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도'에 간 남자들, 소지섭과 송중기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고희진 기자 2017. 8. 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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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군함도>는 이번 여름을 달구고 있는 뜨거운 영화다. 개봉 첫 주에 400만 관객을 돌파하는 흥행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영화를 장식하는 정점에는 최고의 스타 배우들이 있다. 그동안 ‘원 톱’ 영화에 주로 출연하다가 ‘멀티캐스팅’ 영화에 처음으로 출연한 소지섭(40)과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최고의 스타덤에 오른 송중기(32). 각기 다른 매력의 두 배우를 잇달아 만났다.

■소지섭 “시대의 무게에 희생당하는 보통 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소지섭에게 <군함도>는 여러모로 특이한 작품이다. 시나리오도 보기 전에 감독의 권유로 합류했고, 평소 선호하지 않는다는 폭발적 감정의 인물을 연기했다. 참혹한 역사를 바탕으로 한 영화 작업은 정신적 스트레스도 남겼다.

배우 소지섭. 피프티원케이 제공
배우 소지섭. 피프티원케이 제공

“시나리오도 보기 전에 선택한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류승완 감독과 작품을 하고 싶었지만 항상 일정이 맞지 않아 기회될 때 꼭 함께 해보고 싶었거든요. 최칠성이란 인물이 사실 영화의 주된 감정선과는 떨어진 부분이 있어서 부담도 컸어요. 칠성과 말년(이정현)이 함께하는 부분은 영화에 방해될 수도 있는 부분이라 생각했는데 좋게 봐주신 분들이 많은 것 같아 감사합니다.”

<군함도>는 일제강점기 일본 하시마섬으로 강제 징용을 당했던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소지섭은 경성 최고의 주먹에서 군함도로 끌려와 강제 징용을 당하게 된 깡패 ‘최칠성’ 역을 맡았다. 다중 캐스팅은 다양한 캐릭터의 매력을 보여주지만 개별 인물의 전사를 크게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배우에겐 오히려 연기의 맥을 잡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그렇기에 소지섭은 이번 영화에서 감독의 주문을 따르기 위해 더욱 노력했다. “최칠성을 감독님은 ‘호랑이’라고 표현하시더라고요. 참지 않고 감정적으로 발산하는 역할이라 말을 좀 빨리 해달라는 주문도 받았고요. 최근에는 특히 이런 스타일을 많이 해보지 않아서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촬영을 끝내고 모니터링을 할 때 내가 저렇게 했었나 싶을 때가 많았죠.”

소지섭은 이번 영화에서 액션의 한 축을 담당한다. 영화 초반 등장하는 맨몸 액션 ‘목욕탕 싸움씬’은 <군함도>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다. 그는 “늘 해왔던 부분으로 연습을 많이 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면서도 “속옷만 입고 연기해야 했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었던 것은 맞다”고 말했다.

영화는 극한의 현장을 재현해야 했기 때문에 촬영하는 배우와 스텝들에게도 고된 시간이었다. 그러나 몸의 피로보다 심적 부담감이 더욱 컸다. 특히 제작 후반부에 들어서며 ‘하시마섬’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지자 배우들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시대의 무게에 일반인들이 희생당하는 모습은 지금도 크게 달라진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영화적으로 역사적 사실도 중요하지만 이 부분을 좀 더 집중해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번 작품을 계기로 사람들이 군함도를 더 알게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는 건 사실이죠. 촬영 중에도 이런 문제로 고민이 컸던 것 같아요.”

영화 <군함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군함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군함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연기 활동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소지섭은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를 국내에 소개하는 일에도 관심이 많다. 그동안 <필로미나의 기적> <카페 소사이어티> 등의 작품 수입과 배급에 참여했고, 지난해엔 프랑스 영화 <사랑은 부엉부엉>에도 투자했다. 그는 “돈 욕심은 별로 없는 편인데 수입과 배급 쪽으로는 돈을 벌고 싶다”고 했다. “좋은 영화를 계속 소개하고 싶거든요. 근데 아직까진 마이너스네요.(웃음)”

주어진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와 달리 자신의 얘기를 하는 것이 좋아 꾸준히 하고 있다는 ‘래퍼’ 활동은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특히 투어 전에 앨범을 발매해 팬들과 함께 음악을 즐기고 싶어했다. 그는 <쇼미더머니> 같은 힙합 경연 프로그램 제의도 받았지만, 취미로 즐기는 일이기 때문에 전혀 참가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아담 샌들러 주연의 영화 <첫키스만 50번째>를 좋아한다는 그는 “한국에서는 멜로 영화가 흥행이 잘 안된다는 인식이 있어 아쉽다”며 “다음 작품은 멜로를 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송중기 “‘바른 이미지’ 때문에 고민하지만, 결국 작품으로 말할 것”

송중기는 예나 지금이나 반듯한 사람이다. 좋은 곳에서 좋은 것만 먹고 자란 듯, 신중하고 차분하고 예의바르다. 물론 그에게서 뒤통수치는 반전의 매력, 끈적한 마성을 기대하긴 어렵다. 다양한 얼굴을 가져야 하는 배우로선 단점일 수 있겠지만, 송중기는 초조해하지 않는다.

