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장급 자리 5개 줄여.. 우병우에 찍힌 검사들 컴백

윤주헌 기자 2017. 7. 28.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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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검장에 조은석.. 검찰 간부 36명 승진·전보 인사]
- 문무일 체제 출범
중앙지검 1차장 등 차장급 낮춰.. 봉욱 대검차장 등 고검장 3명 유임
"파격보다 조직 안정에 무게둔듯"
- 법무부 脫검찰화 돌입
법무실장에 이용구 변호사 내정

법무부는 27일 조은석(52)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급)을 서울고검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 36명에 대한 승진·전보 인사를 실시했다. 2015년 12월 이후 1년 7개월 만의 정기인사다.

고검장급인 법무연수원장에는 김오수(54) 서울북부지검장, 대구고검장에는 황철규(53) 부산지검장이 각각 승진 임명됐다. 부산고검장은 박정식(56) 대검 반부패부장, 광주고검장은 김호철(50) 법무부 법무실장이 맡게 됐다.

고검장으로 승진한 5명은 1989년 사법연수원을 18기로 수료한 문무일 검찰총장의 1~2년 후배인 연수원 19·20기이다. 이금로 법무부 차관, 봉욱 대검차장, 김강욱 대전고검장 등 다른 고검장급 간부 3명은 유임됐다.

법무부는 전국 지검의 특별수사를 지휘하는 대검 반부패부장에 김우현(50)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 본부장을, 대검 공안부장에는 권익환(50)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을 발탁했다. 박윤해 울산지검장 등 12명이 새로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번 인사로 문무일 검찰총장 체제의 검찰 라인업이 완비됐다. 법무부는 앞서 지난 5월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를 하다 좌천됐던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파격적으로 발탁하고, 6월에는 이른바 '우병우 사단' 등으로 분류되거나 부당한 사건 처리를 했다는 이유로 고검장·검사장·차장검사 등 간부 10명을 좌천시키는 인사를 했었다.

◇'우병우에게 찍힌 검사'를 서울고검장에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조은석 서울고검장이다. 조 고검장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연수원 19기 동기생이다. DJ 정부 때 서울지검 특수부에서 신동아그룹 비리 등을 수사하는 등 특별수사통으로 분류된다. 대검 범죄정보 1·2담당관과 대변인을 지냈고, 우 전 수석이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한 2013년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대검 형사부장이던 2014년 여름 세월호 참사에서 해경의 책임 부분과 관련한 수사를 지휘하면서 청와대·법무부와 척을 졌다. 청와대·법무부는 해경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지 말라는 입장이었지만, 조 검사장은 적용해야 한다고 버텨 마찰을 빚었다. 이후 2015년 동기생이 맡았던 청주지검장으로 갔다가 지난해는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밀려났다. 검찰 내에서 한직(閑職)으로 분류되는 자리다. 이 두 번의 인사 때 청와대 민정수석은 우병우 전 수석이었다. 원래 그는 더 안 좋은 자리로 밀려날 뻔했지만 김진태 당시 검찰총장이 막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전 총장은 주변에 "조은석을 구제하느라 내가 쓸 수 있는 인사 카드의 대부분을 썼다"고 술회했다.

세월호 참사 해경 책임 수사를 직접 담당한 윤대진 검사도 최근 서울중앙지검 1차장으로 발탁됐다. 그가 2014년 6월 해경의 서버를 압수수색하려 하자 민정비서관이던 우 전 수석이 전화를 걸어 이를 막으려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반대로 지난 6월 인사에서 창원지검장에서 일선 고검 차장으로 문책성 인사를 당했던 유상범 광주고검 차장은 이날 인사에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다시 전보됐다. 유 위원은 2014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 때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검찰 내에서 사실상 무보직 대기발령으로 여겨진다.

◇탈검찰화 시동

이날 인사에서 과거 우 전 수석과 함께 근무하거나 인연이 깊은 검사 몇 명은 수평 이동하거나 기존 보직보다 덜 중요한 자리로 밀렸다. 하지만 일부는 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사실상 '복권'됐다. 이에 따라 "생각했던 것보다는 물갈이 폭이 크지는 않았다"거나 "이미 두 차례 큰 파도가 쓸고 지나갔기 때문에 안정적 검찰 운용을 염두에 둔 인사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과거 검사장 승진이 유력한 자리로 평가받던 서울중앙지검 2차장과 3차장 모두 이번에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정회 2차장은 대검 과학수사부장, 이동열 3차장은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이 됐다.

관심을 모았던 법무부의 탈(脫)검찰화는 부분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법무부는 그간 검사만 맡아오던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법무실장, 범죄예방정책국장,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등 검사장급 자리 4개를 일반직이나 외부 전문가도 맡을 수 있도록 개방했다.

법무실장에는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의 이용구 변호사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또 대전·대구고검 차장과 서울중앙지검 1차장 자리도 검사장이 아닌 차장 검사를 보낼 예정이다. 이로써 검사장 이상 검찰 간부 숫자는 49명에서 44명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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