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수직계열화' 꿈꾸는 애플..2년 뒤 애플發 부품쇼크 올 수도

박성우 기자 2017. 8.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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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아이패드로 세계 모바일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애플이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부품사업을 수직계열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부품을 아웃소싱(외주)으로 조달하던 애플이 삼성전자처럼 자체 설계하고 제조하려는 것이다.

애플 아이폰6s 플러스 모델의 분해 이미지

전문가들은 올해 출시예정인 아이폰8이나 2018년 제품의 경우 이미 양산을 시작하거나 개발을 진행중인 만큼 부품공급 업체가 바뀌기 어렵지만, 2019년 이후에는 애플의 부품 수직계열화로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에 애플발(發) ‘쇼크’가 올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관심 갖는 애플

16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특허상표청(USPTO)은 애플이 작년 2월에 가접수하고 6개월 뒤인 8월 정식으로 접수한 ‘고효율 디스플레이를 위한 퀀텀닷(Quantum dot⋅양자점) LE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결합'이라는 제목의 특허 출원 사실을 이달 초 공개했다.

애플이 특허를 출원한 QD_LED 기술 개념도 /애플 인사이더 캡처

애플이 출원한 특허는 디스플레이의 픽셀 하나에 포함된 레드, 그린, 블루 등 서브픽셀 중 블루 서브픽셀은 QD-LED로 하고 나머지 서브픽셀은 OLED를 쓰는 기술이다. 기존 레드(R), 그린(G)에 비해 블루(B)의 인광 재료가 수명이 짧고 색순도가 낮다는 OLED 단점을 보완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애플의 이번 특허 출원에 대해 삼성과 LG처럼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 독자 연구를 진행 중인 증거로 보고 있다.

QD-LED는 지름이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수만분의 1에 불과한 수∼수십 나노미터(㎚)의 반도체 나노 결정인 퀀텀닷을 이용한 디스플레이 소자다. 퀀텀닷의 크기에 따라 빛의 파장과 색깔이 달라지며, 색재현율은 거의 100%에 가깝다.

애플이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진 마이크로 LED의 개념도 /LED인사이드 캡처

다만 소자가 자체 발광하는 OLED와 달리, 퀀텀닷은 필름을 써서 액정표시장치(LCD)의 발색을 돕는 것으로 자체 발광은 아니다. 자체 발광과 발색을 함께 하는 QD-LED는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이다. 애플은 올해 가을 공개할 예정인 아이폰8에 처음으로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OLED는 LCD보다 더 선명한 색감을 표시할 수 있고 접거나 구부리는 등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제작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여기에 퀀텀닷이 더해질 경우 선명도와 밝기, 반응 속도, 색표현력 등 여러 부분에서 성능이 좋아지면서 QD-LED는 OLED 이후의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이 디스플레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애플은 지난 2014년에도 ‘퀀텀닷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백라이트 조광제어 기술’을 특허 출원했다. 애플은 또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마이크로LED는 올레드와 같이 휘어지는 특성을 갖추면서도 화질과 전력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도 관련기술을 연구중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애플이 개발한 A11 칩의 모습 /Wccf테크 캡처

일본 니케이 아시안 리뷰에 따르면 애플이 대만의 공장에서 마이크로LED 패널 시범양산을 시작했고, 이르면 올해 말 출시되는 스마트워치 ‘애플워치3’에 최초로 자체생산한 패널을 탑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런 변화에 대해 애플 전문매체인 애플인사이더는 “애플의 기술특허는 아직 이론에 가깝고 실제 개발과 양산 및 상용화가 언제 가능할지는 알 수 없다”며 “미래를 대비하는 차원의 기술로 봐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 ‘반도체까지 직접’ 애플의 부품 수직계열화...韓업계 “기술확보⋅거래처 다변화 준비해야"

애플에 GPU을 공급하던 이미지네이션. 하지만 이 회사는 최근 애플로부터 2018년을 마지막으로 계약을 끊겠다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애플의 부품사업 진출에 대해 미래 신사업 기술개발을 위한 조치라고 분석한다. 미래 전장부품,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헬스케어 등 신사업 진출시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꼭 필요한 기반 기술이기 때문이다. 아이폰,아이패드,맥 등 애플의 하드웨어 생태계를 이용해 신사업에 진출할 경우 막강한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신사업 진출 시 매번 부품 수급 고민을 하다보면 사업의 주도권은 물론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셈이다.

애플이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지속적으로 보유할 경우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기존 부품업체들의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중소형 OLED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시장점유율은 99%에 가깝다. 이러한 부품 공급사의 압도적인 시장지배력과 기술 경쟁력은 애플이 물량을 확보하고, 가격을 협상하는 데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애플은 디스플레이 분야 뿐만 아니라 반도체 기술 내재화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2018년에 출시될 아이폰용 그래픽처리장치(GPU) 독자 개발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아이폰, 아이패드에는 영국 그래픽 기술 회사 '이미지네이션(Imagination) 테크놀러지’가 GPU를 공급해왔다.

미국 뉴욕에 위치한 애플스토어의 모습

하지만 애플은 최근 “더 나은 제품 관리를 위해 독립적인 그래픽 디자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15개월~24개월 이내에 출시될 제품부터는 더 이상 이미지네이션 그래픽 기술을 라이센싱하지 않을 것"이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애플이 독자적으로 설계한 CPU와 GPU가 결합된 A 시리즈 칩셋이 2018년에 출시될 아이폰에 탑재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애플의 시선은 전력 관리칩 분야로도 향한다. 자체 디자인을 통해 아이폰 배터리의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동안 애플은 독일 다이얼로그 세미컨덕터로부터 아이폰용 전력 관리 칩을 구입해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다이얼로그는 2017년과 2018년용 아이폰용 전력 관리칩을 이미 디자인했다. 2019년부터는 애플이 자체 개발한 전력 관리칩이 아이폰에 탑재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부품기업들도 애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플의 부품 공급 수직계열화 움직임은 기존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의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애플로부터 2년후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통보를 받은 이미지네이션이 최근 매물로 나왔다. 이 회사는 매출의 절반 이상을 애플에 의존해왔다. 통부를 받은 직후 이미지네이션의 시가총액은 70% 가량 빠졌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애플의 기술 내재화, 부품 공급 수직계열화 움직임은 오래전부터 진행돼왔고 점차 구체화 되는 상황”이라며 “먼 미래 얘기 혹은 기존 부품공급사들의 경쟁심리를 부추이고 압박하기 위한 전략일 순 있겠지만, 국내 부품업계가 기술경쟁력을 키우고 거래처를 다양화하는 준비를 해두는 것이 좋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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