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불명 라면' 먹기.. 車운행.. 아동 BJ의 엽기 방송, 연출자는 부모들

이벌찬 기자 2017. 7. 28.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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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방송 갈수록 '자극적 설정']
車로 인형 뭉갠후 반응 살피기도
전문가들 "정서적 아동학대.. 영상 보는 아이들에게도 악영향"

인터넷에 5세 안팎 아이들이 자극적 행동을 하는 것을 촬영한 장면이 인기 동영상으로 떠돈다. 어른들이 아동용 인터넷 방송으로 제작한 것들이다. "연출된 것이어도, 동영상에 출연하거나 이를 동영상으로 본 아이 모두 정서적 학대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유튜브에 인기 동영상으로 올라 있는 것이다. '콩순이 인형'이 자동차 바퀴에 짓이겨져 팔다리가 뜯겨 나간다. 인형 얼굴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가 됐다. 이를 지켜보던 어린 여자아이가 얼굴을 감싸고 운다. 이 영상은 아이의 부모가 인터넷 방송용으로 제작해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줄거리는 인형을 치고 달아난 뺑소니범을 찾아내 복수하는 것이다. 동영상에 달린 댓글 대부분은 '아이가 짓이겨진 인형을 보고 얼마나 놀랐겠느냐' '아이를 학대하는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같은 인터넷 방송에는 유모차에 앉아 갓난아기처럼 행동하라고 요구하는 어른에게 어린아이가 젖병을 던지고 침을 뱉는 장면이 올라오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유튜브에 개설된 이 방송의 구독자는 현재 81만명, 동영상이 올라올 때마다 조회 수 500만이 넘는다.

최근 초등학교에 들어가지 않은 어린아이들이 주로 등장하는 인터넷 방송 ‘키즈 채널’이 인기를 끈다. 어른들이 자극적인 설정으로 방문자를 모은다. 짜장면을 지렁이라 속이며 손으로 집어 먹어 아이를 놀렸다. 딸을 혼자 운전석에 앉혀 겁먹게 하거나, 인형을 차로 깔아뭉개 딸을 울리기도 했다.(왼쪽부터) /유튜브 캡처

유튜브 등 인터넷 방송에는 초등학교도 안 들어간 어린이를 내세운 동영상들이 인기다. 유튜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유튜브에서 어린이 관련 콘텐츠 시청 시간은 전년보다 2배 정도 늘었다. 유튜브에서 인기 방송으로 자리 잡으면 제작자는 짭짤한 수입을 챙긴다. 유튜브는 동영상 게시자에게 광고 수익의 55%를 배분하는데 보통 조회 수 한 건에 1원의 수입이 생긴다. 인기 있는 유튜브 키즈 방송은 전체 영상의 누적 조회수가 1억을 넘고, 매월 수익도 수천만원씩 올린다.

시청자를 더 끌어모으기 위해 어른이 어린아이에게 자극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동영상이 많다. 한 방송에선 외삼촌이라고 밝힌 어른이 여섯 살 아이에게 라면에 와사비 과자와 감자칩을 섞어 먹도록 했다. 아이는 이 음식을 먹고 괴로워했다. 이 영상은 조회 수 50만을 넘겼다. 한 동영상에는 아이가 실제 자동차 운전석에서 가속페달을 밟고 운전하도록 하는 위험한 장면이 담겼다.

이런 동영상은 시청자 대부분이 출연 아동 또래다. 한 엔터테인먼트 회사 관계자는 "시청자 조사를 해보면, 인터넷 키즈 방송을 보는 사람 대부분이 10세 미만 어린이"라고 말했다. 다섯 살 아들을 둔 조모(44)씨는 "아이가 매일 보는 유튜브 방송에 또래 아이가 나오길래 교육적인 콘텐츠일 줄 알았는데, 영상 속에서 아이가 학대를 당하고 있어 놀랐다"고 했다. 동영상에 나오는 비속어도 문제다. 동영상에 등장하는 어른들이 비속어와 욕설을 남발하고, 어린아이가 이를 따라 하기도 한다.

이런 동영상에 주기적으로 노출되는 것이 아이에게는 일종의 '정서적 학대'가 된다. 장경은 경희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아이가 처음엔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지만, 나중에는 점점 선정적인 장면에 익숙해지고 모방하게 된다"며 "결국 이는 아이를 정서적으로 학대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아동이 인터넷 방송에서 학대받는 것에 민감하다. 지난 4월 인기 유튜브 방송 '대디 오브 파이브'를 제작하는 미국의 한 부부는 아이를 다그치며 울리는 장면을 방송했다가 두 자녀의 양육권을 박탈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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