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물개 '구조'했다가 최대 2억원의 벌금 위기에 처한 남성

안수진 인턴 2017. 7. 27.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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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터스뉴스

뉴질랜드의 한 남성이 바다에서 무려 10km나 떨어진 양떼 목장에서 길잃은 새끼 물개를 발견해 한나절 보살펴 주고 바다로 돌려보냈다가, 우리 돈으로 최대 2억원 또는 징역 2년 이하의 처벌을 받게 될 위기에 처했다. 그의 죄는 ‘죽든지 살든지, 자연의 섭리에 맡기지 않은 죄’였다.

26일 뉴스통신사 케이터스 뉴스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새끼 물개를 구해 하루 뒤에 바다로 돌려보낸 남성이 이 같은 처벌을 받게 됐다고 보도했다.

뉴질랜드 사우스랜드의 투아테이퍼에 사는 디 냅(45)씨는 아침 일찍 자신의 목장에서 새끼 물개 한 마리를 발견했다. 이 지역은 바닷가에서 10km가량 떨어졌는데, 새끼 물개는 풀밭에서 헤매고 있었다. 디씨는 “처음엔 다친 새인 줄 알았다”며 “목장이 바다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집에서 담요를 가져와 둘러주고 집에 데려왔다. 이후 뉴질랜드의 해양생물 보호협회에 도움을 청했더니, “그냥 두세요. 그저 자연의 섭리를 따르세요”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그러나 디는 이 충고를 무시하고 새끼 물개를 구조했다. 그는 “새끼물개는 며칠 간 헤맸는지 매우 지쳐 보였고, 다른 동물들이 물개를 공격할 수도 있어 도저히 그냥 내버려둘 수 없었다”고 말했다. 디는 집으로 데려가 물고기 등으로 새끼 물개의 배를 채워주고, 그날 바다로 돌려보냈다고.

아들 지미 냅과 구조된 물개/케이터스뉴스

디의 가족은 ‘짧은 만남’이었지만, 이 물개에게 ‘루실’이라는 이름도 붙여줬다. 디는 “우리는 모두 지구에서 각자의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케이터스뉴스

하지만 ‘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 디를 기다리는 것은 25만 뉴질랜드 달러(2억1000만원)의 벌금형 혹은 2년 이하의 징역이었다. 보호협회에선 디에게 전화해 해양법을 위반하고 물개를 만졌기 때문에 2억여 원의 벌금을 물게 될 것이라고 통보했다.

뉴질랜드의 물개 번식기가 11월에서 1월. 이 물개는 태어난 지 약 8개월 된 것으로 추측된다. 디의 목장에서 가장 가까운 강까지의 거리도 2km. 디는 “최근에 이 지역에 홍수가 있었는데, 그때 강 수위가 높아지며 길을 잃은 것 같다”고 말했다.

뉴질랜드의 해양포유동물 보호법은 매우 엄격하다. 물개를 다치게 하거나 죽이는 등 위협을 가하면 최대 2억원의 벌금 혹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뉴질랜드 해양생물 보호협회의 과학자문 담당 로라 보렌은 “겨울과 봄에 새끼 물개들이 휴식을 취하기 위해 해안가 육지로 올라오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며 “그러나 이들을 다루는 것은 매우 어렵고 위험한 일이다. 전염병 감염의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물개를 육지에서 발견해도, 그대로 놔두고 하루 이틀간 살펴보는 데서 그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후에도 바다로 이동하지 않으면, 그때 해양동물 보호협회 직원들이 나서서 바다로 돌려보낸다고. 그는 “물개를 집에 데려오면 인간의 손에 쉽게 익숙해져 야생성을 금방 잃어버리게 돼, 절대로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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