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먹어봤자 얼마나 먹는다고 그러냥? 천만의 말씀..

심진용 기자 2017. 8. 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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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귀여운 고양이. Pixabay

‘세계 고양이의 날(International Cat Day)’를 맞은 8일, “당신의 고양이가 지구를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이날 “당신의 고양이는 사랑스럽다. 하지만 우리 인간처럼 당신의 고양이 역시 환경파괴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적었다. 고양이가 어떻게 환경을 파괴한다는 걸까.

■고양이가 먹어봤자 얼마나 먹는다고?
답은 육식에 있다. 육류 소비를 뒷받침하는 대규모 축산업은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온실가스를 대량 방출한다. 2009년 조사에서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51%가 축산업에서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나 개 역시 인간 못지 않게 많은 양의 고기를 소비하며, 이때문에 환경파괴가 더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미국 UCLA의 그레고리 오킨 교수는 지난 2일 “미국에서 고양이와 개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연간 6400만t이 넘는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1억6300만마리에 달하는 고양이와 개가 엄청난 규모의 고기를 소비하기 때문이다. 오킨 교수는 “이들의 육류 소비량을 모두 합치면 러시아와 브라질, 미국, 중국에 이은 세계 5위 수준”이라면서 “미국에서 육류 소비로 인한 환경파괴의 25~30%는 고양이와 개에서 나온다”고 했다. 그는 고양이나 개가 내놓는 배설물도 한해 510만t에 달한다며 역시 심각한 환경문제라고 지적했다. 오킨 교수는 반려동물이 인간에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인정한다면서도 “육식으로 인한 환경파괴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고양이나 개 대신 햄스터나 새를 키우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도이체벨레도 “고양이와 개의 탄소발자국을 줄여야 한다”면서 “고양이에게 채식을 시킬 수는 없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유기농 사료를 먹일 수는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재활용 가능한 포장재를 쓴 사료를 선택하고, 배설물은 퇴비로 활용할 것을 권했다. 무엇보다 고양이나 개의 육류 소비 자체를 줄이는게 우선이라고 했다. 미국의 경우 고양이 59%, 개 54%가 과체중 혹은 비만이다. 환경보호 뿐 아니라 반려동물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국 등 신흥국에서 반려동물 문화가 급속하게 퍼지고 있는 만큼 고양이나 개의 탄소발자국 문제를 더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2년 기준 중국 베이징에만 100만마리 이상의 반려견이 등록됐다. 10년 전에 비해 10배 이상 늘었다. 유로모니터의 2014년 조사에 따르면 중국 전체 가구 중 7%에 달하는 3000만 가구가 반려견을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반려동물 문화가 머지 않아 전체 가구 30.4%가 고양이를 기르고 36.5%가 개를 키우는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새들은 고양이가 무섭다
고양이는 소문난 사냥꾼이다.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도 사냥본능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냥솜씨 때문에 도시의 생명다양성이 흔들린다는 보고가 있다. 독일사냥협회는 고양이가 작은 포유류와 파충류 외에 연간 1400만마리에 달하는 새를 잡아 죽인다고 추산한다. 200만마리에 달하는 길고양이들은 물론이고 집에서 잠깐 외출하는 반려묘들도 작은 새들에는 큰 위협이 된다.
사냥감을 노리는 고양이의 날카로운 눈빛. MaxPixel

도이체벨레는 독일자연및생물다양성보전연맹(NABU) 관계자를 인용해 “고양이가 새들의 개체수에 확실히 영향을 미친다”면서 “무엇보다 아직 날지 못하는 도시의 어린 새들이 가장 위험하다”고 전했다.

미국도 고양이의 사냥솜씨가 문제가 되기는 마찬가지다. 미국 스미소니언보전생물학연구소의 스캇 로스 박사가 내놓은 2013년 연구결과에 따르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고양이들이 매년 13억~40억마리 새와 63억~223억마리의 포유류를 죽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섬 지역에서 문제가 심각해 고양이 때문에 멸종하는 야생동물도 나올 정도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통계에 따르면 섬 지역에서 고양이 때문에 33종에 이르는 새와 포유류가 멸종됐을 것으로 추산된다.

도이체벨레는 “당신의 작은 동반자가 얼마나 파괴적일 수 있는지 안다면 이를 막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산책과 외출은 고양이의 건강에 대단히 긍정적이지만 보다 조심스럽게 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른 아침이나 저녁 시간에는 되도록 고양이 산책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고양이의 주 사냥대상이 되는 작은 새나 포유동물이 이 시간에 주로 활동하기 때문이다.

세계 고양이의 날은 2002년 캐나다 동물보호단체인 국제동물복지기금(IFAW)가 처음 지정해 올해로 16년째를 맞았다. 여러나라가 각자 기념하는 고양이의 날도 따로 있다. 러시아가 3월1일, 미국은 10월29일이며 유럽은 2월17일을 고양이의 날로 기념한다. 일본은 2월22일이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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