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근의 푸드테라피] 미네랄 든 물이 좋다

글 조홍근(내과 전문의) 2017. 8. 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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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과학이 발달하기 이미 오래전부터 이 세상과 생명의 기본 원소로 여겨졌다. 기원전 6세기에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는 ‘물은, 대지와 공기와 하늘과 산, 신과 인간, 짐승과 새, 풀과 나무, 개미와 파리와 같은 벌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구성하고 있다. 물에 대해 명상하라’고 하면서 물을 사물의 기본적인 속성으로 보았다. 2세기 후 아리스토텔레스는 물을 흙, 공기, 불과 더불어 이 세상을 이루는 4원소 중 하나로 열거했다. 물을 신성하게 보는 것은 서양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문명권에서 동일한 현상이었는데 여러 문명권의 신화를 보면 물이 생명의 시작이자 우주의 시작이라는 시각을 볼 수 있다.

물의 특이성

물은 화학명으로 H2O라고 하는데 알면 알수록 굉장히 특별하다. 겨울에 강에 가면 얼음이 표면부터 어는 것을 볼 수 있다. 얼음은 액체인 물이 고체가 된 형태이다. 보통 액체가 고체가 되면 밀도가 증가한다. 같은 양의 액체가 고체가 되면 밀도가 증가하면서 부피는 줄어든다. 그래서 그 고체는 액체 위에 뜨는 것이 아니라 가라앉아야 한다. 물이 이렇게 보편적인 법칙을 따른다면 강은 바닥에서부터 얼어야 한다. 그러나 누구나 알다시피 얼음은 표면에서부터 얼게 된다.

물은 분자량에 비해 끓는점이 아주 높은 편이다. 이 정도 분자량의 다른 화학물은 기화되는 온도가 영하인데 물만 유독 100℃에서 끓는다. 물은 물방울을 잘 만든다. 이런 물방울을 만드는 현상은 방울의 표면을 둥그렇게 응집시키는 힘(표면장력)에 의지하는데, 물은 알코올 같은 다른 액체나 기름에 비해 표면장력이 훨씬 세다.

물이 이렇게 특이한 이유는 수소와 산소의 결합 형태에 의한 것인데 물분자 간에 특이한 수소 결합으로 굉장히 강하게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의 이런 특이한 점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지구와 생명의 형태는 지금과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물은 건강의 기본

물은 전기적으로 +와 - 극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무극성인 지방을 제외한 대부분의 물질을 녹일 수 있는데, 이것을 물의 극성이라고 한다. 물은 신체 내에서 여러 종류의 영양분이 대사되고 이동되고 폐기 되는 용매 역할을 한다.

정상 성인 체중의 약 60%는 물 무게이다. 체중이 70kg일 경우, 약 42L의 물이 함유되어 있는 것이다. 흔히 근육을 더 만들려면 단백질을 많이 먹어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근육 역시 물 비율이 반이 넘기 때문에 물도 많이 마셔야 한다.

물을 충분히 마시지 못하거나 설사, 땀, 열, 폭염 등에 의해 손실이 되면 무력감, 피곤함, 두통 및 집중력장애가 온다. 전체 수분 중 2~3%만 모자라도 이런 일이 생기기 때문에 신체는 갈증을 일으키게 해서 탈수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한다. 그러나 노인이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탈수가 되어도 갈증을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덥고 힘든 여름에 탈수로 인한 무력감이나 피곤함을 더 잘 느낀다. 갈증을 느끼기 전에 미리 물을 마시는 것이 탈수를 예방하고 건강을 지키는 좋은 방법이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음식에 포함된 물을 제외한순수 음용수로 하루에 1.5~1.8L를 권한다.

물도 다 다르다

모든 불순물을 제외하고 순수한 H2O만 있는 물을 ‘증류수’라고 한다. 증류수는 음료수 용도로 쓰이지 않는다. 우리가 마시는 물에는 신체대사에 필수적인 미네랄과 미량 원소가 들어있다. 마그네슘, 칼슘, 나트륨, 칼륨, 중탄산염, 황산염 등이 포함되어 있고 지역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미량 원소가 포함되어 있다. 이런 성분의 함량을 총용존고형물(TDS : Total Dissolved Solid)로 평가한다. 온천에 가보면 TDS(mg/L)라고 써놓은 안내판을 볼 수 있다. 물 1L에 포함된 미네랄 양(mg)을 의미한다. TDS가 증류수는 0이고 바닷물은 34000mg/L라고 한다. 음용수는 50~800mg/L 정도인데, 미국의 경우 TDS가 250mg/L은 넘어야 생수로 허가해 준다고 한다.

