덕수궁 돌담길 100m 구간이 60년 만에 시민들 품으로 돌아왔다. 2014년 10월 서울시가 영국외교부에 돌담길 개방을 제안한 지 약 3년 만이다. 돌담길 1100m 구간 중 영국대사관 옆 70m 구간은 아직 끊겨있다. 이를 개방하기 위해 서울시는 영국외교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할 계획이다.
이날 오후 12시 덕수궁 대한문(大漢門)부터 걸어 돌담길을 쭉 따라가봤다. 가을 정취가 밴 돌담길을 따라 오른쪽으로 두 번 돈 뒤 오르막길을 지나자 곡선으로 이어지는 못보던 내리막길이 나왔다. 붉은색 담장의 영국대사관과 고즈넉한 덕수궁 사이에는 새로운 돌담길이 나 있었다.
황토색 안내판에는 "이 길은 1900년대 고종이 길례나 홍례의식이 있을 때 이동하던 길"이라는 설명이 적혀 있다. 순종 때까지 이용됐다가 영국대사관이 점유하면서 단절된 역사 공간이 됐다.
새 길은 처음 산책하려는 시민들로 금세 북적였다. 마침 '문화가 있는 날(매달 마지막주 수요일)'이라 덕수궁이 무료 개방돼 시민들이 더 몰렸다. 덕수궁 내부에서 새 출입문으로 나오던 시민들은 "이 길이 이어지는 것이 맞느냐"며 몇 번이나 되묻기도 했다.
출입문 옆에는 40cm 길이의 검은 털모자를 쓴 영국 근위병 2명이 앉아 있었다. 돌담길 개방일을 기념하기 위해 이날 하루만 온 것. 덕수궁 수문장 3명도 한쪽에 서 있었다. 수문장 1명이 "사진을 찍어도 된다"고 하자 시민들은 수문장과 근위병들과 옆에서 저마다 포즈를 취했다.
시민들은 새 돌담길에 대해 호의적 반응을 보이면서도 전체가 개방되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김재길씨(78)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배재학당 2회 졸업생이었는데 이렇게 와보니까 감개무량하다"며 "나머지 구간도 다 개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정현씨(31)는 "산책을 좋아해 돌담길을 매주 쭉 따라 걷고는 했었는데 가다가 길이 끊겨 있어서 속상했었다"며 "길이 뚫리니 좋은데 아직도 막혀 있는 구간이 있어 아쉽다. 다 개방돼 밖으로 쭉 산책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끊긴 구간은 검은색 문으로 막혀 있었다. 문 뒤편으로 붉은색 벽돌의 영국대사관이 보였다. 일부 시민들은 "이쪽으로는 갈 수 없는 것이냐"며 되묻기도 했다.
돌담길에서 만난 서울시 고위관계자는 "반쪽짜리 돌담길이라 아쉽다"며 "나머지 70m 구간은 영국대사관 밑에 필로티(하부 공간)를 통해 연결하거나 돌담 안쪽으로 연결하는 방법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돌담 안쪽으로 연결하는 것은 문화재청과 협의하면 되지만, 영국대사관 밑 필로티 연결은 영국외교부와 협의해야 하는 부분이다.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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