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 악재' 은마아파트, 재건축 사업 장기화할 듯

김민기 입력 2017. 8. 17.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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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민기 기자 = 1979년 완공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재건축 사업이 사실상 장기화 국면에 들어가면서 준공 40년이 지나도 새 아파트로 탈바꿈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모습. 은마아파트는 오는 9일 재건축 설계 업체 선정을 위한 주민총회 개최를 앞두고 있다. 2016.09.06. chocrystal@newsis.com

한동안 은마아파트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서울시의 35층 층수 제한, 투기지역 지정으로 인한 조합 설립 이후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 등 트리플 악재로 인해 사업 진행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시는 지난 16일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를 열고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 정비안을 심의한 끝에 이례적으로 '미심의' 결정을 내렸다고 17일 밝혔다.

시는 "기준에 부합하지 않고 기본계획 변경 시 조건사항이 이행되지 않는 등 심의요건 자체가 불충분하다"는 의견이 다수 모아졌다고 전했다.

서울시가 미심의 결정을 내린 것은 조합에서 재출한 정비계획안에서 제시한 높이 계획인 최고 49층이 서울시 높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에서는 제3종 일반주거지역 내 최고 높이를 35층으로 제한하고 있다.

은마아파트가 서울시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49층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재건축 사상 최고액인 157억원을 들여 설계를 했기 때문이다.

설계안에 따르면 기존 4424세대를 전용 39㎡ 43세대, 46㎡ 62세대, 59㎡ 1318세대, 84㎡ 1712세대, 91㎡ 1128세대, 99㎡ 667세대, 109㎡ 1010세대 등 총 5940세대로 재건축한다.

단지 중앙에는 6마리 용이 승천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50층 규모의 주동 계획을 내세웠으며 남북을 관통하는 50m 광폭의 통경축도 확보했다. 1㎞의 가로대면형 상가와 1만2000평 규모의 고급 부대시설을 연계해 입주민들에게 원스톱 라이프를 누릴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현재 '2030 서울 도시기본계획'에 따르면 서울시 스카이라인 관리원칙에 따라 아파트 최고 층수는 35층을 넘을 수 없다는 점이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입구에 주민총회를 알리는 펼침막이 붙어 있다. 이 아파트는 오는 9일 재건축 설계 업체 선정 주민총회를 연다. 2016.09.06. chocrystal@newsis.com

반면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는 서울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만한 특화된 디자인의 건축물은 층수를 상향조정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이 있다며 지속적으로 50층 규모의 정비계획안을 서울시에 제출 중이다.

실제 은마아파트는 비싼 설계비를 지불하면서까지 국제현상설계를 진행했다. 설계용역 응모자격으로 최근 10년간 국내 또는 외국정부가 발주한 국제공모전에서 입상한 실적을 보유해야 하고, 반드시 해외 설계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도록 제한했다. 이에 희림이 네덜란드 유엔스튜디오(UN Studio)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설계공모에 참여했다.

그러나 이날 서울시가 도계위에서 미심의 결정을 내리면서 더 이상 49층 정비계획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 측에서도 35층으로 재건축을 진행할 시 사업성이 줄어든다는 판단 하에 고집을 꺾지 않고 있어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여기에 당장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유예가 올해 말로 끝남에 따라 은마아파트의 경우 환수제를 피하기가 어려워 사업에 지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환수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올 연말까지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해야하지만 49층 규모의 초고층 재건축 계획을 강행하고 있어 인가 신청이 불가능하다. 이에 재건축이 끝나면 조합원들은 수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내야할 처지다.

정부가 발표한 8·2 대책으로 인해 투기 지역으로 묶인 것도 악재다. 아직 은마아파트는 조합이 설립되지 않은 재건축 추진위원회 단계지만 사업이 진행 돼 조합이 설립되면 재건축 조합원 지위양도가 금지된다.

현재 위원회는 올해 연말 또는 내년 초까지 조합을 설립할 계획이지만 더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조합이 설립돼 거래가 막히게 되면 매매가 역시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실제 강남 재건축 단지들이 이번 규제로 매매가가 급격히 하락했다. 잠실 주공5단지는 한 달 만에 1억7000만원까지 실거래가격이 떨어졌다.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는 3억원이나 가격이 떨어진 급매물이 나오기도 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재건축을 앞둔 은마아파트의 매매가 안내판이 붙어 있다. 은마아파트는 오는 9일 재건축 설계 업체 선정을 위한 주민총회 개최를 앞두고 있다. 2016.09.06. chocrystal@newsis.com

은마의 경우 현재까지는 거래가 가능한 상태지만 이미 8.2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약 2주만에 31평형의 경우 1억6000만원이 떨어진 12억2000만원의 급매물이 등장하기도 했다. 거래가 금지되면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중개업계에서는 은마아파트가 당장 재건축을 하기보다는 규제가 완화되고 사업성이 보장될 때까지 시간을 두고 기다린 후 천천히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은마아파트는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재건축을 추진해 2003년 말 재건축 추진위를 구성해 15년 간 재건축 사업을 이끌어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다시 사업 속도를 높였지만 올해 역시 사업이 진행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상적인 속도로 재건축을 진행하더라도 준공까지 5년 이상 걸릴 전망이라 사실상 2020년은 돼야 사업이 마무리 된다. 이에 빠르게 사업을 진행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서울시 도계위는 "은마아파트는 동남권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여서 다른 재건축 사업에 미치는 파급력이 매우 크다"며 "조합에서는 기존 정비계획안인 최고 49층을 계속 고수해오고 있지만 심의 전 단계에서 조정은 더 이상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실질적인 안 건처리를 위해 이번 도계위에 상정했다"고 전했다.

km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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