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TALK] '우주생성의 비밀' 중력파 관측소 하나 더..8월부터 '비르고' 본격 가동

김민수 기자 2017. 8. 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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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파 관측의 눈 2개에서 3개로 3중 관측으로 중력파 발생한 우주의 위치 확인

중성자별 상상도. 별이 진화한뒤 마지막에 남는 것으로 크기는 작지만 밀도는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성자별 2개가 충돌하면 중력파가 퍼져나간다./조선DB

우주 생성의 비밀을 쥐고 있는 ‘중력파’에 대한 인류의 관측 능력이 업그레이드됐다. 중력파 관측의 ‘눈’ 역할을 하는 관측소가 2개에서 3개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3차례 관측된 중력파는 미국 워싱턴주 핸포드와 루이지애나주 리빙스턴에 설치된 2개의 ‘고급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라이고, LIGO)’를 통해 이뤄졌다. 라이고에 이어 지난 8월 1일부터(현지 시간)부터 유럽 이탈리아에 또다른 중력파관측소인 ‘비르고(VIRGO)가 본격 가동, 중력파에 대한 3중 관측이 가능해졌다.

한국 과학자를 비롯해 전세계 1000여명 과학자들이 참여한 라이고협력단의 대변인 데이비드 슈메이커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는 “라이고와는 거리가 제법 떨어진 곳에 있는 비르고가 중력파 관측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며 “라이고와 비르고의 긴밀한 협력으로 더욱 풍부한 과학적 발견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력파는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 이론을 발표한 1916년 예측됐다.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면 물결이 파장처럼 퍼지는 것처럼 블랙홀 병합이나 중성자별 충돌 등 큰 중력을 동반하는 이벤트가 우주에서 생길 때 물결 형태로 파동이 퍼져나가면서 일시적으로 시공간을 왜곡시키는 현상이다. 중력파를 관측하고 분석하면 우주 생성 초기의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다.

◆ 프랑스·이태리 연구진 주축 ‘비르고’...마침내 가동

라이고는 한 팔의 길이가 4km에 이르는 터널 2개가 기역자 모양으로 붙어 있다. 양쪽 끝에 무게가 40kg에 달하는 거울이 달려있고 이 사이를 레이저가 반사를 통해 반복적으로 왔다갔다 한다. 만일 우주에서 온 중력파가 지구로 도달해 라이고를 지나가면 공간이 왜곡되면서 거울 사이를 오가는 레이저에 변화가 생긴다. 라이고는 이를 간섭계라고 불리는 광학기술을 이용해 검출한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리빙스턴 소재 ‘라이고’ 검출기./조선DB

이탈리아의 비르고(VIRGO)는 지난 2011년부터 중력파를 검출할 수 있는 감도를 업그레이드, 지난달 시험 가동을 거친 뒤 8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 것이다.수년 동안 업그레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중력파 검출 민감도와 관측 성능을 향상시켜 왔던 것이다.

비르고 협력단은 프랑스 국립과학원(CNRS)의 6개 연구그룹과 이태리의 8개 연구그룹 주축으로 약 280여명의 유럽 지역 물리학자와 엔지니어로 구성됐다.

앞서 가동된 2개의 라이고는 두 번째 데이터 수집 기간을 의미하는 ‘O2(Observation run 2)’를 운영중이다. 작년 11월 말 시작된 O2는 올해 8월 말 끝난다.

비르고 연구진은 8월 말 O2 이후 잡음(노이즈, 중력파가 아닌 지진과 같은 다른 파동의 검출 데이터)을 걸러내는 능력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예를 들어 레이저를 반사시키는 거울을 고정시키는 장치가 현재 금속 와이어지만 이를 얇고 강한 용융 실리카 섬유 소재로 대체한다. 반사되는 레이저의 변화를 감지하는 거울의 정밀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

◆ 비르고 합류로 중력파 근원 위치 정확도 높아져

비르고는 라이고에 비해 중력파 검출 성능이 떨어진다. 미국 리빙스턴 소재의 라이고 관측소는 약 100메가파섹(약 3억 2600만 광년) 떨어진 우주에서 발생한 중력파를, 핸퍼드 소재 라이고 관측소는 약 70메가파섹(약 2억 2820만 광년) 떨어진 우주에서 발생한 중력파를 관측할 수 있다.

이태리 피사 인근 카시나에 있는 ‘비르고’. 라이고와는 달리 기역자로 붙어있는 터널의 길이가 3km다./EGO(European Gravitational Observatory) 제공.

비르고는 수년 동안 업그레이드했지만, 검출할 수 있는 중력파 근원지의 거리는 아직 30메가파섹(약 9780만 광년)에 불과하다. 라이고에 비하면 더 먼 곳에서 지구로 오는 중력파를 검출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하지만 중력파 연구를 하는 과학자 입장에서 3중 관측이 지니는 의미는 상당하다. 라이고협력단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오정근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KGWG) 박사는 “비르고 검출 범위에 있는 우주에서의 질량이 큰 블랙홀끼리의 병합이나 중성자별의 충돌 등은 비르고에서도 충분히 검출이 가능하다”며 “3중 관측을 통해 중력파가 발생한 우주의 위치를 더욱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는 등 지금보다 훨씬 더 알아낼 수 있는 게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 박사는 또 “레이저 간섭계에서 레이저 빔이 안정적으로 오갈 수 있도록 장치를 안정화시켜 가동했다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중력파 검출 감도와 장치 성능 업그레이드는 순차적으로 진행하면 기술적으로 크게 어렵지 않다”고 덧붙였다.

8월 초 가동한 비르고는 라이고의 O2가 종료되는 8월 말까지 약 한 달간 실제로 가동된다. 한 달간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성능을 업그레이드해 내년 중 시작될 예정인 ‘O3’에서는 라이고와 함께 중력파 관측에 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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