화제의 영화 <군함도>에 광복군 무영 역으로 출연한 송중기를 최근 만났다. 무영은 하시마섬에 징용된 악단장 강옥(황정민), 깡패 칠성(소지섭)에 비해선 단조로운 인물이다. 극 초반부터 등장하는 강옥, 칠성과 달리 40분쯤이 지나 처음 나오기에 캐릭터에 변화를 주기 어려웠을지 모른다. 송중기 역시 “무영 역할에 전사(前史)가 있으면 영화에 군더더기가 됐을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작은 역할에도 만족감을 보였다.

송중기가 <군함도>에 합류하기로 결정한 것은 2015년 11월, 훗날 엄청난 인기를 끈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촬영하기 전이었다. 공교롭게 두 편 모두 군인 역할이지만, 송중기는 두 역할이 겹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작품이 좋아서 선택했지, 캐릭터를 먼저 보진 않았습니다. 솔직히 제 역할이 더 돋보일만한 작품도 선택할 수 있었지만, 작품 전체를 따져보면 <군함도>가 훨씬 좋았어요. 군인 역할은 또 할 수 있지만, 군대는 다시 가고 싶지 않습니다(웃음).”

<군함도>는 방대한 세트에 수많은 배우들이 출연하는 영화다. 특히 종반부 액션신의 구성은 워낙 복잡해 연기와 연출, 촬영의 난이도가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송중기는 “다들 상처 하나씩은 달고 살았다”며 “이 정도로 좋은 장면을 만들어낸 영화 스태프들에 대해서는 감히 자화자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송중기는 몇 가지 만족스러운 장면들을 언급했다. 부상을 당한 채 강옥과 대화하면서 조선인 노동자 대탈출을 언급하는 장면은 시나리오를 받아들었을 때부터 부담스러웠던 대목이었다. 무영이 애초 임무였던 한 명의 명망가를 구출하는 대신 전체 조선인을 구하기로 마음먹은 장면이었기에, 캐릭터에 새로운 동기가 부여됐기 때문이다. 종반부의 ‘촛불’ 장면을 찍고 나서도 배우들끼리 다독이며 좋아했다. 황정민, 이경영 같은 배우들과 함께 “연극이라고 생각하고 해보자”고 마음 먹은 뒤 한 판의 토론회처럼 찍었다. 전라도 사투리, 경상도 사투리, 북한 사투리가 뒤섞이고, 같은 처지의 조선인 노동자들이 저마다 다른 입장을 개진한다. 류승완 감독 역시 배우들에게 많은 부분을 맡겼다.

영화 <군함도>의 배우 송중기. 블러썸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군함도>의 배우 송중기. 블러썸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군함도>의 배우 송중기. /블러썸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군함도>의 배우 송중기. 블러썸 엔터테인먼트 제공

송중기가 꼽은 류승완 감독의 장점 중 하나는 ‘연기도 해봤다는 점’이다. 류승완 감독은 장편 데뷔작인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부터 종종 연출과 연기를 겸해왔고, <복수는 나의 것>(박찬욱 감독·2002), <오아시스>(이창동 감독·2002) 등 다른 감독들의 영화에서도 능란한 연기를 선보인 적이 있다. 송중기는 “류승완 감독은 연기 경험이 있어서인지 디렉션이 명확하고, 배우들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안다”며 “촬영 현장도 매우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군함도>의 무영 역은 기존 송중기의 ‘바른 이미지’를 한층 고착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송중기 역시 이 점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바른 이미지는 정치인에게는 모르겠지만 배우에겐 도움이 되지 않죠. 사실 고민한 적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배우는 결국 작품으로 얘기할 수 있을 뿐이죠. 시간이 걸리겠지만 조바심을 내진 않습니다. 앞으로 할게 더 많으니까요.”

영화 <군함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군함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송중기는 의외의 야심도 갖고 있었다. 함께 출연한 소지섭이 영화수입, 음악 등 배우 이외의 일도 겸하듯, 송중기도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있다. 다만 아직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10월엔 <태양의 후예>로 연을 맺은 톱스타 송혜교와 결혼한다. 결혼이란 엄연히 사적인 행사이지만, ‘송송 커플’의 결혼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 각국의 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대형 이벤트가 됐다. 송중기는 “사람들의 인기로 평가받는 일을 하는만큼 많은 관심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결혼한 뒤에도 더욱 가열차게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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