물은 물에 들어 있는 칼슘과 마그네슘의 양에 따라 경도를 나타내는데, 경도가 낮으면 연수이고, 경도가 높으면 경수이다. 빗물과 지표에 고이는 물은 당연히 연수이고, 지하수 등은 경수일 가능성이 있다. 경수를 끓이면 침전물이 생기는데, 보일러 배관 등을 막기 때문에 나트륨을 첨가해 연수로 만들어 이용한다. 이것을 ‘연수화’라고 하는데 연수화된 물은 조금 짜게 느껴진다.

우리나라에서 생수(먹는 샘물)는 지하수나 지표수를 정화해 병에 넣은 물이라고 한다. 수돗물은 정수된 물을 수도관을 통해 배급된 물을 의미한다. 취수지에서 정수하고 병에 넣어 파는 물도 있는데, 서울 상수도공사의 ‘아리수’와 한국수자원공사의 ‘K-water’가 그 예이다.

미네랄이 적당히 들어간 물

건강을 위해 마시는 물은 미네랄이 적당히 들어간 것이 좋다. 예를 들어 흔히 탈수가 오면 근육에 쥐가 나고 눈이 씰룩대고 팔다리가 저리는 듯한 증상이 있는데, 물 부족과 함께 물에 포함되어 있는 마그네슘이 결핍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물을 마신다는 것은, 물에 포함된 중요한 미네랄을 마시는 것이므로 물 마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의외로 만성피로는 만성적인 탈수와 미네랄 부족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미네랄이 생수에만 있다는 오해가 있지만 수돗물에도 미네랄이 들어 있다. 수돗물의 TDS는 대략 40~100mg/L이라고 하는데, 이 정도라면 생수와 비교해 미네랄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수돗물을 소독하면서 생기는 염소는 끓이거나 하루동안 보관하면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다. 낡은 수도관을 타면서 올 수 있는 오염은 다른 문제이다.

우리나라에서 판매하는 대표적 생수의 분류는 다음과 같다. ‘삼다수’는 경도가 19로 연수에 가까우며 미네랄 함량이 낮다. ‘평창수’는 경도가 62 정도로 중경수이고 미네랄 함량이 낮다. ‘K워터’는 약경수이고 미네랄 함량은 낮다. ‘아이시스’도 약경수이고 미네랄 함량은 낮다. ‘에비앙’은 경도가 300이 넘는데 강경수에 해당하고, ‘볼빅’은 68 정도로 중경수이다. 서울의 수돗물은 경도가 40 내외로 약경수이고 미네랄 함량은 보통이다.

물맛과 차와 커피

이탈리아나 오스트리아에서 마신 커피 맛은 우리나라와 다르다. 차도 본토에서 마신 것과 맛이 다르다는 사람도 있다. 대부분은 물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 나라에는 그 나라 특유의 물 성분이 있다. 미네랄이 적게 포함된 물은 깔끔하고 가볍고 부드럽게 느껴진다. 미네랄이 많은 물은 강하고 묵직한 맛이 느껴지는데, 미네랄이 많을수록 특색있는 맛이 나는 것은 사실이다.

물 전문가에 따르면 커피의 향과 맛을 위해서는 TDS100mg/L 이하의 연수나 중경수를 쓰는 것이 좋다고 한다. 경수를 쓰면 맛도 그렇지만 커피를 내릴 때 사용하는 기구의 관(브루어 관)을 막을 수 있다. 녹차의 경우 연수가 적당하고, 보이차나 홍차처럼 향을 즐긴다면 중경수가 좋다고 한다.

/조홍근

당뇨와 혈관질환의 전문가로 예방과 치료에 전념하고 있는 내과 전문의. 주요 매체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게재하며, 의사는 물론 일반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정기적으로 질환의 메커니즘을 쉽게 풀어 쓰는 글을 쓰고 있다. 《죽상동맥경화증과 지질대사》, 《대사증후군》, 《내몸 건강 설명서》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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